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공세에 '애플 프리미엄' 가치 위협 받는다

강형석 redbk@itdonga.com

WWDC 25 진행에 나선 팀 쿡 애플 CEO / 출처=애플
WWDC 25 진행에 나선 팀 쿡 애플 CEO / 출처=애플

[IT동아 강형석 기자] 애플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2025년 12월 26일, 259.47 달러(약 35만 7970원)에 도달한 이후 서서히 하락 중이기 때문이다. 2025년 4월 8일에는 170 달러(약 23만 4530원)선까지 무너지며 투자자에게 충격을 줬다. 이는 2024년 4월 주가 흐름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후 반등에 성공했지만 흐름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결국 2025년 6월 19일, 애플 주가는 최고점 대비 32% 낮은 196.58 달러(약 27만 1160원)에 마감했다.

애플이 투자 시장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는 ▲인공지능 시장 경쟁력 약화 ▲중국 시장 영향력 약화 ▲혁신 제품의 실패 등 다양하다. 따라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성장 동력을 찾는 게 중요해졌다. 우선 애플 총매출의 주축인 아이폰의 성장세가 정체됐다. 2024년 아이폰 매출은 2011억 8300만 달러(약 277조 7130억 원)로 2023년 2005억 8300만 달러(약 276조 8847억 원) 대비 소폭 상회했다. 그러나 2022년에도 2054억 8900만 달러(283조 6570억 원) 매출을 기록한 바 있어 최근 3년간 매출액은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반면, 앱스토어와 클라우드 서비스가 포함된 서비스 부문의 성장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애플 서비스 부문 총매출은 2024년 961억 6900만 달러(약 132조 8286억 원)로 2023년 852억 달러(약 117조 6782억 원) 대비 상승했다. 애플 하드웨어 생태계 안에서 다양한 구매 활동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려면 변화하는 시장에 빨리 대응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애플 주가 하락의 이유 중 하나는 부족한 인공지능 경쟁력이다. 인공지능 서비스 도입이 다른 빅테크 기업 대비 늦었음에도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데 따른 지적이다. 애플 인텔리전스 서비스는 2024년 WWDC에 처음 공개됐다. 당시에는 음성 비서 기능 시리의 대대적인 개편과 자연어 처리, 온디바이스 기능 등을 언급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구현되지 않은 기능이 상당수다. 시리의 인공지능 서비스 개편도 2026년으로 미뤄졌다.

WWDC 25에 공개된 인공지능 기능은 대부분 다른 인공지능 서비스에서 이미 제공된 바 있다 / 출처=애플
WWDC 25에 공개된 인공지능 기능은 대부분 다른 인공지능 서비스에서 이미 제공된 바 있다 / 출처=애플

WWDC 25에서는 새로운 인공지능 기능이 공개됐다. 먼저 애플은 메시지와 전화, 페이스타임에 인공지능 기반 ‘실시간 번역’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텍스트와 오디오를 실시간으로 번역해 주기 때문에 언어 장벽을 허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번역은 온디바이스에서 실행되는 애플 자체 개발 모델을 통해 구동되므로 대화 내용 유출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덧붙였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이해하도록 돕는 가사 번역 기능도 애플 뮤직을 통해 제공한다.

화면에 표시된 내용을 챗GPT에 질문하거나 검색 서비스를 활용해 유사한 이미지나 제품을 검색하도록 돕는 ‘시각 지능(Visual intelligence)’ 기능도 공개했다. 시각 지능 기능은 사용자가 특정 일정을 확인할 경우 이를 인식해 캘린더에 추가하도록 제안하거나 날짜, 시간, 위치 등 중요한 세부 정보를 스스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알 수 없는 번호로 전화가 왔을 때 인공지능이 발신자 정보를 파악, 통화 여부를 알려주는 ‘통화 스크리닝’ 기능과 카메라로 평면(2D) 이미지를 분석해 입체적(3D)으로 변환하는 기능도 추가된다.

하지만 투자자 반응은 시큰둥했다. 공개된 기능 대부분이 기존 인공지능 서비스와 차별화가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 공개한 인공지능 번역, 이미지 검색 등은 2024년 출시된 갤럭시 S 시리즈 공개 당시 언급된 기능과 유사하다.

WWDC 24와 WWDC 25 기간에 따른 애플 주가 흐름 / 출처=트레이딩뷰
WWDC 24와 WWDC 25 기간에 따른 애플 주가 흐름 / 출처=트레이딩뷰

WWDC 24와 WWDC 25의 주가 흐름도 시장 반응을 그대로 보여준다. 2024년 6월 애플의 주가는 행사 시작과 함께 상승세를 보였지만, 2025년 6월에는 뚜렷한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WWDC 25 발표를 기점으로 주가는 하향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애플은 당분간 견고한 재정 건전성으로 투자자를 만나게 됐다. 2024년 12월 분기 순이익은 363억 달러(약 49조 7201억 원)로 전년 대비 7%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자유현금흐름도 982억 달러(약 134조 6278억 원)에 달한다. 높은 재정 건전성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연구 개발 투자, 신제품 개발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애플 프리미엄'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것은 잠재적 위험 요소다. 혁신, 브랜드, 소프트웨어 생태계 등을 기반으로 높은 가치 평가를 받아왔던 애플은 인공지능 환경에서 리더십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증명해야 된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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