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중견급 그래픽 카드의 새로운 대안, AMD 라데온 RX 9060 XT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5월 21일, AMD가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컴퓨텍스 2025에서 AMD 라데온 RX 9060 XT 및 RX 9060을 정식 공개했다. 라데온 RX 9060 라인업은 지난 2월 28일 출시된 RX 9070의 아래 라인업 제품으로 TSMC N4P 공정 기반의 RDNA 4 마이크로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RDNA 4는 메모리 서브시스템을 향상해 GPU 코어의 메모리 접근 속도 및 효율성을 끌어올렸고, GPU의 스칼라 유닛을 개선해 보조 연산의 처리 속도 및 효율성을 높였다.
또 동적 레지스터 할당을 통해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할 때 실행 속도를 높였고, 프로세서의 기본 코어 단위인 컴퓨트 유닛의 효율성을 높여 성능 향상과 전력 효율을 모두 개선했다. 또한 3세대 레이 트레이싱(실시간 광선 추적) 가속기를 탑재해 게임 및 렌더링 시 실시간 광선 추적 성능을 최대 2배까지 높였고, 2세대 AI 가속기 탑재로 LLM이나 기계학습 작업 등의 성능도 높였다. 전반적으로 성능과 효율, 그리고 AI 및 실시간 광선 추적 성능을 모두 최신으로 맞춘 게 RDNA 4 아키텍처다.
호평받은 RX 9070 XT, 명성 잇는 RX 9060 XT
AMD 라데온 RX 9070 XT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는 높지 않았다. 출시 전날에 엔비디아가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의 RTX 5070을 막 출시했기 때문이다. 라데온 그래픽 카드는 늘 엔비디아 최신 공정 대비 약 한 세대 정도 밀렸기 때문에 엔비디아 제품보다 별로일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엔비디아 RTX 5070이 RTX 4070 슈퍼 대비 성능 향상폭은 10% 이내 면서 전력 소모량은 20% 가까이 높고, 가격도 100만 원대로 책정돼 혹평을 들었다.
반면 비슷한 가격대로 출시된 RX 9070 XT가 130만 원대인 RTX 5070 Ti와 성능이 비슷하고, 메모리나 전력효율 등도 괜찮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세간의 시선이 바뀌었다. 라데온 그래픽 카드는 늘 엔비디아에 밀린다는 시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덕분에 RX 9070 XT는 라데온 그래픽 카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그 다음 타자로 나서는 게 RX 9060 XT다.
AMD 라데온 RX 9060 XT는 32개의 RDNA 컴퓨트 유닛과 32개의 하드웨어 레이트레이싱 가속기, 64개의 하드웨어 AI 가속기를 탑재한다. AI 연산 성능을 뜻하는 TOPS(초당 1조 회 연산)는 INT4 기준 821TOPS며, 이를 흔히 사용하는 INT8로 환산하면 약 410TOPS다. 단순 AI 성능으로는 엔비디아 RTX 4070 12GB 정도다. 메모리는 8GB 및 16GB GDDR6 모델 두 가지로 출시되는데, 메모리 버스가 128비트로 높진 않다.
구성상 최신 권장 사양의 중간 정도인 ‘메인스트림’ 급 그래픽 카드며, 70만 원대인 엔비디아 RTX 5060 16GB와 경쟁한다. 구세대 제품 사용자 대상이라면 RTX 370 이하 혹은 RTX 2080 Ti 이하를 사용하면서, 50만 원대 내외로 최신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에게 적절하다.
