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계에 부는 AI 바람…네이버 플러스스토어 앱 나아갈 방향은?
[IT동아 김예지 기자] 아마존, 월마트, 알리바바 등 세계 이커머스 기업들의 화두는 ‘개인화’다. 인공지능(AI)이 전 산업 분야에서 채택되는 가운데,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도 AI를 통해 개인별 맞춤형 쇼핑 경험을 구현하는 게 핵심 키워드가 됐다.
여기에 이커머스 시장에서 몸을 부풀리고 있는 네이버도 참전을 예고했다. 네이버는 성남시에 위치한 1784 사옥에서 사업 설명회를 열고, 3월 중 별도 앱으로 출시될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 쇼핑 서비스 앱에서 네이버는 개인화 쇼핑 경험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신 이커머스 시장 트렌드, 개인화 쇼핑
고객별로 다른 요구사항에 맞춰 제공되는 서비스 덕분에 모든 고객은 편하게 쇼핑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개인화 쇼핑 경험이며, 이를 구현하는 핵심이 AI다. 점차 AI는 단순 기능에 제한되지 않고 고객의 쇼핑 전 과정에 걸쳐 연결된 흐름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 이커머스 기업들은 AI 기능을 바삐 도입 중이다. 아마존은 자사 서비스에 다이나믹 홈을 적용, 쇼핑 앱 홈 화면을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실시간으로 바뀌게 했다. 같은 제품군이더라도 취향과 관심사에 조명한다. 예컨대, 같은 ‘TV’더라도 가격, 크기 등 고객이 원하는 기준에 맞게 제품을 추천한다. 또한 이용자가 본 상품과 관련된 행사 및 프로모션 혜택 등을 실시간 제공한다.
더불어 아마존의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 어시스턴트 루푸스(Lufus)도 이용자가 쉽게 쇼핑하도록 돕는다.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제품을 제안하거나, 질의에 답변하고, 리뷰를 요약하는 식이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기준 루푸스를 이용한 구매 비율은 약 1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바바도 이와 유사하다. 이용자의 관심있는 키워드를 반영해 상품 검색창이 달라진다. 검색 기반으로 맞춤 추천된 제품은 상세 페이지도 다르게 보여진다.
한편, 최근에는 쇼핑 전용 플랫폼이 아닌 검색 플랫폼에서도 생성형 AI 기반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퍼플렉시티는 프로 사용자를 위해 바이 위드 프로(Buy with Pro)를 구축했다. 이용자가 질의하면 답변을 통해 상품부터 구매 링크, 결제 방법을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지난 1월 23일 공식 출시된 오픈 AI의 오퍼레이터는 웹 브라우저에서 다양한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다. 이는 아직 베타 버전으로, 한국에서 플랫폼과의 제휴를 시도하는 중이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목적형->탐색/발견형 쇼핑 지향
네이버가 추구하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지향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가 발표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핵심은 목적형 검색 쇼핑에서 탐색/발견형 쇼핑으로의 진화다. 이용자의 맥락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 준다는 의미다.
검색, 탐색/발견, 상품 비교, 선택, 주문, 결제, 배송, 리뷰, 재구매에 이르는 쇼핑 전 과정에서 AI가 필요한 순간마다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둔다. 예를 들어 ▲패턴을 통한 질의어 추천(검색 단계) ▲개인 이력을 바탕으로 쇼핑 추천 가이드 제공(상품 비교 단계) ▲이용자별 목적에 따라 상세 페이지 표시(구매 단계) ▲적합한 할인 혜택 제공(주문/결제 단계) ▲실시간 고객 문의 대응(배송 단계) ▲구매 이력을 통한 재추천(재구매 단계) 등 AI가 총체적으로 관여한다.
