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5070 시니어 대상 '무신사'를 목표로... 액티브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뉴하우스'
[IT동아]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50~60대의 장년층을 일컫는 말로, 기존의 수동적이고 정적인 노년층과는 다른 새로운 세대를 의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0%를 넘어설 전망으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이들 액티브 시니어 대상의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뉴하우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로쉬코리아는 이 액티브 시니어 시장에 주목한다. 서울 북촌 소재 문화 공간인 오뉴하우스에는 월 9천 명의 시니어가 방문하고, 이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클래스는 월 2만 명이 수강하고 있다. '시니어 업계의 무신사'를 꿈꾸고 있는 로쉬코리아. 현준엽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2021년 설립된 로쉬코리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시니어 대상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현준엽 대표는 "요즘 50-60 시니어들은 마라톤을 뛸 만큼 건강하고, 도슨트 활동에 큰 관심을 보일 정도로 학습 의욕이 높다"며 소개를 시작했다.
IT동아: 로쉬코리아는 어떤 회사인가요?
현준엽 대표: 로쉬코리아는 '오뉴하우스'라는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입니다. 50~70대 시니어들이 주도적이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이고요. '데이터 기반 맞춤형 프로그램', '액티브 시니어 전용 커뮤니티', '온오프라인 연결',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등이 우리를 설명하는 주요 키워드입니다.
IT동아: 현 대표님은 금융권 출신이라고 알고 있는데, 시니어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나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준엽 대표: 증권사의 FICC(채권, 외환, 상품) 트레이딩 부서에서 처음 직장 생활을 했고, 이후 투자회사로 이동해 스타트업 투자 업무를 담당하며 스타트업 시장을 경험했습니다. 그런 중에 개인적인 경험이 창업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는데요.
홀로 지내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여전히 건강하고 활동적인 분인데, 이런 시니어들을 위한 서비스나 프로그램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었습니다. 시니어 대상의 공공 인프라나 관련 콘텐츠가 일부 있긴 하지만, 주로 기초생활수급자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어 제 어머니 같은 활동적인 시니어는 이에 해당되지 않더라고요. 일부 재취업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시니어들이 적극적인 삶을 유지하려 해도 적합한 기회가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이에 이들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투자회사를 퇴사하고 2021년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IT동아: 그럼 창업 초기부터 현재의 '오뉴하우스' 플랫폼을 런칭했나요?
현 대표: 아닙니다. 초기에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첫 서비스였던 '버킷리스트'는 일회성 참여에 그쳐서, 지속적인 사회 참여를 유도하지 못했습니다. 뒤이어 시도한 디지털 교육 서비스 역시 시니어들이 배운 것을 실생활에 적용, 활용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어서 난항을 겪었습니다.
그러던 중 '생활 도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저희가 어르신들의 다양한 심부름을 직접 도맡아 처리하는 일종의 심부름 서비스를 했는데요. 무슨 일이든 요청하면 하루 뒤에 해결해 드리는 단순 서비스였는데(예를 들어, 폐가구/폐가전 버리기, 약국에서 약 사오기, 수도꼭지/샤워수전 교체하기, 집정리/청소하기 등), 여기서 두 가지 중요한 통찰을 얻게 됐습니다.
첫째, 시니어들은 대개 하루 평균 12시간의 여유 시간을 보내시는데, 많은 분들이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다는 것. 둘째, 경제적 여건이 녹록지 않은 분들도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해결해 줄 서비스에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니어 대상 서비스라 해서 ‘무조건 저렴해야 한다’기 보다, 경제력 있는 분이라면 기꺼이 지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이후 서비스 전반을 재설정하고 다듬어서 지금의 오뉴하우스 모델로 완성했습니다. 초기에는 이곳 북촌이 아닌 은평구에서 시작한 시니어 대상 소규모 모임이 인근 지역 참여자까지 끌어모으기 시작했고, 이로써 시니어 중심 콘텐츠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2년 전 현재의 북촌으로 이전했습니다.
IT동아: 여러 지역 중에 서울 북촌(삼청동)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현 대표: 나이대를 막론하고 일주일에 한번쯤은 돌아다니고 싶은, 사람 정취가 나는 동네이길 바랐고, 특히 시니어들에게 추억과 향수가 불러일으킬 곳을 찾다가 북촌을 떠올렸습니다. 젊은 세대도 많이 오가는 곳이고, 인근에 미술관이나 갤러리, 도서관 등도 있어서, 고풍스러움과 현대 이미지를 모두 품고 있는 동네입니다. 맛집도 많고요.
