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우 몰라도 대표, "창업 인큐베이팅 수상, 밤낮 함께한 서울과기대 덕분이죠"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5월, 전국 창업 인프라를 활용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창업자와 우수 제조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2024’가 막을 올렸다. 대회는 전국 249개 창업보육센터와 70개의 1인창조기업지원센터·중장년기술창업센터, 200개의 메이커 스페이스가 별도로 개최하는 창업경진대회를 통합한 대회로, 첫 개최임에도 다섯 개 분과에서 총 552개 팀이 선발돼 대회에 참가했다. 참가 기업은 연계된 창업 인프라에서 3개월 간 집중 보육 및 시제품 제작, 사업 모델 고도화까지 집중적으로 지원받았다.
그 사이 참가 기업들은 시제품 제작은 물론 디자인 컨설팅, 제조 컨설팅 등을 거치며 제품 고도화를 이뤄냈고, 아이템 분과와 사업화 분과에서 각각 32명, 64명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이에 앞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구축운영사업센터(이하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는 기업 지원 및 시제품 제작 역량이 우수한 기관으로 인정돼 창업 인큐베이팅 참가 지원 거점센터로 발탁됐고, 참가자 모집 및 예선 평가 등을 거치며 고현우 몰라도(MOaLAdO) 대표의 시제품 제작 컨설팅 및 시제품 제작을 지원했다.
창업진흥원장상에 해당하는 창의상을 수상한 고현우 대표를 만나 그간의 제품 제조과정과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와의 도움 방안, 그리고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대화를 나눴다.
“기존 코딩 교육 제품의 한계, 창업의 꿈으로 다가왔죠”
취업의 길을 생각할 20대 중반 청춘이지만,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제조 창업을 꿈꿔왔다. 고현우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전국적으로 코딩 열풍이 불었고, 고등학생쯤 3D 프린터가 대중화됐다. 이에 매료돼 직접 북부경기문화창조허브 메이커스페이스를 방문해 작동 교육 등을 이수하곤 했고, 졸업쯤에는 직접 노래를 들으면 리듬을 타는 로봇, 피아노 건반 로봇 등을 3D 프린터로 만들 정도가 됐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어서 “이 시기쯤 등장한 코딩 블록 장난감 등에 관심이 많았지만 아이들이 접하기에는 어렵고, 비싸고, 또 컴퓨터나 스마트폰도 추가로 필요했다. 교육 역시 실력 향상보다는 상업성이 강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해 보자는 꿈을 안고 취업 대신 제조창업의 길을 선택했다”라고 창업 배경을 밝혔다.
“제작 단계부터 필요한 제조창업, 전 과정에 도움 받아”
그가 이번 대회를 통해 고도화한 제품은 어린이들이 더 쉽고, 빠르게, 직관적으로 코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코딩 블록, ‘이어도 블록’이다. 이어도 블록은 컴퓨터 등 코딩 장비 없이 블록만으로 코딩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제품이다. 제품에 포함된 코딩 원리 카드를 따라 제품을 조합할 수 있고, 창의력을 발휘해 다양한 방식으로 조립해도 된다.
교육용 이어도 블록 세트는 빛과 소리와 관련해 실생활에 적용된 기능들을 이어도 블록으로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추후 다른 전자제품과 호환되는 블록을 추가해 놀이용이나 인테리어용 이어도 블록 세트도 출시할 예정이다.
제조창업인만큼 그 역시 1년 이상 제품을 제조했다. 고현우 대표는 “제품 제조에 앞서 이두한 변리사의 도움을 받아 디자인 등록, 특허 출원 등을 우선 진행했다. 처음 시제품은 목재로 만들었고, 2024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도 출품했다”라고 말했다. “예상외로 초등학생들의 상당한 관심과 호응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제품을 고도화 중”이라고 말했다.
