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 입회비 반환 드립니다” 솔깃한 전화ㆍ메시지 속지 마세요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2025년 4월 19일에 발생한 SK텔레콤(SKT) 유심 해킹 사고로 고객 정보 유출 정황이 발견된 이후, 가입자들은 불안감 속에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악용되지 않을지, 보이스 피싱ㆍ스미싱 등 범죄에 노출되지 않을지 여부다. SK텔레콤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또는 가입 신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할 경우 100% 보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불안함을 완전히 막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영상 CEO와 관련 임원들이 유심 해킹 사고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희섭 PR센터장, 류정환 네트워크 인프라센터장, 유영상 CEO, 임봉호 MNO사업부장 / 출처=IT동아
유영상 CEO와 관련 임원들이 유심 해킹 사고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희섭 PR센터장, 류정환 네트워크 인프라센터장, 유영상 CEO, 임봉호 MNO사업부장 / 출처=IT동아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로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기 수법은 사람의 심리를 파고들며 갈수록 교묘하고 고도화되고 있다. 친구, 가족을 사칭하거나 경조사 메시지로 위장해 돈을 갈취하는 수법은 잘 알려져서 회피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정부 기관 관계자를 사칭해 돈을 요구하는 것도 고전 수법 중 하나다.

하지만, 금융사 혹은 투자자문사 관계자 등으로 위장해 불완전 판매에 따른 입회비 일부를 반환해 준다며 접근하는 수법도 있다. 과거에는 투자 손실을 복구해 준다는 식으로 접근했지만, 최근 방법을 조금 바꿔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이다. 일방적으로 돈을 갈취하는 보이스 피싱 수법과 달리 돈을 돌려준다는 식으로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주식 거래가 잦거나 관련 상품을 운용 중이라면 사칭 전화에 속지 않아야 한다.

“투자자문 가입 입회비 반환” 언급하며 심리 자극, 계좌번호는 이미 유출?

2025년 4월 30일, 기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ㄷ컴퍼니 영업 팀장이라고 소개한 이 모씨(이하 이 팀장)는 기자가 ㅌ투자그룹의 투자자문 서비스에 가입했었는지 물었다. ㅌ투자그룹이 어떤 곳인지 묻는 기자에게 이 팀장은 투자 리딩방과 투자 종목 소개 서비스를 제공했던 기업이라고 답했다. 해당 서비스는 투자자문사, 투자일임사 등 금융당국에 등록한 기업이 아니면 제공이 불가능하다. 이 팀장은 기자가 300만 원을 내고 서비스에 가입했으며, ㄷ컴퍼니가 ㅌ투자그룹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이뤄졌으니 이 중 70%인 210만 원을 돌려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ㄷ컴퍼니 이 팀장과 통화한 이후 받은 명함과 반환 서류. 서류와 명함 내 주소와 기업명은 모두 일치하지 않았다 / 출처=IT동아
기자가 ㄷ컴퍼니 이 팀장과 통화한 이후 받은 명함과 반환 서류. 서류와 명함 내 주소와 기업명은 모두 일치하지 않았다 / 출처=IT동아

기자는 해당 기업 서비스에 가입한 적은 없지만, 검토 후 회신 가능하도록 이 팀장에게 명함과 관련 서류를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그는 기자의 카카오톡에 자신의 명함 이미지와 입회비용 반환서라는 내용의 서류 이미지를 전달했다.

서류를 확인해 보니 기자가 쓰는 실제 주 거래 은행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반환 비용 210만 원을 2025년 6월 30일에 지급할 예정이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전화번호,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외에도 계좌번호 정보까지 유출되어 범죄자들 사이에 악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입회비용 반환서 서류의 내용. 얼핏 보면 그럴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조악하다 / 출처=IT동아
입회비용 반환서 서류의 내용. 얼핏 보면 그럴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조악하다 / 출처=IT동아

서류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면 그럴 듯해 보이지만, 하나씩 살펴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법률 검토를 거쳤을 법한 서류인데, 일부 맞춤법과 단어 연결이 어색하다. 기타 사항에는 어디서 들었을 법한 내용을 적어 넣었다. 무엇보다 서류에 사인을 한 후에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이상 없음’이라는 문자 회신만으로 효력이 발생한다는 게 수상했다.

