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파 데스크탑, 에이수스 CG8270
PC라 하면 데스크탑이 떠오르던 시절도 이젠 까마득한 옛날인 것 같다. 요즘 PC 광고만 봐도 대부분 노트북이나 태블릿PC이며 간혹 올인원PC(모니터 일체형 PC)가 등장해 구색을 맞추는 정도다. 이렇게 데스크탑이 PC 시장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데스크탑의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 그리고 노트북을 비롯한 휴대용 PC의 상품성이 대단히 좋아졌다는 점이 가장 클 것이다.
그래도 큰 모니터에 치기 편한 키보드, 그리고 높은 성능은 변함 없는 데스크탑의 매력이다. 덕분에 업무용에서 오락용까지 다양한 부문에 널리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데스크탑 시장 자체가 축소 되다 보니 제조사들이 쓸만한 데스크탑 제품을 좀처럼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PC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기업들도 가격 경쟁력을 중시하는 보급형 제품이나 가뭄에 콩 나듯 내놓는 정도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에이수스(ASUS, 일명 아수스)는 고성능 데스크탑을 내놓으려 하고 있다. 에이수스코리아에서 조만간 국내에 출시할 CG8270을 살펴보자. 참고로 본 리뷰에 사용한 제품은 해외 판매 제품이므로 국내에 출시될 모델은 약간의 구성 변경이 있을 수도 있다.
보수적인 터치의 외관
CG8270의 전반적인 외형은 별다른 기교나 꾸밈이 없는 전형적인 미들타워 형태의 데스크탑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고리타분한 구식 티가 나는 것은 아니다. 전면을 은은한 그레이 컬러의 금속 패널로 마감해 고급스런 느낌을 살리고 헤어라인(실선) 무늬를 넣어 멋을 냈다. 전원 버튼은 본체 정면이 아닌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구성은 PC 본체를 책상 밑에 두고 쓰는 경우에 편리하다.
각종 전면 장치는 도어로 덮여있어 평상시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총 3개의 도어가 있는데, 가장 위쪽도어를 열면 멀티카드리더 및 음성 입출력 포트, 그리고 4개의 USB포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4개 중 2개는 최신 규격인 USB 3.0 규격이라 이를 지원하는 외장하드나 USB메모리를 꽂으면 파일의 복사나 이동 작업을 빠르게 할 수 있다. 참고로 CG8270는 전면 외에 후면에도 2개의 USB 3.0 포트를 갖췄다.
아래쪽 나머지 2개의 도어를 열면 ODD(광디스크드라이브)를 장착하는데 쓰는 5.25인치 규격의 외부 베이가 있다. 리뷰에 사용한 제품은 CD 및 DVD를 굽거나 쓸 수 있는 DVD 멀티 드라이브가 1개 탑재되어 있었다. 이는 국내 출시 시에는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참고만 하도록 하자.
후면 및 액세서리의 구성도 무난
본체 후면의 포트 구성은 전반적으로 평범한 가운데, 무선랜(와이파이)접속을 할 때 쓰는 안테나가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무선 인터넷을 쓰고자 할 때 요긴할 것이다. 다만, 안테나의 위치가 모니터 출력 포트와 지나치게 가까워서 DVI 방식의 모니터와 연결하려고 하면 모니터 케이블과 안테나가 서로 간섭을 받는 구조로 되어있다. 물론, 안테나를 약간 기울여서 쓰면 기능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썩 보기 좋은 형태는 아니다.
모니터 출력용 포트는 DVI와 D-Sub, 그리고 HDMI를 각각 1개씩 갖추고 있어 대부분의 PC용 모니터 및 HD TV와 호환된다. 총 포트 수는 3개지만 이 중 동시 화면 출력이 가능한 것은 2개까지이니 혹시나 3개 이상의 모니터를 동시에 사용하고자 했던 사용자라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CG8270에 탑재된 엔비디아 지포스 GTX 550 Ti 그래픽카드의 기본적인 특성이니 에이수스의 잘못은 아니다.
본체와 함께 제공되는 키보드와 마우스는 무선 방식이다. 하나의 수신기만 USB 포트에 꽂으면 키보드와 마우스를 동시에 쓸 수 있으며, 마우스에는 DPI(해상도)전환 버튼이 있어서 커서가 움직이는 감도를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최근 나오는 마우스답지 않게 측면 버튼(웹 브라우저의 뒤로 가기 기능)이 없는 점이 아쉽고, 키보드는 두께가 얇은 편이라서 그런지 키가 눌리는 깊이도 다소 얕은 편이라는 점이 약간 마음에 걸린다. 아무튼 사용자의 취향을 제법 탈 것 같은 물건들이다.
균형과 기본기 중시한 내부 구성
고성능을 표방하는 데스크탑이 종종 나오지만, 세부적인 지향점은 모델마다 약간씩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게이밍 PC를 지향하는 제품이라면 고성능 그래픽카드나 고감도 마우스를 탑재해 나오는 경우가 많으며, 멀티미디어 감상용 PC라면 TV 수신기능이나 블루레이 드라이브 등을 갖추기 마련이다. 반면, CG8270의 경우는 분명 고성능 PC이긴 하지만 어느 한쪽을 특별하게 지향한다기 보다는 전반적인 균형, 그리고 기본기를 중시하는 보수적인 컨셉이 엿보인다.
