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트래비어지 “사람보다 똑똑한 인공지능 여행 비서”
[IT동아 차주경 기자]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늘 설렌다.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고 즐길지, 어떤 식사를 하고 또 어느 곳의 풍광을 즐길지 계획을 짜는 순간부터 그렇다. 하지만, 이런 여행의 즐거움을 원활하게 느끼려면 그 만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준비를 잘 하지 못하면 여행지에서 길을 잃거나, 가기로 했던 곳이 문을 닫은 때처럼 돌발 상황이 일어났을 때 당황한다. 이 때문에 여행의 추억의 색이 바래기도 한다.
안타까운 점은, 철저히 여행을 준비해도 항상 돌발 상황은 일어나는 점이다. 여행지의 정보가 없거나 틀린 정보 혹은 옛날 정보를 토대로 여행을 준비했다면 더욱 그렇다. 이전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경험담도, 온라인에서 검색한 정보도 결국 취사선택해야 한다. 이 불편을 해결하고 손쉽게, 정확한 정보만 모아 여행 계획을 짜도록 돕는 서비스는 없을까? 2025년 초 등장할 인공지능 서비스 ‘트래비어지’를 기대할 만하다.
트래비어지는 여행(Travel)과 관리자(Concierge)를 합친 표현이다. 여행의 모든 절차, 필요한 지식을 전문 관리자처럼 꼼꼼하게 챙긴다는 의미다. 김무철 중앙대학교 교수가 주도하는 팀 트래비어지가 개발 중이다.
트래비어지의 구성원은 모두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다루는 데이터 과학자다. 대표인 김무철 교수는 인공지능 가운데 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을 오래 연구한 권위자다.
트래비어지는 여느 거대언어모델처럼 손쉽게 쓴다. 사용자는 여행사의 전담 직원과 대화하듯 여행지와 예산, 먹고 싶은 음식과 즐기려는 활동, 일정 등을 편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그러면 트래비어지는 정보를 찾아 답변을 하는 동시에 화면 왼쪽에 일정표를 만든다.
기존 여행 추천 서비스는 미리 정해진 여러 선택지 가운데 '사용자가 선호할 만한 옵션'을 단계별로 좁히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예상치 못하게 일정이 바뀌거나 계획보다 빨리 끝났을 때, 방문한 장소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여행 추천 서비스를 꾸준히 쓰지 않는다. 트래비어지는 이 문제를 '그래프 신경망'으로 해결한다.
그래프 신경망은 서로 연결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구조화하는 기술이다. 데이터간 관계와 패턴을 효율 좋게 파악한다. 참조할 데이터를 명확하게 모으고 정리해 제시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데이터의 성격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가장 정확한 최신 정보만 모은 후, 정보와 정보의 상관 관계를 세밀하게 조사해 거대언어모델에게 전달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기존에는 그저 데이터를 많이 모아 거대언어모델에게 제시했다. 그래서 거대언어모델이 잘못된 정보나 오래된 데이터를 학습해 틀린 답변을 제공하는 경우(환각 현상)가 종종 발생했다. 그래프 신경망은 질문과 관련된 최신의 정확한 데이터를 모으고, 이들 간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후 거대언어모델에 전달한다. 이를 통해 환각 현상을 줄인다.
여행을 예로 들면, 그래프 신경망은 여행지의 특징과 명소, 여기까지 가는 교통편과 여행자의 기존 후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식당과 리뷰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모은다. 그리고 이들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거대언어모델에게 가르친다. 데이터를 교차 검증해서 사실과 다른 정보나 옛날 정보를 제외하고 최신 정보만 모은다.
트래비어지는 이렇게 모인 정보들을 참고해 사용자와 대화한다. 그러면서 사용자가 좋아하는 음식과 취향, 가고 싶어하는 곳과 여행 성향 등 또 다른 정보를 가늠하고 이를 토대로 일정표를 만든다. 이 일정표를 분석해서 사용자를 더 잘 이해하고 맞춤형 여행 일정의 완성도를 높인다.
