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그레이스케일 이준호 대표 "노부모 계시다면 '복지용구' 꼭 기억하세요"
[IT동아] '복지용구'라는 단어가 생소하다면, 가정 내 요양 환자가 없다는 뜻이니 일단 다행이다. 다만 만 65세 이상의 부모님(또는 배우자)이 계신다면 이 단어를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복지용구는 노인성 질환 등으로 요양이나 간호가 필요한 고령의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말한다.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한 수동 휠체어, 전동 침대나 이동 변기, 지팡이, 성인용 보행기 등이 대표적인 복지용구다.
65세이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았다면, 누구나 18종의 복지용구를 할인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70세의 부모님이 치매 등의 노인 질환을 앓고 계시면, 요양에 필요한 복지용구를 최소 85%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복지 제도를 알고 있는 직장인은 그리 많지 않다.
이에 복지용구 전문 온/오프라인 매장 '그레이몰'을 운영하는 그레이스케일의 이준호 대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는 복지용구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알면 혜택을 받으니 모르면 손해다.
이 대표는 30년 동안 물류/유통업계에서 활약한 잔뼈 굵은 유통전문가다. 스포츠/아웃도어용품의 유통 및 마케팅을 담당했고, 홈쇼핑 대기업에서도 제휴 마케팅 업무를 수행했다. 그런 그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복지용구 시장에서 돌연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동료인 후배의 부모님이 공교롭게 치매와 뇌졸중에 걸리셔서, 두 분 요양에 필요한 물품을 이리저리 알아보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어르신용 지팡이 하나 구매하려는데 원하는 제품과 정보를 제대로 찾을 수가 없었어요. 제 자신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라 이때부터 복지용구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레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대에 관해서도 상세히 공부했습니다. 유통 분야에 오래 몸담고 있었지만, 복지용구 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었습니다."
알면 알수록, 공부하면 할수록 기존 복지용구 시장의 맹점이나 한계점, 개선점 등이 계속 발견됐고, 이를 하나씩 해소한다면 시장성과 사업성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리라 그는 판단했다. 그 판단은 이내 적중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정식 승인을 받은 복지용구 사업소(판매소)는 전국에 2000여 개가 있다. 거의 대부분 소규모의 오프라인 매장이다. 복지용구 사업 승인을 받으려면 오프라인 매장을 반드시 운영해야 한다. 소규모 매장이니 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한 복지용구 제품을 살펴보기 어렵고, 거주지 인근에 사업소가 없으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복지용구 사업자는 대개 영세한 소규모 매장만 운영하는 터라 온라인몰까지 구축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레이몰 오프라인 매장을 개장하면서, 복지용구 실 구매자는 환자가 아닌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임을 감안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을 병행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야 온/오프라인 매장의 장단점을 상호 보완할 수 있고,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을 좀더 확실하게 구매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레이몰은 현재 부천점과 롯데하이마트 인천주안점에 각각 오프라인 매장이 있으며, 인온라인 쇼핑몰도 운영되고 있다. 이 대표는 복지용구 온/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준비하며 초고령화 국가인 일본의 복지용구 시장을 적극 참고하고 벤치마킹했다. 일본 복지용구 제조사와 판매사를 방문해 제품과 시장을 분석하고, 국내 실정에 적합한 부분을 찾아내 적용하려 했다. 그렇게 2021년에 회사를 설립하고, 2022년 4월에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을 런칭했다. 창업한지 3년 만에 국내 복지용구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 2024년 매출도 20억 원 정도로 안정세로 진입했다.
"만 65세 이상의 부모님/어르신이 치매나 6개월 이상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거동 불편, 뇌졸중 또는 뇌 혈관성 질환 등을 앓게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어르신의 상태에 따라 보험공단의 심사 후 1~5등급을 받게 되는데, 이때부터 복지용구 할인 구매 혜택을 받게 됩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18개 복지용구 품목, 400여 종의 제품을 최소 85%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 또는 대여할 수 있습니다. 1년에 160만 원 한도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가격이 50만 원인 이동 변기나 성인용 보행기를 구매한다면, 85% 할인된 7만 5000원만 부담하면 되며, 이때 한도액은 원가격을 뺀 110만 원이 남는다. 즉 1년에 160 만 원 상당의 복지용구 제품을 구매하면서 24만 원만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1년 내 160만 원을 초과하면 초과 차액만 지불하면 된다.
"이런 혜택 정보를 모르는 이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장기요양보험 자체를 모르거나, 이를 알더라도 복지용구 구매 혜택까지는 인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알려주고 챙겨주지 않으니, 우리가 나서서 이들에게 정보와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최근에 복지용구 제품보다 관련 정보 콘텐츠를 더 많이 제작하는 이유입니다. 그레이몰 홈페이지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영상 콘텐츠를 게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온/오프라인 그레이몰은 복지용구 외에, 성인용 기저귀나 관절보호대, 식사 대용 식품 등의 비복지용구도 500종 이상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비복지용구는 할인 혜택은 받을 수 없지만, 복지용구와 함께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추후 그레이몰 브랜드의 고유 복지용구도 출시할 예정이며, 복지용구 외에 요양/간호 서비스나 상조/장례 서비스, 고인을 위한 유품 정리 서비스, 물리치료 방문 서비스 등과 연계해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전국에는 복지용구 사업소/판매소가 한 군데도 없는 지역도 10여 곳 있습니다. 그로 인한 불편과 수고는 고스란히 어르신과 보호자에게 돌아갑니다. 이런 복지 혜택이 있으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야 하는데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앞으로 전국 각 지역에 그레이몰 직영 대리점을 늘려서, 어르신과 보호자의 불편을 덜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고 운영 시스템을 고도화 할 생각입니다."
이 대표는 현재 국내 복지용구 지원 제도의 문제점을 ‘정보의 비대칭’이라 지적한다. 시장의 중심이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판매자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로서는 정작 환자가 발생해야 정보를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러한 혜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용구 제품 정보를 게시하고, 소비자가 직접 비교해 구매하도록 구성했다.
"그레이몰은 모르더라도, ‘복지용구 구매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언제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65세 이상의 부모님이 계신 40대 후반~60대 국민이라면 잊지 말고 필요할 때 방문하세요. 그레이몰이 챙겨 드리겠습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