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글로벌] 대한민국 우주 상업 발사 신호탄 준비하는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SBA X 동아닷컴 공동기획] 동아닷컴은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함께 세계를 누빌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창업 지원과 스케일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홍보에 이르기까지. SBA의 지원을 받고 성장할 스타트업의 실력을 동아닷컴의 스타트업 미디어 IT동아와 함께 살펴봅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1967년 제정된 우주조약은 우주의 국가적 소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는다. 다만 국가 업무가 아닌 민간 기업의 영리 활동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아 일반 기업의 사적 활동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2015년, 미국은 민간 기업의 소행성 및 우주 자원 활용, 점유, 소유, 수송, 처분 등에 관한 재산적 권리를 인정하는 ‘상업우주발사경쟁력법(CSLCA)’를 제정해 민간기업이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기점으로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 갤럭틱, 로켓랩 등 다양한 미국 기업들이 상업 우주 비행 경쟁이 시작됐고, 민간인의 우주선 탑승이나 민간 차원의 상업 위성 발사 등이 본격화했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5월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며 글로벌 우주항공 경쟁 대열에 합류했는데, 이보다 앞서 대한민국 상업우주 비행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기업이 있으니, 바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다.
대한민국 상업우주의 시작을 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이하 페리지)는 2018년 신동윤 대표가 창업한 우주항공 기업으로, 2019년 국내 최초 민간 액체로켓 연소시험장 준공, 2020년 메탄엔진 연소시험 최초 성공, 21년 국내 최초 민간 액체로켓 시험발사 성공 등 민간 주도의 대한민국 우주 항공 역사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 페리지에서 사업 전략, 사업 개발, 해외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심수연 부사장과 사업 얘기를 나눴다.
심수연 부사장은 지난 13년 간 외교관으로 근무했고, 사소한 관심을 기점으로 페리지에 합류했다. 심수연 부사장은 “원래부터 우주나 항공 분야가 좋았고, 외교부에서도 안보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신동윤 대표를 만났는데, 페리지가 내 성향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 작년 9월 합류했다”라고 소개했다.
우주항공 분야도 방대한 사업인데, 페리지의 주력 사업은 무엇일까. 심수연 부사장은 “우주산업은 크게 업스트림, 다운스트림으로 나뉜다. 업스트림은 발사체를 만들고 우주로 보내는 제조업 기반의 산업, 다운스트림은 쏘아 올린 위성이나 장치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이라면서, “페리지는 소형발사체를 지구 저궤도로 올리는 로켓부터, 이미 쏘아올린 위성의 궤도 이전 등을 다루는 업스트림 분야 모빌리티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200kg 위성을 500km 궤도로 올리는 ‘블루웨일1’
페리지의 핵심은 길이 21미터, 이륙 질량 19.8톤의 액체메탄 연료 기반의 2단 우주 발사체, 블루웨일1이다. 블루웨일1은 200kg대의 소형 위성을 500km의 태양동기궤도(SSO)로 올리는 발사체며, 여기에 적용된 1단 주엔진 블루1S는 국가전략기술로 보호받는다. 심수연 부사장은 공공이 아닌 민간 기업의 입장이라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심수연 부사장은 “상업 우주 분야에서 가장 많이 발사되는 게 스페이스X의 팰컨 9인데, 탑재 중량이 높아 큰 화물을 싣고 작은 위성은 부탑재한다. 소형 운반체는 이 주력 화물의 경로 중간에 발사돼 알아서 궤도로 가야 한다. 그래서 작은 중량은 로켓랩, 일렉트론에서 발사하는 경우가 많고, 우리 역시 이 시장을 노린다”라면서, “블루웨일1은 팰컨 9과 같은 액체 메탄 로켓을 활용하고, 기체 구조를 탄소복합재 소재를 사용해 무게도 가볍다. 더 저렴하고, 더 빠르게 쏘아 올리는 구상이 블루웨일1의 장점”이라 말했다.
