'언리얼 페스트'서 접한 창작 혁신··· 그 중심에 HP 워크스테이션 있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에 고성능 컴퓨팅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개별 작업 환경을 위한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 에픽게임즈는 지난 8월 25일과 26일 양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언리얼 엔진 개발자 행사인 ‘언리얼 페스트(UNREAL FEST)’를 개최하고 국내 언리얼 엔진 개발자에 대한 지원과 기술 공유에 나섰다.
이번 행사는 게임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 아트,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제조,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총 38개 세션이 진행됐고, 팀 스위니(Tim Sweeney) 에픽게임즈 설립자 및 최고경영자, 빌 클리포드(Bill Clifford) 언리얼 엔진 총괄 부사장, 마커스 와스머(Marcus Wassmer) 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 등 본사 핵심 인력들이 참여해 언리얼 엔진의 미래와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 사례 등을 폭넓게 공유했다.
게임 넘어서 산업 현장에 맞닿은 언리얼 엔진
언리얼 엔진은 게임 용도가 핵심이지만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주목한다. 이번 세션에서 언리얼로 그리는 실시간 무대 공연이나 아바타 개인화, 영화 특수효과(VFX), 산업용 정비 훈련 시뮬레이션 구축, 문화유산 에셋 제작 등 다방면에서 활용하는 사례와 기술이 공유됐다.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 사례를 짚어보기 위해 IEL(Immersive Enterprise Laboratories)의 공동 창업자인 블레이크 벡스터(Blake Baxter), 다니엘 우르바흐(Daniel Urbach)가 진행한 ‘기술 혁신으로 여는 창의적 스토리텔링의 미래’ 세션에 참여했다.
IEL은 ‘몰입형 기업 연구소’로 번역할 수 있으며, 미국 소재의 독립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기존의 영상 작업은 고정된 프로세스와 시간 순서에 따라 선형 작업으로 진행하지만, IEL은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실시간성과 절차의 순서의 틀이 없는 비선형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구축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은 모든 에셋(Asset, 디지털 콘텐츠 자산)을 시간 순서에 따라 배열하고 일련의 과정을 순서대로 진행해야 한다. 작업 후에 수정하려면 다시 앞 순서로 돌아가 다시 반복한다. 이로 인해 장편 애니메이션 당 20개월 정도 소요된다.
IEL의 비선형적 작업은 꼭 순서대로 작업할 필요가 없다. 중간에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실시간으로 에셋을 교체할 수 있다. 작업 요소가 콘텐츠에 쓰이지 않더라도 추후 재사용할 수 있는 에셋으로 남는다. 실시간으로 반영되다 보니 모션 캡처를 연극 리허설처럼 진행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일반적인 영상 작업과 달리 각 장면을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맞춰 다양한 시안으로 만들고, 최종적으로 적절한 시나리오를 고도화한 뒤 결과물로 만들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작업을 시도할 수 있는데도 애니메이션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4개월 이하로 크게 줄었다.
IEL의 실시간 비선형 작업, HP워크스테이션이 배경
IEL의 실시간 렌더링 기반 작업에는 HP와의 파트너십이 뒷받침되고 있다. 블레이크 벡스터는 “HP 워크스테이션을 통해 전반적인 프로젝트 신뢰성과 안정성이 높아졌고, 실시간 렌더링도 가능해졌다. 이전 시스템 역시 실시간 렌더링이 가능했지만 프레임률이 현저히 부족했다. IEL에서 작업하는 3D 에셋에 많은 연산 자원이 필요한데, HP 장비를 활용하면서 이것이 가능해졌다”라고 말했다.
또한 “작업에 활용하는 모든 컴퓨팅 자원은 집약적이고, 빨라야 한다. 시간이 곧 돈이라서 그렇다. 이전에 썼던 시스템은 종종 재부팅이 필요해 매일 30분에서 60분 정도 낭비됐는데, 직원 한 사람당 1시간 씩 낭비한다고 치면 그 금액이 상당하다. HP 워크스테이션을 통해 확보한 안정성으로 많은 비용을 절약한 셈”이라고 말했다.
다니엘 우르바흐는 “HP는 PC에 대한 전반적인 생태계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모니터부터 컴퓨터까지 모든 자산이 연결된 시스템이므로 하드웨어에 대한 안정성을 우려할 필요가 없어졌다. 과거에는 렌더링을 할 때 얼마큼 연산을 할당할지, 중간에 문제가 생길지 우려하곤 했는데 이제는 창작 활동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HP 워크스테이션, 작업에 대한 다각적 접근법 제공해
인터뷰 직후 언리얼 페스트 2025 중심에 있는 ‘HP Z 워크스테이션 설루션’ 부스를 찾았다. 이제는 클라우드 렌더링을 통해 언리얼 엔진 작업을 할 수 있는 시대지만, 데이터 전송 속도나 저장장치 관리, 사내 보안, 심지어는 야외 작업 등을 고려해 여전히 많은 기업 및 개발자들이 워크스테이션을 찾는다. 회사 입장에서는 복잡한 렌더링 서비스 이용이나 분산 서비스 관리 비용 등을 꾸준히 지불할 필요 없이 워크스테이션을 고정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HP 부스 중심에 있는 텍스처 스캐너 Z-캡티스(Z-captis)는 언리얼 엔진 개발자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Z-캡티스는 최대 30cm x 30cm 사물 및 직물 등의 형태나 표면 텍스쳐를 8K 해상도로 스캔한 뒤 어도비 서브스턴스 3D에셋으로 즉시 제공하는 스캐너다. 내부에는 7개의 1억 800만 화소 카메라가 배치됐고, 다각도로 회전하는 조명 패널이 장착됐다. 스캐너지만 엔비디아 젯슨 AGX 자비에 모듈을 장착해 기본적인 인공지능 컴퓨팅 성능을 갖췄고, 배터리를 장착해 외부에서도 3D 스캐너로 활용할 수 있다.
Z-캡티스에는 HP Z6 G5 A 워크스테이션 데스크톱 PC가 연결돼 있었다. HP Z6 G5는 최대 96코어 192스레드의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프로 9000WX 시리즈를 탑재하며, 최대 세 장의 엔비디아 RTX 6000 에이다 GPU를 장착한다. 구성상 1TB 메모리 및 88TB 저장장치 구성을 지원하며, 3D 모델링이나 실시간 렌더링, 특수 작업용 VFX 등에 적합하다. IEL에서 쓰는 작업용 PC가 해당 제품이며,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프로 7985WX와 256GB 메모리, 엔비디아 RTX 프로 6000 블랙웰 맥스-Q 버전이 탑재된 버전이다.
고성능 컴퓨팅은 아이디어 구현의 도구, 더 발전해야
워크스테이션, 고성능 컴퓨팅의 중요성을 놓고 블레이크 벡스터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재들이 훌륭한 지식재산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현실로 구현하는 장치가 컴퓨터 하드웨어다. 하이엔드 데스크톱이 발전하면서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생각으로만 가지고 있던 것을 현실로 옮기고 구현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하고 결과는 더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리얼 엔진 특성상 행사 자체에 게임 관련 디자이너, 개발자 등의 참여도가 높지만 최근 들어 언리얼 엔진의 활용도가 확산하며 인공지능, 과학, 건설, 의료, 디지털 트윈 등의 다양한 분야의 참가자들도 늘고 있다. HP 부스를 찾은 참가자들 역시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업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최신 워크스테이션을 확인해보기 위해 찾았고, 최신 사양의 PC를 확인하고 그 발전상을 경험하고 갔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라도 고성능 컴퓨팅 시장은 꾸준히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