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페이스 야간 교육 가보니··· '참여율 3배, 직장인 예비창업자도 OK'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는 국내 제조창업 환경과 교육 및 전문 메이커의 사업화 연계를 지원하기 위한 ‘메이커스페이스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2018년 5개소로 시작한 메이커스페이스 전문랩은 현재 17개소가 운영 중이다. 이들은 전문 제조장비 대여와 장비 교육, 관련 제조창업 스타트업 육성 사업 등을 추진하며 국내 메이커 문화 확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메이커스페이스 센터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메이커 문화 체험 및 창작 활동 지원을 위한 일반랩, 일반랩 중 금속, 목공 등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특화랩, 전문 창작 활동과 시제품 제작, 창업 사업화 지원까지 지원하는 전문 랩으로 나뉜다. 작년과 올해는 3개 기관이 1개 컨소시엄으로 구성되는 협업형 메이커 스페이스까지 추가하며 지원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메이커 문화·제조창업 거점으로 거듭난 전문랩, 야간 교육에 눈길


메이커스페이스 야간교육이 열리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그리너 메이커스페이스를 직접 찾았다 / 출처=IT동아
메이커스페이스 야간교육이 열리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그리너 메이커스페이스를 직접 찾았다 / 출처=IT동아

하지만 기관에서 운영하는 특성상 이용 시간에 제약이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하 서울과기대) 그리너 메이커스페이스와 세종 홍익메이커랜드 두 곳을 제외한 다른 전문랩 15곳은 모두 오전 혹은 낮 시간대에만 교육을 진행하고, 5시 전에 3D 프린터 이용을 마무리해야 하는 곳도 있다. 온라인 교육을 대체제로 제공하는 곳은 목포 MNU메이커스페이스와 부산 PNU V-SPACE 센터 두 곳이다. 이때문에 퇴근 후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이 참여하고 싶어도 교육을 듣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메이커스페이스 야간교육 직접 가보니··· 예비창업·대학생 많아

한편 서울 동북권 제조창업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과기대 그리너 메이커스페이스는 올해부터 야간 교육을 정식 교육 프로그램으로 배정했다. 기존에도 매월 두 차례씩 주간 교육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야간 교육이 한번씩 더 추가된다. 올해 진행될 교육은 총 20회 이상이다. 공과대학 특성상 주간 시간대에도 참여하는 대학생들이 적지 않지만, 직장인과 예비창업자, 일과 이후 시간을 활용하려는 대학생들을 위해 야간 교육을 별도로 잡았다.

그리너 메이커스페이스 팀장은 “본 센터는 설립 이후 정기적으로 장비 교육을 진행해왔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 예비창업자들로부터 방과 후, 근무시간 이후에도 교육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꾸준히 받았다. 올해는 참여자들의 뜻을 적극 반영해 야간 장비 교육을 새롭게 개설했다”라고 야간교육 도입 취지를 밝혔다.


주간 교육보다 야간 교육의 참여도가 몇 배나 높다. 일과 후 직장인과 대학생, 예비창업자의 참석률이 높아서다 / 출처=IT동아
주간 교육보다 야간 교육의 참여도가 몇 배나 높다. 일과 후 직장인과 대학생, 예비창업자의 참석률이 높아서다 / 출처=IT동아

기자가 방문한 교육은 지난 6월 17일 18시 30분부터 21시 사이에 열린 ‘레이저 커팅기 장비교육’이며 총 30여 명의 대학생 및 예비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장비 안전교육과 레이저 커팅기 소프트웨어 교육, 장비교육 실습 등이 진행됐다.

특히나 주간 교육은 모집 인원이 10여 명 안팎인데, 야간 교육은 30여 명으로 많은 편임에도 만석이었다. 최근 대학생들이 예비창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꼭 창업이 아니더라도 과제 수행을 위해 레이저커팅기 소프트웨어 및 장비를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 과정은 그리너 스페이스 내 활용할 수 있는 장비 안내 및 장비 설명이 제공됐고, 이어서 레이저 커팅기 작동에 필요한 전용 소프트웨어 설치 및 실제 모델링 제작 과정이 진행됐다.

최태호 매니저가 참석자를 대상으로 장비 안전교육을 실시 중이다 / 출처=IT동아
최태호 매니저가 참석자를 대상으로 장비 안전교육을 실시 중이다 / 출처=IT동아

교육 이후에는 올해 확장이전한 그리너 스페이스 이노베이션관으로 이동해 실제 레이저 커팅기 활용 교육 및 실습이 진행됐다. 교육에 사용된 레이저 커팅기는 일반인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150W 돔보 레이저 커팅기와 220W CO2 레이저 커팅기 두 개다. 참가자들은 메이커스페이스 소속 최태호 매니저의 안내 하에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앞서 제작한 모델을 제조하는 식으로 교육을 받았다.

레이저 커팅기 안전 교육을 진행한 최태호 매니저는 “주간 교육보다 야간 교육의 참여 빈도가 훨씬 높으며 예비 창업을 고려 중인 직장인이나 사업을 시작한 지역 내 예비창업자가 많이 지원한다. 장비 교육은 창업지원단 홈페이지 공고를 확인한 뒤 신청하면 되고, 교육 이수 뒤에는 해당 장비에 대한 사용 예약 신청 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장비 안전교육을 거쳐도 활용 자체는 어려운 만큼 상주 담당자가 장비 이용을 도와드린다”라고 답했다.