트래비어지에는 또 다른 인공지능 편의 기능이 적용될 전망이다. 지도와의 연동은 기본이다. 이어 사용자가 여행지에서 간판이나 메뉴판 등의 외국어를 사진으로 찍으면 자동 번역하는 기능, 이 번역 결과를 토대로 트래비어지가 사용자 대신 소통하는 기능을 품는다. 여행지 주변의 실시간 교통 정보를 분석하고 교통 흐름과 예상 혼잡도까지 예측해서 사용자가 가장 효율 좋게 이동 경로와 교통편을 선택하도록 돕기도 한다. 여행을 떠난 사용자가 교통 체증과 경로 혼란을 겪지 않게 하는 것.
트래비어지는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 개발을 마치고 사용자 경험을 개발 중이다. 이들의 도전 과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데이터 과학자들이 모여 만든 팀이기에 기술과 서비스는 짧은 시간만에 만들었다. 하지만, 이 기술과 서비스를 사용자들이 손쉽게 쓰도록 돕는 것, 효용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트래비어지의 완성도 자체를 더 좋게 만드는 것, 한결 다양한 그래프 신경망을 활용하도록 개선하는 것, 서비스를 시작한 후 홍보 마케팅을 펼치는 것 모두가 도전 과제다.
트래비어지 팀은 우선 중앙대학교의 도움을 받는다. 중앙대학교는 실험실특화형 창업선도대학 혁신창업실험실 제도를 운영한다. 트래비어지도 이 제도의 지원을 받아 태어났다. 기술 기반 초기 기업이 자리 잡도록 전문가와 연결해 조언을 주고 초기 운영 예산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어 사업계획서 제작과 기업공개 피칭 멘토링, 우리나라 내외 기업과의 협업 주선까지 스케일업 지원도 한다. 이 도움을 토대로 서비스를 알리고 사용자 경험을 강화할 인재, 홍보 마케팅 전략을 만들 인재를 찾아 함께 성장하며 트래비어지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전문 연구자와 지원을 토대로 트래비어지는 2025년 2분기, 우리나라 여행자가 많이 찾는 일본 오사카 지역을 대상으로 웹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 곳에서의 운영 성과를 검증, 반영해 사용자 경험을 높이고 2025년 4분기 앱 서비스를 공개한다. 이 시점에서 여행자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베트남, 태국 등의 상세 정보와 여행 편의까지 얻을 것이다.
이들은 트래비어지를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이 내·외국인 여행객을 유치하는 데 활용하도록 개조할 계획도 세웠다. 각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여행 명소와 유적, 고유의 문화와 음식, 이동 경로와 교통 수단, 기초 회화 등을 방문자들이 손쉽게 실시간으로 이해하도록 트래비어지로 돕는 원리다. 지역의 문화 콘텐츠와 연계하면 효용은 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으로는 김무철 교수와 트래비어지는 그래프 신경망 기반 거대언어모델의 효용을 다른 부문에 전달할 계획을 세운다. 이미 재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자료를 정리하도록 돕는 ‘재난 정보 대화형 서비스’를 구축 중이다. 재난에 대응할 실무자와 공무원들이 관련 법령을 물으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를 알려주는 거대언어모델이다. 그러면 누구나 위급한 재난 상황에서 가장 알맞은 행정 업무에 임한다. 대응 후 문서 작업도 돕는다.
이들은 청각 장애인이 쓰는 수화를 번역하는 거대언어모델도 연구 중이다. 자체 검증한 결과 정확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왔다. 이 거대언어모델을 고도화하면 실시간 수화 통역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무철 교수는 “앞서 다양한 연구를 하면서 그래프 신경망의 효용에 확신을 가졌다. 이 기술을 거대언어모델에 적용해서 누구나 전문가와 함께 여행을 떠난 듯 좋은 추억과 즐거움을 얻도록 돕겠다. 나아가 외국인 대상 우리 문화 도우미, 재난 정보 전달,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등 다양한 거대언어모델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