대다수 권장사양 충족하는 RX 9060 XT
테스트 PC는 기가바이트 X670 어로스 엘리트 메인보드에 AMD 라이젠 7 7950X3D을 장착했다. 메모리는 DDR5-6000 32GB 메모리 구성이며, 최신 윈도우 11 업데이트 환경에 AMD 아드레날린 에디션 25.10.09.1 그래픽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RX 9060 XT의 기본적인 게이밍 성능을 확인해 보고자 게이밍 성능을 변별력 있게 확인하는 3D마크:타임 스파이, 파이어스트라이크 벤치마크 테스트를 각각 진행했다. 타임스파이는 다이렉트 12 기반 게임 성능을, 파이어스트라이크는 다이렉트 11 기반 구형 게임 성능을 비교할 때 쓰인다. 테스트에서 RX 9060 XT가 획득한 타임스파이 그래픽 점수는 1만 6637점, 파이어스트라이크는 3만 9634점으로 확인된다.
엔비디아 RTX 5060 12GB의 파이어스트라이크 그래픽 점수는 3만 7200점, 타임스파이는 1만 5800점대다. RTX 5060 Ti 16GB의 파이어스트라이크는 4만 2300점 대, 타임스파이는 1만 5900점대다. DX 11 기준으로는 RTX 5060보다 6.5% 높고, RTX 5060 Ti과는 6.3% 낮다. 반면 DX 12는 두 제품보다 성능이 좋다. 최신 게임 위주로 플레이한다면 RTX 5060 Ti와 비슷하거나 더 좋은 성능을 기대해도 된다.
호그와트 레거시를 모두 울트라 사양으로 설정하고 1분 간 플레이했을 때 평균 프레임을 책정했다. 그 결과 FHD(1920x1080) 기준으로는 109.9프레임, 하위 1% 프레임도 33.2프레임을 유지했다. QHD(2560X1440) 해상도에서는 평균 68.9프레임, 하위 1% 프레임도 31.5프레임을 유지했다. 호그와트 레거시의 권장 그래픽 카드는 RTX 2070 8GB로 RX 9060 XT의 성능이 더 높다. 따라서 울트라 설정 시 QHD 해상도에서도 부드러운 플레이의 기준인 60프레임을 온전히 유지하고, 4K 해상도로 설정했을 때도 중상옵 플레이가 가능하다.
올해 2월 출시된 킹덤 컴: 딜리버런스 II에서도 안정적이다. 해당 게임의 권장 사양은 RTX 4070 및 라데온 RX 7800XT로 매우 높다. 별도 벤치마크가 없으므로 초반 2분 튜토리얼을 플레이한 후 프레임 값을 확인했다. 우선 FHD 울트라 설정에서는 평균 102.2프레임에 하위 1% 프레임도 83.5를 유지했다. QHD 울트라 설정 역시 안정선인 69.7프레임에 하위 1%에서 59.4%를 기록했다. 대다수 최신 고성능 게임에서도 QHD까지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한편 AMD의 프레임 확장 기술인 FSR 3.1을 설정했을 때에는 QHD 기준 프레임이 평균 97.2프레임, 하위 1%도 82.7까지 높아졌다. 업스케일링 기술은 사용자에 따른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프레임 확보가 우선인 조건에서는 최대 20~30%까지 프레임을 확장시켜 즐길 수 있다.
실시간 광선 추적 기능도 대폭 강화돼
실시간 광선 추적 기능은 게임이나 렌더링 시 빛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보여주는 기능이다. 기본 영상에서 최대 50%까지 더 많은 연산 처리가 필요해 웬만한 고성능 그래픽 카드가 아니면 잘 사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중간 수준의 그래픽 카드로도 실시간 광선 추적을 쓸만한 수준에 이르렀고, RDNA 4 아키텍처에 탑재된 3세대 레이트레이싱 코어 성능 덕분에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제공한다.
게임 내 실시간 광선 추적 성능을 변별력 있게 확인하는 게임테크벤치를 실행해 점수를 확인했다. 이때 RX 9060 XT는 2658점으로 라데온 RX 9070 XT의 4285점의 절반 수준으로 나왔다. 실제로 두 제품은 코어 수가 절반 차이 나므로 성능 역시 정직하게 2배 차이 났다. 그래도 FHD 기준 평균 프레임은 67.2프레임에 하위 1%도 34.1프레임을 획득했다. 고사양은 아니더라도 FHD 해상도에 레이트레이싱을 적용한 플레이는 해볼 만하다. 엄두도 못 내던 2~3년 전 제품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수준이다.