한편 그리너 메이커스페이스는 학교 방학기간 중 ‘3D프린터 자격증 실기 특장’ 과정을 운영한다. 초급반은 오는 7월 9일부터 11일 사이 14시에서 18시 사이 진행하며, 중급반은 7월 15일에서 17일 사이 14시에서 18시 사이 진행한다. 또한 중급반은 15일에서 17일 사이 18시 30분에서 22시 30분 사이 야간 교육도 진행해 직장인 및 예비창업자의 참가를 돕는다.

서울과기대 전문랩, 최근 부지 확장하며 메이커스페이스 역할 강화

서울과기대 그리너 스페이스가 추가 근무를 하면서까지 야간 교육을 진행하는 이유는 지역 사회에 대한 공공 서비스 강화 목적이 크다. 게다가 지난해까지 메이커스페이스 일반 장비는 상상관에 있고, 대형 전문 장비는 약 500미터 떨어진 하이테크관과 250미터 떨어진 학군단까지 세 곳에 분산 배치돼 접근성이 떨어졌다.

그러다 올해 초 모든 전문 장비를 학군단으로 이전 배치해 물리적인 거리를 크게 좁혔다. 장비 배치도 금속가공실, 레이저 커팅실, 목공실로 나눠 동선을 최적화했다. 이전을 통해 메이커스페이스 전문랩의 기능과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으며, 더 많은 지역 주민과 예비창업자, 대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게 정기 야간교육까지 추가한 것이다.


그리너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수공구 및 선반 장비들 / 출처=IT동아
그리너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수공구 및 선반 장비들 / 출처=IT동아

서울과기대 그리너 메이커스페이스의 장비는 대학생 및 일반 예비창업자가 쓰기 좋은 장비부터 시제품 제조 및 전문 작업 환경을 위한 고급 장비까지 다양하다. 본관인 상상관에는 전문가용 SLA 프린터와 FDM 프린터, UV 프린터, 일반 작업을 위한 수공구 메이커스룸이 있다. 학군단에 위치한 이노베이션 팩토리에 금속 가공실, 레이저 커팅실, 목공실이 각각 있다.


금속 3D 프린터나 6000W급 화이버 레이저 커팅기까지 전문가를 위한 고급 장비들도 갖춰져있다 / 출처=IT동아
금속 3D 프린터나 6000W급 화이버 레이저 커팅기까지 전문가를 위한 고급 장비들도 갖춰져있다 / 출처=IT동아

이노베이션 팩토리에서 사용 가능한 3D 프린팅 장비는 SLM 금속 프린터, SLA 폼3+ 프린터 등이 있다. CNC장비는 CNC 머시닝 센터를 비롯한 추가 장비가 있고, 특수 가공 장비로는 일반 사용자용 220W 및 150W 레이저 커팅기는 물론 전문가용 2000W CO2 레이저 커팅기와 6000W 화이버 레이저 커팅기 등도 마련돼있다. 또한 산업용 등급의 EOS M 290 금속 3D 프린터까지 구비하고 있어 작업 가능한 수준의 폭이 넓다.

이외에도 다양한 용도의 전동 목공 장비, 용접기 등이 갖춰진 목공실도 마련돼있다. 그리너 메이커스페이스에 구비된 장비는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메이커스페이스 이용 대상은 창업동아리 및 보육센터 입주자, 창업지원단 관련 사업 참여자와 대학생 및 교직원 등이고, 최소 3일 전 사용 신청 이후 담당자 협의를 거쳐 이용할 수 있다.

제조창업 활성화 위한 야간교육 많아져야

창업진흥원이 발표한 2024년 창업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창업한 사람 중 83.3%는 창업 직전까지 취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직전에 취업하지 않은 미취업 창업자 16.7%중 73.1%는 취업 준비나 휴직, 무직이었고, 25.6%는 전업 주부였다. 전체 창업자 중 83.7%는 교육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고 교육을 받은 사람은 16.3%에 불과했다.


창업 전 관련 교육을 받았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야간 교육처럼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이 늘어나야하는 이유다 / 출처=IT동아
창업 전 관련 교육을 받았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야간 교육처럼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이 늘어나야하는 이유다 / 출처=IT동아

결론적으로 2022년 신규 창업한 사람 대다수는 회사를 다니면서 신규 사업을 준비했지만 정작 창업 관련 교육을 받기는 어려웠다. 제조 창업에 한정하더라도 대다수 창업 교육이 근무 시간 내에만 진행되므로 받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과기대 그리너 메이커스페이스의 야간교육은 회사를 다니면서 제조창업을 준비하는 근로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다. 또 장비 교육 이수 시 직접 제조창업 관련 준비를 할 수 있고 메이커 스페이스 자체에서 예비 제조창업자를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어서 물 흐르듯 창업 연계로 이어진다.

일반랩까지 포함하더라도 전국에 야간교육을 진행하는 메이커스페이스는 많지 않을 것이다. 메이커스페이스 자체가 대중의 메이커 운동을 위한 곳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해 그리너 메이커스페이스 내 장비 사용 횟수는 590건, 올해 목표는 1830건이다. 야간 교육은 메이커스페이스 전반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고, 사각지대에 있는 예비창업자와 직장인 근로자를 포용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다. 정책적으로 이런 활성화 시도를 돕기 위한 제도적 발판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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