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 병해충 발생 예측부터 방제약 처방까지 돕는 ‘애프터레인’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애프터레인은 수목의 병해충 발생 예측부터 방제약 처방까지 돕는 기후테크 기업이다. 최근 잦은 빈도로 발생하는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해 베테랑 수목인도 병해충 발생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애프터레인은 직접 전국을 발로 뛰며 병해충이 발생하는 온도와 습도 등 특정 조건 데이터를 수집, 솔루션의 정확도를 높였다. 그 결과 애프터레인은 2024년 산림분야 딥테크·빅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중현 애프터레인 대표를 만나 자세한 솔루션 소개를 들었다.

애프터레인 로고 / 출처=애프터레인
애프터레인 로고 / 출처=애프터레인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 심각성 깨닫고 창업…전국 발로 뛰며 솔루션 고도화

박중현 애프터레인 대표는 자동차 기업의 연구원 출신이다. 그는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아 2018년 애프터레인을 창업했다고 전했다.

박중현 대표는 “창업 전에도 우리나라에 미세먼지가 자주 유입돼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첫째 아들이 미세먼지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가와사키병을 앓게 되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됐다. 다행히 지금은 호전됐지만, 이때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문제가 인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술로 환경 개선에 기여하겠다고 결심한 계기”라며 “이 같은 이유로 창업 당시 개발 방향을 미세먼지 해소나 공기정화로 맞추고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공기정화 벤치를 개발했다. 사물인터넷이 공기정화 벤치에 있는 식물이 죽지 않도록 적정 온도와 습도, 수분 공급 등을 담당하는 개념의 솔루션이다. 당시 마포구청을 시작으로 전국 지자체에 IoT 공기정화 벤치를 약 30대 공급했다”고 말했다.

남양주에 배치된 IoT 공기정화 벤치 / 출처=애프터레인
남양주에 배치된 IoT 공기정화 벤치 / 출처=애프터레인
애프터레인이 개발한 스마트 정원관리 시스템 / 출처=애프터레인
애프터레인이 개발한 스마트 정원관리 시스템 / 출처=애프터레인

그는 이어 “2020년에는 그린뉴딜 정책을 필두로 전국에 3000여 개 이상의 실내정원이 조성됐다. 이에 대응해 기존 IoT를 활용한 공기정화 벤치 솔루션을 ‘스마트 정원관리 시스템’으로 확대, 전국 350여 개소에 설치했다. 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국에 나무와 식물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보았고, 스마트 정원관리 시스템을 응용해 스마트 나무 농장을 만들었다. 나무를 키우다 보니, 기후변화와 고령화로 묘목들의 생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결국 현재 메인 비즈니스인 병해충 발생 예측 시스템 ‘시들링’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애프터레인이 개발한 수목 병해충 발생 예측 시스템 ‘시들링’은 기후변화에 따라 약 이주 전부터수목 병해충 발생을 예측하고, 방제약과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애프터레인이 개발한 수목 병해충 발생 예측 시스템 ‘시들링’ / 출처=애프터레인
애프터레인이 개발한 수목 병해충 발생 예측 시스템 ‘시들링’ / 출처=애프터레인

박중현 대표는 “병해충 발생 예측 시스템의 정확도 개선과 고도화를 위해 수목 관련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자사 직원 5명이 매주 전국을 돌며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 결과 특히 올해는 정말 경악할 만한 변화가 발생했다. 지난해 대비 병은 한 달 이상, 해충들은 두 달 이상 일찍 발생한 것이다. 수목 관련 병해충은 발생 후 처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빠른 속도로 확산하기 때문이다. 올해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지속돼 농부들이 손쓸 새도 없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자사는 매주 전국을 돌며 데이터를 수집한 덕분에 특정 온도나 습도가 지속되면, 얼마 뒤 어떤 병해충이 발생하는지 패턴을 찾을 수 있었다. 이후 실험과 분석을 통해 해당 병해충이 어떤 약제로 빨리 방제가 되는지도 규명했다. 시들링이 병해충 예측뿐만 아니라 방제 처방까지 가능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들링은 어떤 수종에 어떤 병해충이 어떤 조건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축적한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작동한다”며 “우리는 수십 년의 경험을 가진 농부들로부터 기초데이터를 확보했고, 이후 5년간 전국 23개 대형농장에서 직접 추가데이터를 모으고 솔루션을 실험, 검증했다. 식량 작물을 주로 다루는 농업 분야에 병해충 발생을 알려주는 서비스는 있으나, 시들링처럼 예측 및 방제약 처방까지 가능한 서비스는 없다. 심지어 ‘시들링’은 카카오톡처럼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투자 유치 난항 극복하고 솔루션 완성…농약 로켓 배송 시스템 구축

애프터레인은 시들링 서비스를 완성하기까지 몇몇 시행착오를 겪었다.