블루웨일1의 성공적인 발사를 위해 앞서 2020년 메탄 엔진 연소시험 최초 성공 이후로도 2021년 국내 최초 민간 액체로켓 시험발사 성공, 2023년 충북 옥천 로켓 개발 콤플렉스 완공, 2024년 제주 해상 발사장 완공 및 진수까지 진행됐다. 지난 11월에 바지선이 풍랑에 좌초되는 등 예상치 못한 사고로 발사 시계가 조금씩 밀렸지만, 2025년에는 이런 부분들을 보완해 원래 예정인 준궤도 시험 발사까지 이루는 게 목표다.
우주 항공 하드웨어, 우주 발사체 두 개의 사업이 주축
수익성과 판로를 찾는 과정도 민간 우주 항공기업의 원동력이라 말한다. 심수연 부사장은 “세금으로 쏘는 공공 분야와 달리, 민간 우주기업은 직접적인 수익이 필요하다. 경제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효율과 혁신이 비롯된다. 천문연, 세트랙 등 여러 기관 및 기업들을 대상으로 엔진 동체 탱크, 항공전자, 인공위성 추력기 등 하드웨어 관련 계약을 진행 중이고, 스페이스린텍, 카이로스페이스, 달로 에어로스페이스에는 발사체 적재 중량을 할당해 공동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 중”이라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기관의 도움도 상당하고, 특히 올해 5월 설립된 우주항공청이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심수연 부사장은 “2018년부터 우주 항공 분야가 과기부 산하일 때부터 협력을 받아왔고, 스타트업으로서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R&D 과제 등을 수주받아 도움받는다. 또 제주특별자치도나 충북 옥천 등의 지자체도 장소 제공이나 협력 등을 제공하고, 발사 시점에는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등이 발사 관리에 협력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우주항공청이 신설돼 어려 예산이 편성됐고, 큰 우주 프로젝트를 같이할 것 같다. 달 탐사 사업도 눈여겨 보고있고, 재사용 발사체에 대한 사업도 같이 진행할 예정이다. 공공과 달리 민간 우주 항공 분야에 대한 법적, 제도적 정비가 잘 안돼있어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우주항공청과 소통하며 대한민국 민간 항공우주의 발판을 다져놓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SBA 서울 유니콘챌린지 우수상 수상··· 기대에 부흥할 것”
페리지는 2025년 준궤도 시험 기체 발사, 2026년 전체 발사체 성공 및 사업화에 나선다. 이런 혁신이 있어서인지 올해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진행한 서울 유니콘챌린지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페리지는 유니콘챌린지 우수상 수상으로 글로벌 사업화 지원금 및 후속 연계 지원금 등을 받게 된다.
심수연 부사장은 “서울 소재임에도 딥테크, 제조 스타트업인 점과 우주 항공 분야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인프라도 없이 바지선을 직접 제조할 정도니 다른 스타트업들과 다른 건 사실이다. SBA의 소중한 지원으로 해외 마케팅에서 성공을 거두고, 아리랑TV로 우리를 알리기도 했다. 지난 2022년 SBA가 개최한 하이서울 벤처투자 로드쇼에서 기업 발표를 진행해 실제 투자자와 연계된 사례도 있었다. 제조 스타트업으로 놓치기 어려운 많은 부분들에서 SBA가 도움을 줬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심수연 부사장은 “안정적인 직장을 두고 스타트업에 뛰어들었지만,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만의 낭만과 설렘은 여전하다. 법과 제도가 없는 분야를 우리가 개척하며 나아간다는 점이 뿌듯하고, 우리가 만든 로켓이 우주로 나아간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모두가 갖고 있다. 소형 발사체 부문에서 경쟁할만한 기업은 로켓랩, 일렉트론뿐이다. 우리 역시 마일스톤을 이뤄가며 국내외 시장에서 주목받는 우주항공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