이는 내부 구성을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CG8270의 두뇌는 인텔의 3세대 CPU(중앙처리장치) 중에서도 상급형에 해당하는 코어 i7-3770이다. 고성능 CPU를 탑재한다 하여 PC의 특정 기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PC 전반의 기본기와 잠재 능력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리고 CPU가 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한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램(주기억장치)역시 16GB의 대용량을 탑재했다. 이 역시 CG8270의 높은 기본기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게임 성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그래픽카드의 경우, 엔비디아의 중상급형 제품인 지포스 GTX 550 Ti를 탑재했다. GPU와 램의 사양이 워낙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래픽카드 쪽이 약해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상당히 쓸만한 성능이며, 실제로 지포스 GTX 550 Ti는 최근 PC방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그래픽카드이기도 하다. CG8270이 본격적인 게이밍 PC임을 내세우고 있지는 않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다.
SSD와 하드디스크 동시 탑재로 속도와 용량의 균형 이뤄
PC의 성능을 따질 중요도에 비해 의외로 많이 간과되는 것이 바로 데이터 저장장치의 속도다. 사실 CPU나 램의 성능이 아무리 높더라도 하드디스크를 비롯한 저장장치의 속도가 느리면 PC 전반의 체감 속도가 크게 저하된다.
CG8270의 경우, 64GB의 SSD(반도체 기반 저장장치)를 탑재해 운영체제를 부팅하거나 프로그램을 실행했을 때의 속도를 크게 개선했다. 다만, SSD는 속도가 빠른 대신 데이터 저장용량이 적은 것이 단점이다. 이를 위해 CG8270는 64GB의 SSD외에 1TB의 일반 하드디스크를 함께 갖춰 속도와 용량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았다.
실제 성능은 어때?
제품의 외관과 내부 사양을 알아봤으니 다음은 CG8270의 실제 성능을 체감해 볼 차례다. 일단 부팅 속도를 측정해봤다. PC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윈도7의 부팅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해 보니 35초 정도의 제법 짧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역시 SSD 탑재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CG8270에 달린 USB 3.0 포트를 이용한 파일 이동 복사 테스트도 해봤다. USB 3.0은 기존의 USB 2.0에 비해 이론 상 10배 이상의 대역폭(데이터가 이동하는 통로)를 갖추고 있어 저장장치에 적용하기에 적합하다. USB 3.0을 지원하는 외장하드에 담긴 총 45GB 남짓의 HD급 동영상 20여 개를 CG8270의 내장 하드디스크로 복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USB 2.0 포트를 이용할 경우에는 파일 복사를 마치기까지 23분 21초가 걸린 반면, USB 3.0 포트를 이용할 경우에는 이보다 3배 이상 빠른 7분 38초 만에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상당히 큰 차이다. 참고로 PC 쪽의 포트가 USB 3.0 규격이더라도 접속 기기가 USB 2.0이라면 USB 2.0 수준의 성능 밖에 내지 못한다. 따라서 CG8270 이용자가 USB메모리나 외장하드를 구매하려 한다면 되도록 USB 3.0 규격 제품을 선택하도록 하자.
다음은 게임 성능을 테스트해 볼 차례다.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디아블로3’ 를 구동해 성능을 가늠해봤다. 참고로 화면 해상도는 1,680 x 1,050, 그래픽 옵션은 모두 ‘높음’으로 설정했으며 대성당 지하 2층 던전에서 20여분 정도 플레이하며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평균 100 프레임 내외, 적들이 많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80 ~ 90 프레임 내외의 상당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30프레임 정도면 플레이에 지장이 없는 수준, 60프레임 이상이면 대단히 원활한 수준으로 평가하곤 하는데, CG8270 정도면 디아블로3 정도의 게임을 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문서를 열람하면서 HD급 고화질 동영상을 실행시키고,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동시에 디아블로3를 플레이 하는 다중 작업을 체험해 봤다. 창 4개를 동시에 띄우느라 화면이 모자랄 지경이었지만 동영상이 끊기거나 게임 속도가 느려지는 일은 없었으며, CPU 점유율도 5% 남짓이었다. 이 정도 성능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다양한 계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만능 PC
에이수스 CG8270는 상당히 전형적이면서 보수적인 구성을 지향하는 정통파 데스크탑이다. 이것만 봐서는 상당히 진부해 보일 만도 한데, 기본기 보다는 개성, 성능 보다는 넘치는 휴대성과 가격을 강조하는 PC가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이런 제품이 신선해 보일 수 있다.
전반적인 구성 면에서 어떤 특별한 작업에 최적화 된 것은 아니지만, 그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낼 수 있다. 게이머는 물론, 멀티미디어 애호가, 비즈니스맨, 그래픽 디자이너 등, 각기 다른 직업과 취향을 가진 다양한 사용자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12년 9월 현재 에이수스코리아는 CG8270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출시일과 가격을 조율 중이라고 하니 만능 PC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관심을 가지고 에이수스코리아의 발표를 기다려보도록 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