사이버펑크 2077을 활용해 RX 9060 XT의 실시간 광선 추적 성능을 짚어봤다. QHD 해상도 울트라 옵션에서 레이 트레이싱을 활성화했을 때 프레임은 평균 29.44 프레임으로 확인된다. 게이밍으로는 끊어짐이 느껴지는 수준으로 사양을 낮춰 프레임을 올려야 하는 조건이다. 이때 AMD FSR 3.1을 활용하면 프레임이 크게 늘어난다.
같은 설정에 AMD 해상도 업스케일링 기술을 자동으로 설정하고 시험한 결과, 프레임이 2배를 넘는 63.36프레임으로 늘어났다. 사용자에 따라 정지 영상에서 미세하게 흐린 느낌을 줄 순 있지만 50만 원대 그래픽 카드로 사이버펑크 2077의 레이트레이싱 60프레임을 해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FSR 4 레드스톤으로 한층 더 진화한 업스케일링
AMD 그래픽 카드의 업스케일링 기술인 피델리티FX 슈퍼 레졸루션(FSR)도 4세대로 올라섰다. FSR 4는 총 네 단계로 업스케일링을 진행하며, AI 기반 기능도 탑재된다. 우선 신경망 기반 광도 캐싱으로 빛이 어떻게 반사되는지 학습하고 예측해 저장한다. 그 다음 실시간 광선 흐름을 재조정하고,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해상도를 끌어올린다. 마지막으로 GPU에서 프레임을 생성해 게임 내 프레임을 끌어올린다.
데모를 확인해도 FSR 3.1보다 이미지가 더 선명하며, 프레임은 꽤 늘어난다. 게임은 6월 5일부터 30개 이상에서 지원을 시작했고, 조만간 60개로 늘어난다. 설정 방법은 AMD 아드레날린 에디션에서 특정 게임의 FSR 4를 활성화하고, 게임에서도 이를 설정한다. 테스트 시점은 게임 업데이트 이전이라 FSR 4.0로 설정할 수 없었으나, 출시 시점에는 업데이트를 거쳐 쓸 수 있다.
GTX 1060, 3060 같은 존재감의 그래픽 카드
‘AMD 그래픽 카드는 엔비디아에 비해 한 수 밀린다’는 관념이 오랫동안 게이머들의 뇌리에 꽂혀있었다. 실제로도 그래왔고, 직전 세대까지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엔비디아 RTX 50 시리즈의 메인스트림 급 그래픽 카드가 예상보다 성능을 낮춰 잡고 나왔고, AMD RDNA4는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성능을 낸다. 여전히 초고성능 그래픽 카드는 엔비디아가 우위지만, 중간 수준만큼은 AMD가 비슷하게 따라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면서 가격은 20~30만 원까지 저렴하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됐다.
그리고 이번에 리뷰로 다룬 AMD 라데온 RX 9060 XT는 중간 라인업에서 꽤나 사랑받을만한 성능과 구성을 갖췄다. 50만 원대의 가격에 16GB 비디오 메모리, QHD에 적절한 게이밍 성능에 FHD 실시간 광선추적까지 쏠쏠하다. 엔비디아 GTX 1060이나 RTX 3060, 라데온 RX 580처럼 두고두고 회자되며 쓰이는 그래픽 카드의 반열에 오를만한 구성이다. 가격은 16GB가 349달러(약 47만 원대) 8GB가 299달러(약 40만 6000원 대)며, 국내 출시 가격은 이보다 소폭 높다. 50만 원대에 팔방미인형 그래픽 카드를 찾는다면 AMD 라데온 RX 9060 XT가 단연 우선순위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