특히 별도 앱으로 만드는 이유는 더 많은 기능 구현을 목표하기 위함이다. 정경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프로덕트 리더는 “네이버 쇼핑에서 2020년 초 대비 추천을 통한 거래 비중은 약 4배 이상 증가했고, 쇼핑 메뉴에 AR 기능 등을 추가하면서 플랫폼이 점차 무거워졌다. 그래서 다양한 AI 기술을 장기적으로 고도화하기 위해 별도 앱에서 이를 구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의 쇼핑 에이전트, AI 구매 가이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AI 구매 가이드’다. 이용자가 질의어를 검색하면 목적에 맞는 상품에 대한 가이드성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으로, AI 어시스턴트를 넘어 AI 에이전트를 표방한다. 또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유행하는 인기 테마도 함께 제공한다. AI 구매 가이드는 1분기 중 베타 버전으로 출시되며, 디지털/가전 카테고리부터 지속적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특히 기존에는 네이버 쇼핑 이력을 위주로 상품을 추천했다면, 앞으로는 네이버 전체 서비스에서의 사용자 이력을 실시간 반영하는 게 특징이다. 네이버가 내세우는 무기는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다. 사용자 동의 하에 모든 네이버 서비스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구매할 만한 상품을 추천하는 것. 먼저 3000개 브랜드 스토어를 포함해 전체 60만 스토어에서 수집한 네이버 쇼핑 이용자의 이력을 활용한다. 더불어 누적 30억 건의 네이버블로그 및 50억 건의 네이버카페 등 사용자 제작 콘텐츠(User Generated Content, 이하 UGC) 데이터를 활용한다.
아울러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네이버는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 X(HyperCLOVA X) 등 AI 기술을 총망라한다. 네이버는 카이스트와 함께 이용자 및 상품을 폭넓게 이해하면서도 이를 이어주기 위해 고도화된 LLM 기반 추천 시스템을 개발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LLM은 대다수에게 비슷한 답변을 하기 때문에, 개인의 이력을 LLM에 주입해 향상된 추천 결과를 만든다”며, “생성형 AI는 탐색 시간을 줄여준다. 이러한 방법을 적용하면 현재 네이버플러스 상품으로 등록된 약 15억 건 중 인기 상품 2000만 건을 선별해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15억 건 전부를 추천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네이버는 판매 관리 플랫폼인 판매자 센터 고도화와 판매자 지원 프로그램 ‘성장 마일리지’ 등도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네이버배송 시스템도 개편…쿠팡과의 경쟁 구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의 출시는 국내 대표 이커머스 쿠팡의 입지를 흔들지 주목된다. 이날 설명회에서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쿠팡 등 다른 이커머스와 경쟁 구도를 유지하면서도, 추구 전략 및 이용 고객의 특성이 다르다”고 설명했지만, 지난 2월 28일 네이버가 발표한 네이버배송(N배송)은 쿠팡을 겨냥한 서비스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3월 중 기존 ‘네이버도착보장’을 네이버배송으로 개편한다. 이용자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내에서 배송일자가 빠른 순서대로 상품을 정렬하고, 오늘배송, 내일배송, 일요배송, 희망일배송 등 세분화된 배송 항목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오늘배송과 일요배송은 현재 수도권에서만 가능하며, 서비스 가능 지역은 연내 점차 확대된다. 더불어 조건부 무료 배송 및 무료 반품·교환도 제공된다. 저녁 시간대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받아볼 수 있는 새벽배송, 주문 1시간 내외로 배송해주는 지금배송도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이러한 네이버의 개인화 쇼핑 및 배송 시스템의 다각화는 쿠팡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41조 2901억 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네이버의 실적도 눈여겨볼 만하다. 네이버는 지난해 4분기 네이버 커머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4% 상승한 7751억 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총 커머스 매출은 2조 923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인 10조 7377억 원의 약 28% 비중을 차지했다. 연간 거래액도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다. 도착보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스토어의 취급 상품 수도 2년 동안 7배가 늘었고, 판매액은 167% 늘었다.
현재 쿠팡의 90%가 직매입 중심인 반면, 네이버는 오픈마켓(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계하는 방식) 중심으로, 양사의 방식이 달라 매출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점차 이커머스 사업이 다각화되고, 서비스가 확대되는 가운데 양사의 경쟁 구도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전망된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 출시를 통해 네이버가 쿠팡 독점 체제로 굳어진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