그래도 보는 사람이 속을 법한 내용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불완전 판매 건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다. 해당 내용은 마치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법률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법 제750조에 기반한 내용이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ㅌ투자그룹이 고의 혹은 과실로 손해를 끼쳤다면, 개인이 입증하기 어려워도 손해 배상 여지를 다툴 여지는 있다. 하지만, 기업 인수 과정에서 어떤 손해를 끼쳤는지 파악할 수 없다. 인수 기업이 기존 서비스를 제공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이들이 입회비 70%를 반환한다는 내용이 터무니없는 이유다.

전달받은 명함을 살펴봤다. 주소는 강남구 소재지의 한 빌딩이었다. 해당 기업이 실제 입주해 있는지 파악했다. 확인해 보니, 해당 주소지에는 금융 시장과 관련 없는 다른 기업이 입주해 있는 상태였다. 관련 기업이 유사투자자문업 등록이 되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 접속했으나 ㄷ컴퍼니의 이름은 확인할 수 없었다.

피해를 막으려면 세심한 확인과 주의 필요해

금융 관련 사기 피해를 막으려면 그 어느 때보다 주의가 필요하다. 통신사가 처음부터 보이스피싱ㆍ스미싱을 막아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개인이 최대한 방어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투자자문 입회비를 반환하겠다며 접근한다면 통화 중에 수락하지 않아야 한다. 집요하게 수락을 요청한다면 차라리 연락을 끊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서류를 요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기다 의심되면 통화 중 끊거나 증거를 수집해 신고하자.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 출처=셔터스톡
사기다 의심되면 통화 중 끊거나 증거를 수집해 신고하자.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 출처=셔터스톡

피싱범이 처음부터 서류를 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서류를 받아 내용을 살펴보자. 대부분 서류를 살펴본 후 ‘이상 없음’을 문자로 회신 달라고 하는데, 서류 회신을 문자로 하는 경우는 없다. 전자서명법에 따르면 당사자 간 전자서명을 선택해야 효력이 있다. 전자서류 사용을 상호 동의하고 해당 서류에 서명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 역시 응하지 않으면 계약이 성립되지 않으니 받으면 신고 자료로 활용하자.

담당자가 언급한 기업이 실제 금융당국에 등록된 금융 관련사인지 확인하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서 검색 가능하다 / 출처=IT동아
담당자가 언급한 기업이 실제 금융당국에 등록된 금융 관련사인지 확인하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서 검색 가능하다 / 출처=IT동아

해당 기업이 정식 등록된 투자사 혹은 운용사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 정보포털인 ‘파인(FINE)’을 운영한다. 파인에 접속한 후, 금융회사 정보 탭 내에 ‘유사투자자문업자’ 항목에서 기업 검색이 가능하다. 금융권이라면 ‘제도권 금융회사 조회’를 통해 검색 가능하다. 서류 혹은 명함 내 기업 이름과 일치하는 곳이 없다면 사기라고 의심해야 된다.

보이스 피싱이 의심되면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에 적극 신고하자 / 출처=IT동아
보이스 피싱이 의심되면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에 적극 신고하자 / 출처=IT동아

사기가 의심되면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에 신고하자. 홈페이지와 ARS(1566-1188) 모두 운영하고 있다. ARS에 연결한 후 5번을 누르면 챗봇 상담 서비스 연결도 지원한다. 연결은 문자에 전송된 접속 주소로 진행된다. 보이스 피싱으로 실제 피해를 받았다면 주저 말고 112에 즉시 신고하자. 투자 손실보상 또는 투자 수익 등을 언급하며 접근하는 방식은 사람의 심리를 악용하는 사기 수법이다. 관련 내용으로 접근하는 전화, 문자에 응하지 말자. 이 외에도 다른 형태의 보이스 피싱ㆍ스미싱에도 응하지 않아야 내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 가능하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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