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과 이머시브의 만남,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 둘러보니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전통적인 가치에 현대의 기술을 더해 발전/계승하고자 하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각종 국가유산(문화재)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물리적 표면에 2D/3D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매핑' 기법을 통해 국가유산의 가치를 생생하게 전하는 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공연 및 전시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른바 '이머시브(몰입)' 공간이 국가유산과 결합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 이러한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과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이귀영)은 국가유산을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 종합 전시 행사인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를 8월 23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전시 2관에서 연다고 발표했다. 그에 앞서 8월 19일에는 이번 행사의 의의를 알리기 위한 기자간담회가 행사장에서 열렸다.

환영사를 전하는 이귀영 국가유산진흥원 원장 / 출처=IT동아
환영사를 전하는 이귀영 국가유산진흥원 원장 / 출처=IT동아

이번 기자간담회에는 행사를 개최한 이귀영 국가유산진흥원 원장, 김순호 국가유산진흥원 문화유산활용본부 문화유산사업실 실장, 신성희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산업육성팀장/서기관과 더불어 전시 작품을 총괄한 강신재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가 다수 참여했다.

행사의 시작을 알린 국가유산진흥원의 이귀영 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현대적으로 국가유산을 활용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하며 "이번 행사에는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그동안 축적한 방대한 디지털 자료를 총망라했으며, 국가유산을 소재로한 이머시브 공간 중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행사의 개요를 설명하는 행사 총괄 강신재 예술감독 / 출처=IT동아
행사의 개요를 설명하는 행사 총괄 강신재 예술감독 / 출처=IT동아

뒤이어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를 총괄한 강신재 예술감독으로부터 이번 행사의 의의, 그리고 주요 구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과거와 미래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구성했다. 특히 단순히 과거의 유산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한층 다양한 방법으로 체험하며, 향후 지속 가능성까지 더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이번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뮤지엄 전시 2관에 마련된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 행사장은 네 개의 주요 세션, 그리고 이들 주요 세션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인트로' 공간 및 '아웃트로'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취재진은 이들 공간을 직접 체험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국가유산을 즐길 수 있었다. 각 세션 공간별로 전시물 외에도 이를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벤치가 마련된 것도 눈에 띄었다.

'이머시브' 공간에서 만난 국가유산, 어떤 느낌?

인트로 공간에는 키네틱 아티스트 김준수 작가가 '한국의 탑'을 빛과 움직임으로 재해석한 '영원의 축'이 설치되어 방문객을 맞이한다. 마치 '다보탑'이나 '석가탑'을 연상시키는 실루엣에 다양한 빛과 오브젝트를 더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탑'을 형상화한 인트로 공간 전시물 / 출처=IT동아
'한국의 탑'을 형상화한 인트로 공간 전시물 / 출처=IT동아

이어지는 주요 세션 중 1부인 '의궤 영원의 서사'는 조선왕조 의궤에 기록된 각종 왕실 행사를 3D 영상으로 재현해 사방면의 벽에 투사했다. 그리고 전시공간의 중앙에는 의궤 책자를 배치해 진중한 느낌을 더하고 있었다.

세션 1부 '의궤 영원의 서사' / 출처=IT동아
세션 1부 '의궤 영원의 서사' / 출처=IT동아

2부인 '산수, 끝없는 윤슬'에서는 우리나라의 산수를 구성하는 노루, 구름, 파도, 폭포 등을 표현한 콘텐츠로 벽면을 채웠다. 특히 이공간의 영상 콘텐츠는 전통적인 자개 무늬를 연상시키는 영롱한 빛깔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세션 2부 '산수, 끝없는 윤슬' / 출처=IT동아
세션 2부 '산수, 끝없는 윤슬' / 출처=IT동아

3부 '장인, 무한한 울림'에는 국가무형유산 장인들의 손으로 제작된 다양한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만드는 장인의 '손'을 담은 영상 콘텐츠도 함께 펼쳐지는 특별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또한 벽면에는 자연의 소재가 장인의 손을 거쳐 공예품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담은 AI 영상 '자연으로부터'가 상영되어 눈길을 끌었다.

