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바이스’ 인공지능 강조한 구글 픽셀 10, 스마트 기기 경쟁 구도 바꿀까?
[IT동아 강형석 기자] 구글이 8월 20일(미국 현지 기준), 뉴욕에서 열린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 2025' 행사를 통해 픽셀(Pixel) 10 시리즈 스마트폰을 공식 발표했다. 제품은 폴더블 스마트폰 픽셀 10 프로 폴드(Pixel 10 Pro Fold)를 포함해 ▲픽셀 10 ▲픽셀 10 프로(Pro) ▲픽셀 10 프로 엑스엘(Pro XL) 등 4종이다. 가격은 제품에 따라 799달러(약 111만 7000원)에서 1799달러(약 251만 5000원)에 책정됐으며 국내 출시는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픽셀 10 시리즈 스마트폰은 구글 딥마인드와 함께 개발한 텐서(Tensor) G5 칩을 탑재한 것이 특징으로 구글은 텐서 G4 칩 대비 평균 34% 성능 향상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 중 인공지능 처리를 위한 텐서 처리장치(TPU – Tensor Processing Unit) 성능을 60% 높였다. 온-디바이스 환경에 맞춘 인공지능 모델인 제미나이 나노(Gemini Nano)를 자체 실행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간단한 인공지능 작업은 클라우드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처리 가능하다.
픽셀 10 스마트 기기는 인공지능(AI)으로 모바일 경험을 바꾸겠다는 구글의 의도가 담겨있다. 사용자의 일상을 예측하고 보조하는 '능동형 인공지능 비서'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글은 총 9가지 인공지능 기능과 다양한 앱 업데이트로 사용자의 시간을 절약하고 창의성을 높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글이 모바일 인공지능 서비스 차별화 위해 꺼낸 카드는 ‘예측’
픽셀 10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매직 큐(Magic Cue)'다. 지메일(Gmail), 달력(캘린더), 메시지, 스크린샷 등 흩어져 있는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결, 필요한 순간에 관련 정보를 미리 제시하고 최적의 작업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메시지로 비행기 도착 시간을 물으면 매직 큐는 사용자 여행 일정을 참조해 항공편 정보를 자동으로 찾아내고 탭 한 번으로 공유 가능하도록 제안한다. 항공사에 전화를 걸 때는 예약 정보를 화면에 띄워주는 식이다.
얼핏 여느 스마트 기기에 제공되는 인공지능 서비스와 유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용자가 인공지능 서비스를 찾는 게 아닌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서비스라는 점이 다르다. 대부분 스마트 기기 인공지능 서비스는 "이게 뭐고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줘"처럼 사용자 명령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매직 큐는 사용자가 명령하지 않아도 문자 메시지, 전화 등에 반응하고 상황을 분석ㆍ예측한 후 선제 대응하기 때문이다.
매직 큐는 인공지능이 사용자 요구사항을 예측하고 사전에 정보를 제공하는 '에이전트 주도(agent-driven)' 모델이 스마트 기기에 확산될 것임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오랜 시간 긴밀히 연동되어 왔고 인공지능이 생태계 내에서 학습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는 구글 서비스 연계 형태에 머물러 있으나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기능이 확대될 경우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직 큐 외에 8가지 인공지능 앱이 픽셀 10에 제공된다. 음성 번역(Voice Translate) 기능은 텐서 G5의 온-디바이스 인공지능을 활용해 통화 내용을 실시간 번역한다. 각 화자의 목소리 톤을 유지하여 마치 같은 언어로 대화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게 구글 측 설명이다. 메시지 받기(Take a Message) 기능은 부재중 전화 내용을 문자로 실시간 변환해 주고 인공지능이 메시지 내용을 분석해 다음 행동을 제안한다.
이 외에도 지보드(Gboard)의 글쓰기 지원(Writing Support) 기능은 맞춤법 교정 외에 문장 흐름을 조절하거나 적절한 이모티콘을 추천해 준다. 레코더(Recorder) 앱은 사용자가 흥얼거리는 멜로디를 인식한 후 음악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인공지능 연구 도우미 노트북LM(NotebookLM)은 스크린샷, 녹음 앱과 통합되어 정보 수집과 정리를 자동화한다. 픽셀 저널(Pixel Journal)은 온-디바이스 인공지능을 활용해 생각을 정리하고 목표 달성을 돕는 개인화된 글쓰기 기능이다.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는 시각 인식 기능이 강화됐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보는 화면을 제미나이가 분석, 디스플레이 위에 해결책을 제안한다. 예로 물건 수리를 위해 카메라로 공구함 속을 촬영하면 제미나이가 각 도구를 분석해 각 기능을 설명해 주는 식이다. 제미나이 라이브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내 핵심 인공지능 서비스로 업데이트 요소는 추후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강조했지만 매직 큐를 제외하면 대부분 타 스마트폰과 유사한 기능이다. 애플은 전화 앱과 메모 앱에서 통화 녹음, 텍스트 변환, 요약 기능을 제공하며 삼성도 실시간 통역과 통화 녹음 요약 기능 등을 갤럭시 인공지능(AI)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앱 단위에서 실행되는 인공지능과 달리 인공지능 모델(제미나이 나노), 하드웨어(텐서 G5), 운영체제(안드로이드), 서비스에 이르는 생태계 자체를 경쟁력으로 내세운 것이 차별점이다.
구글의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전략이 시장 흐름 바꿀까?
픽셀 10은 구글이 보유한 인공지능 역량을 적극 활용함과 동시에 텐서 G5의 온-디바이스 처리 능력을 높여 능동적이고 편리한 기능을 담았다. 스마트폰을 또 다른 형태의 ‘인공지능 에이전트’로 발전시키기 위한 초석인 셈이다.
문제는 픽셀 스마트폰의 시장 인지도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 개발사인 동시에 다른 안드로이드 제조사들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안드로이드 연합과 차별 요소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자체의 인공지능 시장 주도권은 가져갈 수 있어도 픽셀 스마트 기기만으로 인공지능 시장 주도가 어려운 이유다. 시장조사기업 카날리스 자료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3% 수준이다.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구글의 영향력은 미미하겠지만 인공지능 중심 전략은 안드로이드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처리 능력은 향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핵심 경쟁 요소가 될 전망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