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타결...최악은 피했지만 여전히 과제 남은 車 업계
[IT동아 김동진 기자]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을 벌인 결과, 지난 4월부터 적용된 25% 고율 자동차 관세가 일본, EU 등 경쟁국과 동등한 15% 수준으로 낮아졌다. 미국시장은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278만대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시장이다. 경쟁국보다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면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했다. 25% 관세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여전히 자동차 업계에 산적한 과제를 고려하면 맞춤형 지원책과 전략 도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동차 관세 15%로 낮아졌지만…한미 FTA 고려하면 경쟁국과 2.5% 차이 극복해야
지난 7월 31일 대통령실은 “미국 정부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이 한국에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 관세 25%는 15%로 낮아졌으며,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인하됐다. 미국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주요 자동차 생산국(일본, EU)과 동등한 관세율이지만 일각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치가 시작되기 전 미국은 한미 FTA에 근거, 한국산 자동차에 관세 면제 조치를 시행했다. 반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에는 2.5%의 관세를 붙였다.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사는 이 2.5% 차이 덕분에 경쟁국 제품에 비해 가격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다.
예컨대 동급인 현대 아반떼(2만2125달러, 약 3070만 원)가 폭스바겐 제타(2만2995달러, 3200만 원)보다 약 4.2% 저렴한 식인데, 관세율이 같아지면 2.5%만큼 가격 차이가 좁혀진다. 일본과 EU가 기존 2.5% 관세에서 12.5%포인트 올린 15%로 합의한 점을 고려하면 협상 과정에서 일본이나 EU보다 더 낮은 12.5%의 관세를 따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나오는 이유다. 관세 25%라는 최악의 결과는 피했고 불확실성도 걷혔으나 자동차 업계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지난해 기준 미국시장은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278만대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시장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국 수출 의존도는 46.7%이며 완성차와 부품의 경우 각각 49.1%, 36.5%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제조사는 SUV,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뛰어난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공략해 왔다. 예컨대 2004년 69만 대를 미국 시장에 판매했던 현대차와 기아는 2024년 171만 대를 판매, 19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관세 영향으로 영업이익 감소가 연간 최대 5조 원 이상일 것으로 예측됐으며, 3분기만 해도 약 1조3000억 원의 관세 비용 부담이 발생할 전망이다.
한국 GM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매출 대부분을 북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GM의 지난 상반기 수출 물량 (24만1294대) 중 84.6%(20만4345대)는 미국으로 향했다. 무관세로 수출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15% 관세는 큰 부담이다. 이 기업은 내수 부진과 끊임없는 철수설, 노사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관세 영향까지 겹치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을 맞이했다.
자동차부품 산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완성차뿐만 아니라 엔진, 변속기, 섀시, 자동차 유리, 타이어, 배터리, 모터 등 전동화 부품까지 광범위한 영역이 고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가뜩이나 미래차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 자동차부품 업계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자동차부품 산업의 경우 2017년 이후 대미 수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자동차부품 수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4.5%에서 2024년 36.5%로 12.0%포인트 늘었다. 미국의 고관세 기조로 부품산업 지형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컨대 부품 기업이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현지생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출물량을 대체하면서 대미 수출이 감소할 전망이다. 완성차 가격 인상에 따라 수출이 줄어 부품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국 고관세 정책에 대한 리스크에 취약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지생산 확대나 수출 다변화와 같은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는 앨라배마 공장(36만 대)과 조지아공장(34만 대) 생산량을 최대 50만 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미국 현지 연간 생산량 목표치를 120만대 이상으로 잡으며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동차부품에 붙는 높은 관세는 미국 내 생산 차량의 부품 조달 비용 상승과 공급망 차질로 이어질 것이다. 이로 인해 차량 가격도 상승할 전망”이라며 “한국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14개의 차량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한국에서 36.2%의 부품을 조달하고 있어 현지에서 차량을 생산해도 생산원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판매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금융·세제 지원 및 경영 안정화 등 단기적 지원과 기술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장기적 지원 방안 필요하다. 새로운 사업으로 진출하는 것도 하나의 대응 방안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미국 내 AS부품은 가격경쟁 우위를 지닌 중국, 멕시코 등에서 주로 공급하고 있으나 미국이 중국산 부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AS부품 시장 진출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