세션 3부 '장인, 무한한 울림' / 출처=IT동아
세션 3부 '장인, 무한한 울림' / 출처=IT동아

3부와 4부를 잇는 긴 복도에는 1795년 정조의 수원 행차를 담은 8폭 병풍인 '화성행행도'가 미디어 아트로 구현되어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복도 한쪽 벽면으로 길게 이어지는 특수 비율의 영상 콘텐츠인 점이 특징이다.

3부와 4부 사이에 배치된 '화성행행도' 미디어 아트 / 출처=IT동아
3부와 4부 사이에 배치된 '화성행행도' 미디어 아트 / 출처=IT동아

뒤이어 펼쳐진 4부는 '유산 이음의 물결'이다. 이곳에는 2024년 강릉 아르떼 뮤지엄에서 공개되어 인기를 끌었던 영상콘텐츠 '이음을 위한 공유'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해당 콘텐츠는 과거의 국가유산이 현재에 이어져 세계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벽면 뿐 아니라 기둥, 바닥 등의 다양한 공간에 영상을 투영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세션 4부 '유산 이음의 물결' / 출처=IT동아
세션 4부 '유산 이음의 물결' / 출처=IT동아

마지막 세션 이후 출구로 가는 복도에는 마무리를 상징하는 '아웃트로' 공간으로 꾸몄다. 이곳의 천장에는 '한국의 종'을 모티브로 빛과 소리, 그리고 움직임을 형상화한 '흐르는 강물처럼' 작품을 전시했다. 해당 전시물은 본 행사장의 인트로 공간과 마찬가지로 김준수 작가가 담당했다.

'한국의 종'을 모티브로 한 아웃트로 공간의 전시물 / 출처=IT동아
'한국의 종'을 모티브로 한 아웃트로 공간의 전시물 / 출처=IT동아

행사장의 출구 근처에는 각종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굿즈샵'도 마련되었다. 이곳에는 최근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까치/호랑이의 피규어를 비롯한 흥미로운 아이템이 다수 마련되었다.

다양한 아이템이 마련된 '굿즈샵'/ 출처=IT동아
다양한 아이템이 마련된 '굿즈샵'/ 출처=IT동아

"예전에 이미 본 것? 실제로 돌아보면 차이 느껴질 것"

한편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는 행사의 소개 및 전시장 체험 외에 행사 관계자들과 취재진 사이의 질의응답도 이루어졌다. 답변은 신성희 국가유산청 서기관, 김순호 국가유산진흥원 실장, 그리고 강신재 예술감독이 했다. 주요 질의 및 답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왼쪽부터) 신성희 국가유산청 서기관, 강신재 예술감독, 그리고 김순호 국가유산진흥원 실장 / 출처=IT동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왼쪽부터) 신성희 국가유산청 서기관, 강신재 예술감독, 그리고 김순호 국가유산진흥원 실장 / 출처=IT동아

질문: 이런 전시회는 예술적인 감각과 더불어 기술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관련 기업과 어떻게 협업하고 있나?

답변: 이번 행사를 위해 스튜디오 루이, 포스트미디어, 이퀄라이저 등의 다양한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과 전통을 융합한 작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질문: 이번 전시회에 등장한 콘텐츠 중 일부는 '아르떼 뮤지엄'등에서 이미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답변: 물론 기존의 콘텐츠를 재활용한 것도 있다. 하지만 전시장을 마지막까지 돌아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이머시브 전시회는 단순히 화면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전시회는 화면의 품질이 더 좋을 뿐 아니라 기둥 및 다양한 오브제까지 활용한 새로운 미장센으로 완성했다. 특히 세션 3에서는 문화유산 외에 자연유산, 무형유산까지 보여주며 차별화를 꾀했다.

질문: 주최측은 국가유산의 보존을 넘어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한다는 것인가?

답변: 우리는 그동안 정말로 많은 국가유산 관련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축적했다. 이를 이용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이미 게임 개발사나 교구재 제작사, 그 외에 다양한 영상 콘텐츠 제작사에서 우리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도 우리가 그동안 축적한 원천데이터를 적극 활용했다.

한편,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뮤지엄 전시 2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 행사장은 400여평 규모로 꾸몄으며, 총 47대의 고성능 프로젝터(엡손 EB-PU2220B)가 동원되었다. 행사는 8월 23일부터 9월 1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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