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바이버 “전문가 보증으로 신뢰 높인 명품 시계거래 플랫폼”
[IT동아 김예지 기자] 최근 명품은 단순한 사치품을 넘어 하나의 실물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속적인 가격 인상과 한정된 공급이 오히려 소비자의 소유욕을 자극하며, 중고 시장에서도 가치가 보존되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시계거래 플랫폼 ‘바이버(VIVER)’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자회사로, 실물 자산 중에서도 명품 시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스타트업이다. 바이버는 시계거래의 고질적인 신뢰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모든 시계를 감정하고 정품을 보증하며,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를 위한 안전장치를 제공한다. 바이버의 핵심 경쟁력은 ▲정밀 감정이 이뤄지는 ‘바이버 랩스’ ▲고객 접점 공간 ‘쇼룸’ ▲기술 기반 앱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시계거래 전 과정을 자체 인력과 시스템으로 직접 운영하는 데 있다.
바이버의 핵심 기능이 이뤄지는 곳은 바이버 랩스다. 진단팀은 시계의 상태 진단 및 기능 점검을 통해 정가품을 판별하고, 엔지니어팀은 수리 및 복원을 통해 시계를 최상의 상태로 상품화한다. 바이버는 여기에 기술력을 더해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AI) 렌즈’는 시계 모델을 자동 인식해 정보를 제공하며, 실시간 시세 인덱스 기능은 거래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도록 돕는다. 나아가, 바이버는 시계거래 플랫폼을 넘어 시계를 자산으로 체계화하기 위해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소유권 이력 기록 시스템 구축도 추진 중이다.
정밀한 시계 감정·복원…고객 신뢰 확보하는 시계 엔지니어
바이버 랩스를 이끌고 있는 박종호 바이버 엔지니어 총괄은 롤렉스에서 15년간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그는 바이버 설립 초기부터 합류했고, 현재는 15명의 시계 전문가와 함께 감정·진단·복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바이버의 시계 엔지니어는 시계 브랜드에서 최소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로, 서로 브랜드별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며 어떤 시계 브랜드라도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바이버에서 시계 진단은 고배율 현미경과 정밀 측정 장비를 이용해 진행되며, 모든 과정은 실시간 녹화된다. 고객은 쇼룸을 방문해 본인의 시계가 어떻게 점검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시계의 정품 여부, 상태, 기능 등 진단 결과는 감정 진단서로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감정 업체가 새상품이나 보증서가 있는 시계 위주로 진단하는 것과 달리, 바이버는 착용 흔적이 있는 중고 시계도 감정과 복원을 거쳐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박종호 엔지니어 총괄은 “중고 시계는 상태가 제각각이고, 부품이 뒤섞인 경우도 많다. 정교한 가품은 0.1mm 차이 수준으로 구분이 어려워 개인이 시계를 안전하게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며, “바이버는 외관뿐 아니라 내부 부품까지 완전히 점검해 진품을 감정하고, 수리를 통해 구매자가 새상품 수준의 시계를 받을 수 있도록 복원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바이버는 플랫폼 개설 이래 단 한 건의 오감정 사례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바이버는 서비스 초기부터 잘못된 감정으로 고객에게 금액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구매가의 300% 보상을 제공하는 고객 신뢰 유지 정책을 둔다는 점에서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된다. 박종호 엔지니어 총괄은 “시계 브랜드별 특성과 200여 개 부품의 구조 이해를 바탕으로 시계의 가치를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복원 작업의 역량도 중요하다. 그래야 시계거래 시 고객의 신뢰를 높인다”고 강조했다.
바이버, 불투명한 시계거래 구조 문제 해결
바이버의 이러한 시스템은 과거 불투명했던 중고 시계거래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한다. 박종호 엔지니어 총괄은 “과거에는 시계를 거래하는 당사자간 정보의 비대칭이 매우 컸다. 바이버는 직접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면서도 투명하게 거래 관련 정보와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원한다. 고객이 자산을 제값에 거래할 수 있게 돕는 게 바이버의 역할이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버에서 판매자는 직접 가격을 설정할 수 있고, 구매자는 투명한 감정과 진단 결과 등 모든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현재 바이버의 거래 수수료는 최대 60만 원으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바이버는 “아직 국내에는 투명한 시계거래 문화가 자리잡지 않았다. 바이버는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수수료를 낮게 책정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일부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계 사진 찍으면 정보 알려주는 ‘AI 렌즈’
바이버는 최신 기술의 정밀함을 더해 고객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바로 ‘AI 렌즈’다. 올해 5월 출시된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시계 사진을 앱에 업로드하면, AI가 유사 모델을 자동 인식해 시세·상품 정보·구매 가능 여부 등을 안내하는 기능이다. 복잡한 모델명이나 스펙을 몰라도 사진 한 장으로 시계의 시세와 재고를 확인할 수 있다.
AI 렌즈는 타사의 범용 AI 서비스와 다르게 시계에 특화됐다는 게 특징이다. 이원세 개발 총괄은 “시계 특성상 같은 모델이라도 다이얼 색상, 부품 크기 등으로 수백 가지 파생 모델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를 구분하기 위해 AI를 정교하게 튜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며, “바이버는 3년간 수집한 고품질 시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한 라벨링 작업을 거쳐 AI 정확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AI 렌즈는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해 시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고객도 다양한 모델을 쉽게 비교 및 선택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바이버는 8월 말 거대언어모델(LLM)을 접목한 AI 에이전트 기능을 추가해 시계거래의 접근성과 정확도를 동시에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시계를 실물 자산으로 체계화…블록체인과 연계
2021년 설립된 바이버는 지난 7월 기준 월 거래액 150억 원을 달성했다. 오프라인 공간인 쇼룸의 누적 예약 방문객 수도 4만 명을 돌파했다. 현재 롤렉스, 브레게, 오데마 피게, 까르띠에, 오메가, 불가리, 에르메스, 샤넬, 튜더 등 19개 브랜드를 운영하며, 고객 투표 결과를 반영해 유동성 높은 신규 브랜드 라인업 다변화를 준비 중이다. 연내에는 바이버 쇼룸 2호점도 개소할 예정이다.
바이버는 올해 해외 고객 확대를 위한 시스템 고도화에도 주력한다. 이원세 개발 총괄은 “현재는 해외 구매 고객 중심의 서비스 운영 초기 단계지만, 일본, 홍콩, 북미 지역 고객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본격 세계 시장 확대에 앞서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바이버는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력과 바이버의 실물 자산 운용 역량을 결합할 계획이다. 시계 감정 및 거래 이력을 대체 불가능 토큰(NFT) 형태로 기록하고 추적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바이버는 “시계는 자동차처럼 고유 식별체계가 없기 때문에 히스토리 기반 인증 시스템이 업계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호 엔지니어 총괄은 “시계의 가품을 구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증서 위조, 개런티 카드 위조, 대면 거래 위협 등으로 인해 소비자가 정가의 시계를 안전하게 구매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바이버는 전문성과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신뢰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