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명확한 제도적 기반 필요”

한만혁 mh@itdonga.com

[IT동아 한만혁 기자]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데 이어 홍콩, 호주, 영국 등 주요 금융 선진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잇달아 허용했다.

이후 기관투자자, 법인, 개인 등 다양한 투자자가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했고 비트코인 ETF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성장했다. 비트코인 ETF를 이용하면 운용사를 통해 보다 쉽고 안전하게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비트코인 ETF 허용은 다양한 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시장 투명성과 신뢰성, 안정성을 강화하고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ETF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 시장의 혁신을 꾀함으로써 글로벌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다.

비트코인 ETF 국회 포럼 현장 / 출처=IT동아
비트코인 ETF 국회 포럼 현장 / 출처=IT동아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위원과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7월 30일 ‘한국형 비트코인 현물 ETF : 디지털자산과 자본시장 혁신’을 주제로 국회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학계, 법조계, 업계 전문가가 참여해 비트코인 ETF 허용 관련 주요 쟁점에 대해 논의했다.

비트코인 ETF 허용 위해 규제 명확성 필요

김준영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주제 발표를 통해 비트코인 ETF 허용을 위한 주요 쟁점으로 가상자산의 기초자산성 여부, 신탁업자의 수탁 대상 자산, 신탁 운영 방법 등을 언급했다.

김준영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가상자산의 기초자산성 여부를 꼽았다. 그는 “정부는 자본시장법 위배 소지가 있다면 비트코인 ETF를 금지했다”라며 “비트코인 ETF 허용을 위해서는 가상자산이 기초자산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통화(외국 통화 포함) ▲일반 상품(농축수산물, 임산물, 광산물, 에너지에 속하는 물품 등) ▲신용위험 ▲그밖에 자연적, 환경적, 경제적 현상에 속하는 위험 등이다. 김준영 변호사는 “가상자산이 일반상품이나 그밖에 경제적 현상에 속하는 위험에 속할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라며 “이는 지난 6월 27일 발의된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면 명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개정안은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으로 가상자산을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탁업자의 수탁 대상 자산에 대해서는 입법을 통해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신탁법상 신탁업자는 금전, 증권, 금전채권, 동산, 부동산, 부동산 관련 권리, 무체재산권 외의 재산을 수탁할 수 없다. 김준영 변호사는 “가상자산이 넓은 의미의 무체재산권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있지만 이 역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김준영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 출처=IT동아
김준영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 출처=IT동아

또 하나의 쟁점은 신탁 운영 방법이다. 김준영 변호사는 금전과 가상자산 신탁 운영 방법으로 ▲금융기관이 모두 수행하는 방식 ▲가상자산사업자가 모두 수행하는 방식 ▲금융기관이 수행하면서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위탁하는 방식을 소개하고, 금융기관이 금전에 대한 신탁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상자산 관련 업무는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위탁하는 방식이 실무적, 법률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신탁 운영을 금융기관이나 가상자산사업자가 전담할 경우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취급 금지 정책, 기술적 역량 부족, 관련 라이선스 부재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다.

김준영 변호사는 “비트코인 ETF 허용을 위해서는 기초자산 여부, 신탁업자의 수탁 대상 자산, 신탁 운영 방법, 지수, AP 및 LP 등에 대한 실무적 제도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ETF 허용 전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수

이어 발표를 진행한 김남호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은 비트코인 ETF 허용을 위해 ▲지수 산출 가이드라인 ▲비트코인 가격 적정성 ▲ETF 설정 및 환매 방식 등을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호 본부장은 “비트코인 지수 산출 시 기준이 되는 가격과 해외 거래소 가격 반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라며 “해외 거래소 가격을 포함할 경우 해당 거래가 국내에서 허용되어야 하며 이에 맞는 운용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비트코인 기준 가격을 확정할 때는 해당 가격이 공신력과 대표성을 갖춘 객관적인 가격인지 검토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지수 산출, 심사, 승인 주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남호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우) / 출처=IT동아
김남호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우) / 출처=IT동아

ETF 설정 및 환매 방식으로는 현물 납입 방식과 현금 납입 방식을 제시했다. 현물 납입 방식은 투자자나 증권사가 ETF 발행사에 비트코인 현물을 납입하고 이에 상응하는 ETF 수익증권을 받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발행사가 직접 가상자산 매매를 하지 않아 비용 효율성이 높지만 비트코인 출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자금세탁방지(AML), 고객신원확인( KYC) 등의 모니터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금 납입 방식은 ETF 발행사가 투자자로부터 현금을 받고 직접 비트코인을 매수한 뒤 ETF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가상자산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고 규제당국은 운용사만 모니터링하면 되므로 관리가 용이하다. 단 ETF 발행사 역량에 따라 ETF 운용 능력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김남호 본부장은 “지금까지 ETF는 자본시장법을 통해 정의되고 운용되어 왔다”라며 “비트코인 ETF는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에 정책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자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ETF 국회 포럼 주요 참석자 / 출처=IT동아
비트코인 ETF 국회 포럼 주요 참석자 / 출처=IT동아

이날 포럼에 참여한 남창우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 사무관은 “비트코인 ETF 도입은 가상자산 투자 접근성 향상과 가상자산 시장 신뢰성 제고 및 저변 확대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과 전통 금융 시장 자금 이동으로 인한 금융 시장 안정성 및 건전성, 투자자 보호 등의 우려도 있다”라며 “법 개정 외에도 현금 설정 방식, 가상자산 매입 주체, 보관 방식, 기준 지수 산정 등 다양한 쟁점이 존재하고 시장 참여자의 인프라,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각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정성을 위해 신중한 것도 좋지만 지금은 속도가 중요한 시기”라며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관련 규제를 빠르게 검토하길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과거의 관점을 고수하면 새로운 것의 도입이 뒤처진다”라며 “과거의 관점에서 벗어나 가상자산으로 인한 새로운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글로벌 주요국은 미래 금융 생태계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가상자산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규율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금융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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