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규제, 금융 안정 고려해야”

한만혁 mh@itdonga.com

[IT동아 한만혁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채택하면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연동한 가상자산으로, 다른 가상자산 대비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 교환 매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지난 1월 가상자산위원회 2차 회의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위원과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3월 5일 제2차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도입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진행했다. 행사에 참여한 업계 전문가들은 주제 발표와 패널 토론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방향성을 제시했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 현장 / 출처=IT동아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 현장 / 출처=IT동아

스테이블코인, 다양한 기회 창출할 것

주제 발표를 진행한 서병윤 디에스알브이랩스 미래금융연구소장은 ‘스테이블코인과 금융혁신: 글로벌 결제·송금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특징과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서병윤 소장은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1:1 가치로 연동한 가상자산"이라며 "가격 변동성이 적고, 간소한 절차와 빠른 속도 덕에 결제, 송금 분야에서 적극 활용하는 추세"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서병윤 소장은 기존 금융 시스템과 스테이블코인을 비교했다. 해외 송금의 경우 기존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면 여러 은행과 금융기관을 거쳐야 한다. 수수료는 약 6%이며, 2~5일이 소요된다. 또한 은행 영업시간 내에만 송금할 수 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면 빠르고 쉽게 송금할 수 있다. 중개자를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송금 처리는 수 분 내에 완료되고, 블록체인 네트워크 사용에 대한 수수료는 0.5% 이하다. 24시간 언제든 송금할 수 있다.

카드 결제도 마찬가지다. 기존 카드 결제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카드사, 은행이 개입해 정산하는데 2~3일이 소요된다. 평균 수수료 역시 2~3%가 부과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즉시 정산할 수 있고 수수료는 0.1~1% 수준으로 감소한다. 이런 장점은 기업 간 무역, 국가 간 결제도 해당된다. 서병윤 소장은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거래 비용을 절감하고, 속도가 향상돼 경제 마찰 감소, 생산성 향상 등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병윤 디에스알브이랩스 미래금융연구소장 / 출처=IT동아
서병윤 디에스알브이랩스 미래금융연구소장 / 출처=IT동아

서병윤 소장은 "스테이블코인 도입 효율 극대화를 위해서는 안정성과 신뢰 화보가 필요하다"라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우선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실제 자산과 디지털을 잇는 열쇠로,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가 조속히 마련돼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다양한 기회가 창출되길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금융 안정 위한 논의 필요

이어 연단에 나선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과 금융 안정: 해외 규제 동향과 국내 입법 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효봉 변호사는 "제도화에 앞서 금융 안정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운을 뗐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가가 아닌 일반인 혹은 사업체가 발행하기 때문에 발행인 자격, 준비자산, 파산 시 절차 등 신뢰성 담보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시장 안정화 장치가 없기 때문에 기존 금융 제도 신뢰 하락, 예금 감소 및 은행 약화, 금융 시장 위험 요소 전이 등의 위험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봉 변호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법제화하기 위해서는 주요 국가의 정책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라고 제안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 출처=IT동아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 출처=IT동아

이어 김효봉 변호사는 주요 국가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를 설명했다. 김효봉 변호사가 꼽은 주요 규제 항목은 ▲발행 국가, 연동 통화 종류, 연동 자산 범위 등 스테이블코인 규제 범위 ▲은행 및 비은행 발행 허용 여부 등 발행인 자격 ▲자기 자본, 유동성, 지급 능력, 이해 상충 방지 등 발행인 규제 ▲보관 관리, 별도 신탁, 상환 의무 및 기간 등 준비자산 규제 ▲관리인 필요, 예금보험 사용 불가 등 파산 시 절차 ▲국내 법인 설립 여부, 준비자산 국내 보관 여부, 성장 규제 등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 유통 규제 등이다. 그는 "주요 국가의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발행인 자격, 준비자산, 파산 시 절차가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김효봉 변호사는 해외 스테이블코인 규제 현황에 대해 공유했다. 미국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일 때는 시장 무결성 및 투자자 보호 문제, 건전성 및 불법 금융 위험 등을 이유로 부정적이었으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적극적인 도입 의지를 내비쳤다. 규제 대상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며, 발행기관은 은행의 자회사, 비은행 기관을 모두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24년 12월 시행된 가상자산 시장법(MiCA)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발행 및 유통은 관할 당국 인가 필요, 준비자산 보유 의무, 상환 청구권(소비자가 언제든 법정화폐로 상환 가능) 보장 등이다. 김효봉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체계를 확립한 첫 사례로 촘촘한 규제를 제시한다"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와 홍콩에 대해서는 양국 모두 디지털 자산 허브를 지향하지만 정반대의 기조를 보이는 것으로 진단했다. 싱가포르는 유연한 규제를 제시한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달러, G10 통화에 연동되고, 싱가포르 내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에 공신력을 부여한다. 그 외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발행 및 유통은 허용하지만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반면 홍콩은 발행인에 대해 부서장급 변경 시에도 당국에 통보해야 하는 등 엄격한 규제 체계를 규정했다.

김효봉 변호사는 스테이블 규제 범위, 발행인, 준비자산 규제 등 입법 과제를 제시하며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지만 외국환거래법 등 여러 법령을 정비하고 감독 능력 강화를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석 금융감독원 가상자산감독국장(좌)과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처=IT동아
이석 금융감독원 가상자산감독국장(좌)과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처=IT동아

이날 행사에 토론자로 참여한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투자성 자산, 결제성 자산은 분리해야 하고, 결제성 자산은 금융 안정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라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의 핵심은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될 것인데, 속도는 높이되 보폭은 좁혀 탄탄하게 준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석 금융감독원 가상자산감독국장은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편리하고 효율적이지만 모니터링, 규제 감독이 어렵다"라며 "지급 결제 관련 다양한 규제를 고려해 고민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 변화에 맞춰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라며 "국회 입법 활동을 지원하면서 오늘 토론회에 나온 내용을 적극 반영하겠다"라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 흐름 맞춰 적극 지원할 것

이날 행사에는 다수의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위원이 참여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을 내비쳤다. 이들 국회의원은 글로벌 시장 흐름에 맞춰 조속한 규제 확립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 현장 / 출처=IT동아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 현장 / 출처=IT동아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기존 특금법은 블록체인 기술이 아닌 가상자산에 초점을 맞춘 규제"라며 "이제는 블록체인 기술까지 고려함으로써 관련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 흐름에 맞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뿐 아니라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현재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ETF 등 최신 이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데, 방향은 맞지만 속도가 아쉽다"라며 "글로벌 시장 변화에 속도를 맞춰 국내 기업이 가상자산 산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명확한 규제가 있으면 산업은 발전한다"라고 강조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우리나라는 과거 가상자산 분야에 선두적이었지만 제도적인 대처가 늦어지면서 지금은 뒤처졌다"라며 "글로벌 정세에 발맞춰 나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전했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국제 정세에 맞춰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서둘러야 한다"라며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시장 활성화, 합리적 규제 확립을 위해 국회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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