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스타트업] 3. 보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는 양자센서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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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큐비트 나침반으로 양자 시대를 개척하라 (https://it.donga.com/106890/)
  2. 양자컴퓨팅, 왜 '지금'인가? (https://it.donga.com/106942/)

위성에서 지구의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수준에서, 깊은 바닷속 물벼룩 한 마리까지 실시간 볼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런 상상 같은 일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양자센서(Quantum Sensor)'다.

실온에서 작동하는 혁신, 다이아몬드 양자센서

대표적인 예가 다이아몬드의 질소-공공결함(NV, Nitrogen Vacancy) 센터 기반 양자센서다. 기존 양자 기술들이 극저온 환경을 필요로 했던 것과 달리, 이 센서는 실온에서 작동한다는 점이 상용화의 핵심이다. 다이아몬드 격자 내 질소 원자와 이웃한 결함의 전자 스핀 상태를 이용해 자기장, 전기장, 온도, 압력, 진동 등 다양한 물리량의 미세한 변화를 높은 감도로 측정할 수 있다.

감도의 차이를 비유하면, 기존 센서가 지상에서 달에 있는 암석을 보는 수준이라면, 양자센서는 달의 먼지 한 알까지 식별할 수 있을 만큼 정밀하다. 그간 '보이지 않아 측정조차 불가능했던 세계'를 탐지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차원이 다른 감지 능력을 가진 근본적 혁신이다.

연구원들이 다이아몬드 양자센서를 실험하고 있다 / 출처=표준과학연구원
연구원들이 다이아몬드 양자센서를 실험하고 있다 / 출처=표준과학연구원

센서 기술의 발전은 산업혁신의 바로미터이며, 이러한 양자센싱 기술은 생명과학, 재료과학, 내비게이션, 기상, 지질 분야 등에서 기존의 '문제 발생 후 대응' 방식을 '문제 발생 전 예측'으로 바꾸고 있다. 이에 대해 대표적인 국내 스타트업 2곳을 소개한다.

(1) 질병 조기 발견 솔루션 개발 '지큐티코리아(GQT Korea)' - 확산 전 감지의 새로운 방역 패러다임

GQT는 양자센싱 기반 플랫폼을 조류독감(AI)의 예측 기술과 연계해 질병 확산 모델과 조기 경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GQT의 곽승환 대표는 "기존 PCR 검사에서는 전처리 장비를 통해 감염균을 증폭시켜야 하기 때문에 감염 여부 판단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양자센싱 기술은 아주 작은 빛으로도 감지가 가능하므로, 기존대비 1/3수준인 12~15분 만에 조류독감 여부를 판별하여 해당 결과를 즉시 관련 기관으로 전송할 수 있고 비용 또한 기존대비 1/10 수준으로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존 방역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다. 양자센싱 기술을 바탕으로 공기 중의 바이러스 농도 변화, 바이오에어로졸 내 자기장 이상 신호 등을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축사 내 감염 조짐을 조기에 포착해 방역기관에 즉각 경보를 보내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는 '진단 후 대응'이 아니라, '확산 전 감지'라는 새로운 방역 패러다임의 시작이다.

실제로 미국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 캠퍼스 연구진은 공기 중의 H5N1 조류독감을 5분 이내에 감지할 수 있는 초고감도 센서를 개발한 바 있으며, 이는 양자센싱 기반 조기 진단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2) 에너지 최적화에 나선 '엑스닷츠(xDots)' - 미세 변동까지 잡아내는 예측 정확도

엑스닷츠는 스마트빌딩 기반의 에너지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영역에 양자기술을 접목한 스타트업이다. 기존 센서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미세 전력 변동, 배관 온도 변화, 펌프의 극미세 진동까지도 양자센서를 통해 고정밀 수집할 수 있으며, 엑스닷츠는 이 데이터를 양자 알고리즘 기반 최적화 기술로 분석하는 에너지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건물의 시간대별 전력 사용현황, 공조패턴, 펌프의 미세진동 데이터 등을 활용해서 실시간 에너지 절감과 시설 예방보전 시기 예측을 달성한 사례를 바탕으로 적용 대상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엑스닷츠의 이우도 대표는 "양자센싱과 양자컴퓨팅 기술이 최적 성능을 발휘할 환경이나 문제를 찾고, 그에 적합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엑스닷츠의 핵심 역량"이라고 말한다. 그는 "기존 기술로는 놓쳤던 미세한 온도 변화나 진동까지 감지해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상력이 현실을 만드는 시대

이렇듯 양자센서를 통해 수집된 초정밀 데이터를 AI 기술과 접목하고 양자컴퓨팅으로 분석한다면 산업의 전 영역에서 예측력과 통제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양자센서는 기존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감지할 수 없었던 미세한 세계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의료와 에너지, 농업과 인프라, 도시와 사람의 일상 속에서도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트리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초정밀 감지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과제도 제기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측면에서의 새로운 이슈들, 그리고 기술의 양면성을 고려한 정책적 준비도 함께 필요하다.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하는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성찰과 대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시 볼 것인가'에 대한 상상력이다. 그리고 그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스타트업이, 미래 산업의 출발선을 먼저 끊게 될 것이다.

글 / 오득창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

LG전자에서 23년간 기술/사업개발 분야에서 역량을 쌓았고, 블루오션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이후 민간 액셀러레이터 와이앤아처 부사장, 계명대 핀테크비즈니스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기술 기반 창업 생태계 조성과 퀀텀테크 스타트업 육성 전문가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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