박중현 대표는 “기업 운영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 자금이 필요했지만, 투자 유치가 어려웠다. 대한민국의 어떤 투자자도 나무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이 분야를 아는 주요 고객들을 설득해 엔젤투자를 유치, 시들링 개발에 성공했다”며 “그러나 이렇게 만든 서비스에 수익모델을 붙이는 일은 정말 난관의 연속이었다. 구독료를 받자니 나이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거부감을 일으킬 것이고, 광고모델을 붙이자니 그 대상이 너무 적었다. 1년의 고민 끝에 찾아낸 방법이 ‘고객의 또 다른 문제를 우리의 솔루션을 이용해 해결하자’였다. 바로 ‘유통’이었다”고 말했다.

박중현 애프터레인 대표 / 출처=IT동아
박중현 애프터레인 대표 / 출처=IT동아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농약 공급 시장은 지역 총판으로 운영, 매우 영세하고 지역화돼 있다. 그래서 당장 필요한 약제를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약제를 구하더라도 일주일씩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묘목이나 모종의 경우 밀식(좁은면적에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방제를 못 하면, 약 2만 개의 식물이 감염된다”며 “개당 1000원씩만 잡아도 2000만 원씩 손해가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 어떤 병해충이 어느 지역에 창궐할지 예측이 가능하므로, 농약 재고를 미리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전국을 돌면서 조사하는 팀이 있기에 이를 이용하면, 농약을 로켓 배송할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농약으로 시작해 함께 필요한 비료나 상토 같은 품목으로 배송 범위를 확대하면, 이 분야에서 아마존이나 쿠팡처럼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2024년 산림분야 딥테크·빅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 대상…해외로 서비스 확대 추진 중

애프터레인이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솔루션 고도화에 성공하자, 고객사 확대와 수상 등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박중현 대표는 “자사의 초기 핵심 고객은 ‘한국양묘협회’다. 우리나라의 전후 산림복구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모든 산림에 나무를 공급한 조직이다. 한국양묘협회는 자사 고객이자 투자자이기도 하다. SK임업, HDC와도 업무협약를 맺고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올해는 2024년 산림분야 딥테크·빅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에서 산림청장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해당 대회는 산림데이터를 활용해 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이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져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으로, 한국임업진흥원이 주관기관 중 하나로 참여했다. 이 사업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후 행정안전부에서 개최한 범정부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에 산림청 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협력 기관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사업 과정에서 유용했던 코칭 프로그램과 IR자료 디자인 업데이트, 사업화 멘토링 등의 도움이다. 현재도 서울창경의 다양한 지원 속에 솔루션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 11월에는 제 12회 범정부 공공데이터 대회에서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이룩했다. 현재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Pre-A 투자유치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월에는 네덜란드에 방문해 ‘상토’의 국내 총판권을 유치했다. ‘상토’는 묘목이나 모종을 키우는 데 필수적인 인공토양이다. 현재 국내 공급에 문제가 많이 발생해 꼭 필요한 항목이었는데 자사가 가장 좋은 품질의 제품을 국내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올해 남은 기간 이 제품의 공급을 확대해 매출을 늘리고, 그 수익을 통해 시들링 추가 개발을 추진하겠다. 네덜란드 현지 시장 진출도 활발히 추진 중”이라며 “자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총 세 단계로 이뤄져 있다. 묘목의 대량생산(녹지 복원)과 나무의 대량생산(생태계 복원), 나무 자동 식재&관리(지속 가능성)다. 마지막에는 마치 Wall-E 같은 로봇이 거의 무한반복으로 빈 땅에 나무를 심고 다니는 세상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이 세 단계의 액션을 통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포집을 생물학적으로 진행,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 자사 행보에 많은 관심 바란다”고 전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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