고현우 대표의 제품 제작을 도운 이정필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매니저는 “처음 나무로 만든 제품이 1차 디자인이고, 최종적으로 12차에 걸쳐 시제품 제작을 지원했다. 고현우 대표가 아이디어와 모델링 등을 제공하면, 센터 측에서 전문인력 지원과 장비 및 재료지원을 통해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상품성 있는 제품으로 제작하는 지원이 이뤄졌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제품 제조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다. 고도화된 제품 제작을 위해 목재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금속 등 다양한 재질이 투입됐다. 이정필 매니저는 “메이커스페이스 센터는 지원자의 제안을 듣고, 최적의 제조 방안을 조언한다. 이어도 블록은 블록과 블록이 연결되고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아 각종 센서들이 작동하는데, 초기 제품은 작은 블록 안에 전선이 복잡하게 연결돼 활용도가 떨어졌다. 이 부분을 고 대표와 고민하고 있을 때 창업을 준비하며 메이커스페이스에 자주 오던 과기대 재학생이 PCB 제작에 아이디어를 줬고, 이를 확장하여 PCB 기판을 제작해 제품 완성도를 높였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과정은 개발의 연속이다. 고현우 대표는 “PCB 제작 이후에는 총 12회에 걸쳐 시제품을 제작했다. 자석도 넣어 제품 완성도를 높였다. PLA 필라멘트로 FDM 3D 프린팅, 레이저 커팅으로 목재 가공, CNC 라우터 및 머시닝 센터를 활용한 금속 가공까지 원하는 제품 규격대로 만들어주셨다”라면서, “제품 제조 접근은 전문가 도움이 필수다. 3D 프린터는 조형 각도에 따라 품질이 다르고 CNC 가공도 모델링 공차를 고려해야 한다. 1차마다 제품 구상이나 제조 과정에 4일~5일이 소요되는데, 이를 12차까지 진행하는 과정 모두 이정필 매니저가 도와줬다”라고 말했다.
“효율성과 확장성에 방점··· 레고와의 연결도 지원”
500여 팀의 제품 중에서 고현우 대표의 이어도 블록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직관성, 효율성에 집중한 영향이 크다. 그는 “창업 인큐베이팅 대회 특성 자체가 지자체, 기관의 장비를 적극 이용해 완성도를 높이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따라서 기존 목재는 물론 다양한 소재를 모두 활용해 완성도를 높였다. 또 레고 블록 등과 조합할 수 있음을 보여줘 확장성을 증명했고, 기존의 코딩 교육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제품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효율성으로 언급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3개월 내에 제품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상업화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 그리고 그 기간 내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제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했다는 점 등이 이점이다. 상업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존 코딩 교구 가격은 50만 원대에서 많게는 90만 원대인데, 이어도 블록은 이보다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생각을 현실로 구현하는 창업 인큐베이팅, 꿈이 있다면 도전하길”
고현우 대표는 “구현하고 싶은 제조창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도전할만한 대회고, 제품 제조 과정에서 얻는 게 많다. 사실 이어도 블록은 어릴 적 레고를 가지고 놀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아이디어로 구체화한 제품이다. 내가 만든 제품에 공감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사업의 현실성도 구체화할 것”이라면서, “이번 과정을 통해 많은 지식과 경험, 방향성을 깨달았다. 우선 클라우드 펀딩으로 고객 수요를 다지고, 코딩 학원과 유치원, 관련 커뮤니티 홍보 등을 통해 이어도 블록을 알릴 예정이다. 기존 시장이 공고하지만, 참신하고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음을 강조해 성과를 낼 것”이라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업이 성공에 이르는 길을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와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현우 대표는 “창업 인큐베이팅을 마무리하며 서울과기대에서 했던 작업들을 갈무리하는 단계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제품의 완성도를 조금 더 끌어올릴 예정이고, 이 과정을 마친 뒤 제품 홍보 및 상업적인 시도를 시작할 예정이다”라면서, “제조창업을 도전하는 과정에서 서울과기대의 다양한 창업지원과 인프라를 활용해 사업가로 성장하고, 장기적으로는 나와 같은 1인 제조창업가도 부흥할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 과정 전반을 함께한 이정필 매니저 역시 “저희가 지원한 고현우 대표가 창업 인큐베이팅 대회에서 수상하게 되어 기쁘다. 이어도 블록은 완성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대회는 끝났지만 앞으로의 고도화 방안은 계속 고민 중이다. 제조창업에 도전하는 청년 창업가 고 대표가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도록 함께 고민하고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