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보호 한도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 어떤 예금이 보호받을까?

강형석 redbk@itdonga.com

2025년 9월 1일부터 예금 보호 한도가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된다 / 출처=셔터스톡
2025년 9월 1일부터 예금 보호 한도가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된다 / 출처=셔터스톡

[IT동아 강형석 기자] 2025년 9월 1일부터 예금 보호 한도가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2배 상향된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7월 22일, 국무회의에서 예금 보호 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하는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등 6개 대통령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예금 보호 한도 개정은 2001년 이후 24년 만의 조치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 경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금융 안전망의 핵심인 예금 보호 한도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이 때문에 경제 규모와 국민 자산 수준에 비해 금융 안전망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통계청 지표누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GDP)은 2001년 2266만 원에서 2024년 약 4391만 원으로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보호대상 예금은 2001년 약 550조 원에서 2024년 3098조 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예금 보호 한도 자체가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점도 개정안 발의에 힘을 실어줬다. 예금보험공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 25만 달러(약 3억 4730만 원), 영국 8만 5000 파운드(약 1억 5720만 원), 독일 10만 유로(약 1억 6093만 원), 일본 1000만 엔(약 9428만 원)까지 예금자의 예금을 보호해 주고 있다.

실적배당형 상품 제외하면 대부분 원금과 이자 보호 가능

예금 보호 한도는 예금 가입 시점과 무관하게 1억 원으로 확대 적용된다. 2025년 9월 1일 이전에 가입한 예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1억 원 한도 내에서 보호받게 된다. 예금 보호 한도가 적용되는 금융권은 예금보험공사 보호 대상(은행, 저축은행, 보험사, 금융투자회사)과 개별 중앙회 보호 대상(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모두 포함된다. 2025년 9월 1일 이후, 금융사나 상호금융 조합·금고가 파산을 이유로 예금 지급이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하면 가입자 예금 1억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 및 상호금융 중앙회(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홈페이지를 통해 보호 상품 여부 파악이 가능하다 / 출처=IT동아
예금보험공사 및 상호금융 중앙회(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홈페이지를 통해 보호 상품 여부 파악이 가능하다 / 출처=IT동아

단순 예ㆍ적금 외에도 별도로 보호 한도를 적용하고 있는 퇴직연금(확정기여형, 개인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연금저축(공제), 사고 보험금(공제금)의 예금 보호 한도 역시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한다. 다만 보호상품으로 운용되는 경우로 한정해 보호를 받는다. 예로 퇴직연금 적립금 1억 원 중 예금이 7000만 원, 펀드가 3000만 원이라면 예금인 7000만 원만 보호 받게 된다. 한 금융사에 여러 예ㆍ적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모든 상품을 합쳐 1억 원까지 보호받는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상향된 예금 보호 한도를 알리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2025년 9월 1일 전까지 고객 안내와 예금보험 관계 표기 등 예금 가입자가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조치한다. 우선 예금보험공사 외에 상호금융 중앙회(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등 각 홈페이지에서 보호 상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금융상품이 보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개정된 예금자보호법은 '원금 보장형' 상품을 중심으로 보호한다. 은행의 보통예금, 정기예금, 정기적금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 증권사가 투자에 사용하지 않고 계좌에 현금으로 남아있는 고객예탁금, 보험사 고객이 낸 보험료와 변액보험의 최저 보증금 등이 보호 대상이다.

예금이 아닌 투자 관련 상품은 종금형 CMA 계좌를 제외하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 출처=셔터스톡
예금이 아닌 투자 관련 상품은 종금형 CMA 계좌를 제외하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 출처=셔터스톡

반면 투자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돼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들은 대부분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주식, 채권,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머니마켓펀드(MMF) 등이 대표적이다. 은행이 발행한 양도성예금증서(CD)나 환매조건부채권(RP)도 예금 보호 대상이 아니다. 종금형을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예금 보호 한도 대상이 아니므로 CMA 상품에 가입했다면 종금형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된다.

종금형 CMA 계좌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판매하는 계좌다. 금융회사가 자금 확보를 위해 자기신용으로 융통어음(단기자금 조달용 어음)을 발행하고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1년 미만 단기 상품이다.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실적배당형이지만 예금 보호가 가능하다. 하지만 종합 금융 업무 인가를 받은 증권사만 취급할 수 있어 가입 절차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환매조건부채권(RP) CMA는 통장에 입금된 돈을 증권사가 국공채, 은행채 등 환매 조건부 채권에 직접 투자, 수익금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머니마켓펀드(MMF)형 CMA는 자산운용사가 관리하는 계좌로 단기국공채, 기업 어음(CP), 양도성 예금증서(CD) 등에 직접 투자해 수익금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식이다. 발행어음형 CMA는 증권사가 직접 발행한 약속어음(차용증)에 투자하고 수익금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예금 보호 한도 확대로 무엇이 달라질까?

단기적으로 보면 예금 보호 한도가 1억 원으로 확대되면서 예금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됐다. 안심하고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외에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보호 한도 5000만 원에 맞춰 여러 금융사에 분산 예치하는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 관리의 편의성이 개선됨을 의미한다.

하지만 경제 논리에 따라 예금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이동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안정성을 이유로 제2금융권에 예금을 예치하지 않았던 예금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사 등으로 자금을 옮길 유인이 생긴 것이다.

은행연합회 예금상품금리 공시 기준 금리는 0.01%~3%(입출금 자유예금, 한도 제약없음) 정도다. 반면, 저축은행중앙회 예금상품금리 공시 기준 금리는 1%~3%(입출금 자유예금, 한도 1억 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대 조건이나 실적 등을 제외하면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정기예금 계좌는 2314만 7000좌, 금액은 1072조 5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1억 원 이하는 2233만 좌, 306조 5280억 원이다. 자금 전부가 이동하지 않겠지만 이 예금들이 예금 보호 한도 금액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유동 자금인 셈이다.

대한민국 예금자 보호 시스템은 새로운 보호막을 갖출 예정이다. 하지만 강화된 안전망이 튼튼한 금융 시스템으로 이어지려면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유동성ㆍ건전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예수금 잔액 모니터링에 나선다. 예금이 저축은행ㆍ상호금융으로 유입될 경우, 고위험 대출과 투자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도 강화한다.

금융사는 부담이다. 예금보험제도의 재원은 금융기관들이 내는 예금보험료로 충당된다. 보호 한도가 1억 원으로 상향된다는 것은 예금보험공사의 잠재적 부채가 되며 위험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사들은 당장 예금보험료 인상 폭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하반기 중에 적정 예금보험료율 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사의 부담을 고려해 새로운 예금보험료는 2028년에 납입할 시점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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