IT동아: 오뉴하우스의 시니어 프로그램은 현행 주민센터나 각 문화센터 프로그램과 무엇이 다르고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현 대표: 프로그램 이름이나 내용만 보면 비슷하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진정으로 주도적인 삶을 찾고자 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 2막을 살면서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찾고 싶어하는 시니어에 초점을 맞춥니다.
핵심 차별점은 데이터 기반의 프로그램 개발, 기획 방식입니다. 일반적인 '챗GPT 교육'이나 '스마트폰 사진 촬영' 같은 단방향 강의 프로그램이 아닌, ‘낭독 입문/실전 클래스’, ‘전통주, 와인, 위스키 시음 클래스, 보컬 트레이닝 클래스, 취미 미술 클래스, 여행 드로잉 클래스, 도슨트 클래스, 희곡 리딩 클래스’ 등 시니어들이 직접 참여, 활동할 수 있는 200개 이상의 강연/강의 프로그램을 기획,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니어 고객층을 대상으로 매번 설문조사를 실시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가 신규 프로그램 기획의 토대가 되어 시니어 맞춤형의 참여도 높은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물론 프로그램 대부분은 유료 참가입니다.
IT동아: 각 프로그램의 운영 성과나 평가는 실제로 어떠한가요?
현 대표: 수치 차이가 일단 분명합니다. 일반적인 시립/구립 문화센터 등이 한 달에 대략 4천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는 반면, 오뉴하우스는 주로 50~70대 액티브 시니어 대상으로 한 달에 약 9천 명 내외로 2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온라인 플랫폼(오뉴-ONEW 앱 또는 홈페이지)도 프로그램 정보와 매거진 콘텐츠를 보려 월 2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한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던 것이 ‘러닝 클래스’였습니다. 시니어들이 뛰기에 무리 없을 만큼 경사도가 낮은 러닝 코스를 발굴해서, 스포츠 브랜드인 ‘뉴발란스’와 협업한 사례입니다. 젊은 세대의 러닝 크루처럼, 건강한 시니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가볍게 뛴 후 뒤풀이 식사로 이어지는 사례였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IT동아: 로쉬코리아의 사업 및 운영 현황도 궁금합니다.
현 대표: 로쉬코리아는 현재 15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고, 누적 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서 시리즈 A 펀딩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매출은 월 약 1억 5000만 원이며, 올 연말까지 월간 단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뉴발란스와는 러닝 프로그램, 삼성물산 래미안과는 아파트 단지 내 시니어 주민 만족도 프로그램, 현대홈쇼핑과는 시니어 대상 제품 큐레이션 등 여러 기업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맺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IT동아: 북촌 오뉴하우스 외에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이 있나요?
현 대표: 현재 오뉴하우스 북촌, 오뉴 인사동을 비롯해, 현대백화점 천호점, 하나더넥스트 서초동라운지/선릉력라운지/을지로라운지, 스타필드 수원 클래스콕 등을 운영하고 있고요. 올해 내 창덕궁 근처와 천호동, 마곡 지역에 오뉴하우스 각 지점을 추가 오픈할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대구, 부산, 판교 같은 남부 지역으로도 확장하려 합니다. 모두 우리가 직접 운영하면서, 기업 파트너십을 통해 주거 단지나 소매 공간에 오뉴하우스 콘텐츠를 통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온라인 커뮤니티 기능도 추가해서, 어르신들이 오프라인, 온라인 공간을 통해 언제라도 서로 연결,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패션, 식품, 인테리어 등 여러 카테고리에서 시니어들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이커머스 플랫폼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IT동아: 로쉬코리아와 오뉴하우스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 대표: 50대 이상의 시니어라면 필수로 설치하는 앱으로 자리 잡아, 국내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대명사가 되고 싶습니다. 마치 젊은 세대에게 있기 많은 ‘무신사’처럼 말이죠. 시니어 곁에서 함께 활동하며 그들의 니즈와 데이터와 면밀히 분석해, 시니어들의 일상과 삶을 진정으로 향상시키고자 합니다.
오뉴하우스(오뉴 앱)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며, 개인에게 맞춘 콘텐츠를 추천 받아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외부 공간으로 나와 다른 시니어들과 교류하길 제안합니다.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