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에이닷 4.0으로 보는 최근 AI 업계의 추구 방향은?
[IT동아 김예지 기자] 인공지능(AI)이 더 이상 주어진 명령만 수행하는 수동적인 도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스스로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계획을 세우고, 여러 도구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한 뒤, 그 결과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자율적인 파트너로 진화 중이다. 최근 AI 업계의 화두인 ‘통합형 AI 에이전트’가 바로 그것이다.
SKT가 지난 8월 4일 발표한 자사의 AI 서비스 ‘에이닷(A.) 4.0’도 이러한 흐름을 따르고 있다. 에이닷 4.0은 사용자와 나눈 대화를 기억하고, 여러 하위 AI 에이전트를 결합해 사용자의 요청에 맞는 최적의 답변을 스스로 구성한다.
SKT 에이닷 4.0 ‘에이전틱 워크플로우’란?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최신 AI 기술인 '에이전틱 워크플로우(Agentic Workflow)'의 적용이다. 기존 AI가 사용자의 지시를 그대로 따라 “오늘 날씨 어때?”라는 질문에 날씨 정보를 알려주는 단답형 도구였다면, 에이닷 4.0은 스스로 사용자의 과거 대화를 바탕으로 맥락에 맞게 계획을 수행한다. 예컨대, 날씨에 대한 답변뿐만 아니라 “오늘 뭐 입을까?”라는 질문에도 날씨, 캘린더 일정, 장소 등을 종합해 옷차림을 추천해준다.
에이닷 4.0은 에이전틱 워크플로우의 핵심 요소인 ▲계획 수립(Planning) ▲외부 도구 활용(Tool Use) ▲다중 에이전트 협업(Multi-Agent Collaboration) ▲결과 평가 및 개선(Reflection) 등 일련의 작업 과정을 자율적으로 처리한다.
특히 에이닷 4.0에는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터’가 적용됐다. 이는 AI가 사용자 요청을 분석해 자동으로 적절한 하위 에이전트를 지정해 복잡한 요구를 능동적으로 처리하는 기능이다. 에이닷 3.0에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에 따라 에이전트를 직접 선택해야 했으나, 4.0에서는 사용자 요청을 분석하고 가장 적합한 하위 AI를 연결해 작업을 처리하도록 구현했다. 오케스트레이터는 사용자가 AI 에이전트와 나눈 대화부터 ‘메모리’에 저장된 정보를 반영해 구체화한다.
‘다중 에이전트 협업’ 기능이 에이닷 4.0의 핵심이다. 하위 에이전트 간 협력을 유도,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뮤직·증권 에이전트 등 기존에 별도로 제공되던 여러 에이전트가 하위 에이전트로 편입됐다. 덕분에 음악 추천·주식 정보 확인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대화창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사용자가 “오늘 날씨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줘”라고 하면, 에이닷은 날씨 정보 조회와 음악 선정을 스스로 진행한 후 최적의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한다.
세계 빅테크 각축장, 통합 지능 추구
SKT의 에이닷 4.0 고도화는 에이전트 협업을 통한 사용자 개인화 및 편의성 향상에 방점을 둔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비단 SKT만의 전략이 아니라, 이미 세계 AI 시장의 주요 트렌드다. 최근 AI 업계의 화두는 단순히 지시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사용자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고 계획에서부터 실행까지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통합된 AI 에이전트 모델로의 진화다.
대표적으로 퍼플렉시티가 추구하는 행동엔진(Action Engine)은 사용자의 질문과 요청을 받으면 단순히 텍스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웹 브라우징, 앱 호출, 복잡한 정보 수집까지 자동화하여 사용자의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제 ‘행동’을 스스로 수행한다. 지난 7월 출시한 코멧(Comet) 브라우저는 이러한 비전을 실제로 구현하는 중심 플랫폼이다.
오픈AI는 지난 7월 챗GPT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웹사이트와 상호작용하며 정보를 취합하는 오퍼레이터 기능과 심층 리서치 기능의 장점을 결합했다. 오픈AI는 “사용자의 지시를 기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유연하게 추론과 작동을 오가며 복잡한 워크플로우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픈AI는 6일(현지시간) 공개한 챗GPT-5에서 “이제 사용자가 직접 모델을 선택할 필요 없이 대화나 작업의 복잡도에 따라 적절한 모델이 자동 선택된다”고 말했다.
이를 구현하는 메모리 기능도 이미 다양한 서비스에서 시도 중이다. 챗GPT, 뤼튼 등을 비롯해 다양한 AI 서비스에서 사용자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메모리 설정을 통해 사용자는 보다 개인화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예컨대, 챗GPT에서 사용자는 맞춤 설정을 통해 닉네임, 직무, 관심사 등을 입력하고, AI의 특성을 선택해 맞춤형 답변을 받을 수 있다.
SKT도 에이닷 4.0이 과거 대화를 저장하기 때문에 새로운 요청 시 기억을 바탕으로 더 정확하고 맞춤화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이번 주말이 부모님 결혼기념일이야”라고 말하면, 이후 AI는 정보를 기억했다가 선물 추천이나 레스토랑 예약 시 더욱 적절한 제안을 할 수 있다.
일상 중심 사용자 친화적 기능 강화된 에이닷
SKT는 세계 빅테크와의 경쟁 속에서 한국 사용자들이 실질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추는 ‘일상 특화’ 전략을 내세운다. 여러 일정을 한 번에 관리하고, 음성 모드에서 끊김 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등 한국어 기반의 사용자 친화적 기능을 강화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AI와 역할극 형태로 대화를 나누는 ‘감성모드’의 추가다. 마음 상담, 꿈 해몽, 소꿉친구 역할극 등은 단순히 기능적 편의를 넘어 사용자와 정서적 유대를 쌓으려는 시도다. 이는 최근 사용자가 AI를 사용하는 목적에서 감정 이해가 늘어난 점을 반영한다. 더불어 SKT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개편으로 이용 편의성도 강화했다.
한편, SKT는 에이닷 가입자가 출시 약 2년 만에 1000만 명을 넘었고, 월간 실사용자(MAU)는 81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SKT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에이닷은 더욱 사용자 친화적인 AI 비서로 진화했고, 국내 사용자들의 AI 일상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