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제로] 3. 충성 고객과 극성 민원인은 같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공공기관이나 단체에 불만이나 건의, 개선 사항 등을 제기하는 행위를 ‘민원’이라 합니다. 오늘도 전국에서 수 많은 민원이 제기되고 또 처리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트업 창업, 운영, 지원 등의 관련 민원이 전국의 거의 모든 지원기관에 다양하게 접수되고 있는데요. 이런 민원은 창업자 또는 민원 제기자 또는 고객의 성향과 감정이 그대로 반영되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할지 [민원제로] 기획연재를 통해 알아봅니다.

연재순서

  1. 집요한 불만 제기 : “제가 그 유명한 진상 민원인입니다만...”
  2. 무차별적 난동 :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지!”
  3. 충성 고객과 극성 민원인은 같다
  4. 민원인 유형과 대응 실제
  5. 불만에 대한 첫 응대가 중요하다
  6. 핵심성과지표를 분명히 하라
  7. 고객의 자발적 참여를 도모하라
  8. 나도 누군가에겐 민원인이다

민원은 한편으로는 브랜드에 관련된 사안이다. 브랜드란 고객 마음에 각인되도록 하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좋게 각인되느냐 나쁘게 각인되느냐 모두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는 쪽에 달려있다.

고객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어느 순간 고객의 삶 일부가 된다. 제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며, 주변인들에게 추천하는 과정이 단순한 거래를 넘어 유대감을 형성한다. 브랜드는 품질과 신뢰, 그리고 개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까지로도 여겨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언가가 변한다. 가장 충성스러웠던 고객이 가장 격렬한 비판자로 변한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걸까? 도대체 왜 가장 헌신적인 지지자가 가장 혹독한 불만 제기자로 돌변하는 걸까?

출처=AI 생성 이미지
출처=AI 생성 이미지

그 답은 '기대감'이다. 고객이 특정 브랜드에 투자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대치는 점점 높아진다.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넘어,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 오랜 시간 동안 우수한 품질을 유지해 온 브랜드는 고객들에게 일종의 '일관성'을 제공한다. 고객들은 그저 좋은 품질을 기대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벽함과 혁신, 그리고 자신의 필요를 깊이 이해하는 브랜드를 더욱더 원하게 된다. 그런데 해당 브랜드가 이런 보이지 않는 약속에서 멀어졌다고 여기면 일반 고객보다 훨씬 더 큰 실망을 하게 된다.

필자는 거의 10년 넘게 한 회사의 온라인 꽃 배달서비스만 사용했었다. 이용 횟수가 꽤 많아서 아마도 VIP 고객 정도 됐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한 사건으로 인해 이 꽃 배달서비스 업체와 거래를 하루아침에 끊게 됐다.

지인이 회사를 옮겼다. 평상시 이용하던 꽃 배달서비스 회사를 통해 인터넷으로 축하 화분을 선물했다. 그런데 갑자기 꽃 배달서비스 회사에서 전화를 걸어와, 배달이 불가하니 주문을 취소해달라고 한다. 이유인즉, 화분을 받을 지인이 외출 중이고, 배송지도 외부인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 화분을 그낭 둘 곳이 없어서 배달자가 그냥 돌아왔다고 했다.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필자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데, 배송지가 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그냥 배달을 포기하고 돌아오는 게 맞는가 싶었다. 필자에게든 수령자에게든 먼저 전화로 상황을 알리고 배송을 취소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필자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화분을 받을 방법이 있겠냐고 물었다. 1시간 후면 자신이 사무실에 복귀할 거라 했다. 이에 다시 꽃 배달서비스 회사에 전화해, 어떠한 이유로 배달이 불가한 상황이라면 배송 취소 전에 주문자에게 일단 연락하는 게 맞지 않곘다고 물었다. 놀라운 답변을 들었다. '바쁜데 일일이 어떻게 다 그렇게 하냐'는 것이다.

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을 설명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면, 필자는 당연히 추가 지급할 의사가 있었다. 어쨌든 배송 불가의 원인이 배달서비스 회사 쪽에 있는 것도 아니고, 필자도 이직 선물을 꼭 전달하고 마음이 무엇보다도 컸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누구든 한번쯤은 경험했을 상황이다. 택배 발송 혹은 배송에 문제가 생겨 택배원의 문자나 전화를 받은 적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 이후로 해당 꽃 배달서비스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다.

고객 충성도는 결코 영원하지 않다. 지속적인 긍정 경험을 통해 유지되는 섬세한 관계다. 오랜 시간 브랜드를 지지해 온 고객들은 그저 좋은 제품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중하게 여겨진다고 느끼길 원한다. 따라서 브랜드는 고객 이슈를 잘 살펴야 한다. 고객이 우려를 제기한다면 기꺼이 경청하고 피드백을 전달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또한 고객을 향한 진심 어린 감사나 사과 표현은 불만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객의 불만을 단순한 과민 반응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깊은 감정적 투자에 대한 증거로 인정해야 한다.

가장 강력한 지지 고객이 가장 극렬한 비판자로 변할 수 있다.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브랜드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한때 그 브랜드를 깊이 사랑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일을 돌아보고 고객에게 우리의 브랜드가 긍정 브랜드로 각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충성 고객이 오히려 극성 민원인으로 바뀔 수 있는 여지를 없애라.

글 / 김영준 ( 3dbiz@naver.com )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혁신사업실 실장. 스타트업의 글로벌 스케일업, 대기업 연계 오픈이노베이션, R&D 지원 등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맡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이나 대기업, 여러 기관 등 대상으로 기술 트렌드, 글로벌 진출, 기업가정신 등의 주제로 100회 이상의 강연을 진행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등 수상. 주요 저서로, [3D프린팅 스타트업], [하드웨어 스타트업], [가상현실을 말하다], [민원제로] 등이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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