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경쟁 사라진 2025년 게이밍 그래픽카드 시장, 무엇 믿고 게임할까?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PC 게이머에게 그래픽 처리장치(GPU) 성능 경쟁은 흥미로운 이벤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엔비디아 지포스(GeForce)와 AMD 라데온(Radeon) 그래픽카드가 일정 주기에 맞춰 출시될 때 어느 수준의 게이밍 성능을 갖췄는지 관심이 집중된다. 최신 AAA급 게임을 쾌적하게 구동할 정도의 성능을 제공하는지, 고해상도 또는 고주사율 환경에 여유롭게 대응하는지 등 이전 세대 대비 개선점을 비교하고 게이머에게 알맞은 제품을 선택한다.

그래픽 처리장치 제조사간 성능과 가격 경쟁이 치열하지만, 큰 흐름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기함급(플래그십) 제품에 달려있다. 최고 성능을 가진 기함급 그래픽 처리장치의 잠재력에 따라 하위 제품의 성능이 예상된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차세대 그래픽 처리장치가 소개될 2025년에는 기함급 제품 경쟁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AMD가 2024년 9월, 상위 10% 소비자를 위한 고성능 그래픽카드 대신 전체 80% 소비자가 많이 찾는 중상급 제품군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AMD는 최상급 제품 대신 메인스트림 급 제품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출처=AMD
AMD는 최상급 제품 대신 메인스트림 급 제품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출처=AMD

AMD가 실제 기함급 그래픽 처리장치를 선보이지 않을 경우, 시장 진출 초기부터 고성능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인텔 아크(Arc)와 유사한 형태로 시장 경쟁에 나선다. 결과적으로 기함급 그래픽 처리장치는 엔비디아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전망이다. 반면, 중상급 그래픽카드 시장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선택지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게이머는 중상급 그래픽카드로 어떻게 게임을 즐겨야 할까?

꾸준히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성능 한계를 극복한다

기함급 그래픽 처리장치도 결국 빠르게 발전하는 게이밍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 현재 최고 성능을 제공하는 지포스 RTX 4090 그래픽 카드도 본연의 성능만 가지고 4K 이상 고해상도와 고주사율을 100% 소화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래픽 처리장치 제조사들은 인공지능 기술로 성능 한계를 극복하는 데 힘쓰는 중이다.

엔비디아는 DLSS 기술로 게이밍 몰입감을 개선했다 / 출처=엔비디아
엔비디아는 DLSS 기술로 게이밍 몰입감을 개선했다 / 출처=엔비디아

엔비디아는 딥러닝 슈퍼 샘플링(DLSS – Deep Learning Super Sampling) 기술로 게임을 부드럽게 처리하고 있다. 현재 3세대까지 공개된 상황인데, 이 기술은 지포스 RTX 40 시리즈 그래픽 카드만 사용 가능하다. RTX 20ㆍRTX 30 시리즈 그래픽 카드는 2세대 DLSS 기술에 대응한다. 게임 개발사가 DLSS 기술을 적용해야 사용 가능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대다수 게임은 기본 적용하고 있어 사용에 어려움은 없다.

AMD는 자사 그래픽카드에서 활용 가능한 ▲FSR ▲RSR ▲AFMF 등 인공지능 기반 그래픽 개선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 출처=AMD
AMD는 자사 그래픽카드에서 활용 가능한 ▲FSR ▲RSR ▲AFMF 등 인공지능 기반 그래픽 개선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 출처=AMD

AMD는 FSR(FidelityFX Super Resolution) 기술로 그래픽 처리장치의 성능 한계를 극복한다. 선명도를 높이고 프레임 보간 기술을 더해 높은 해상도에서 쾌적한 게이밍 경험을 제공한다. 라데온 슈퍼 해상도(RSR – Radeon Super Resolution) 기술도 공개하면서 FSR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FSR 기술은 게임 개발사가 지원해야 쓸 수 있었으나 RSR 기술은 드라이버 자체에서 지원하기 때문. 그래픽카드 사용 제한을 둔 엔비디아와 달리 AMD는 RDNA 설계 기반 그래픽카드 모두 사용 가능한 부분도 특징이다.

라데온 RX 6000ㆍRX 7000 시리즈 그래픽 카드 한정이지만, FSR 기술을 지원하지 않는 게임의 몰입감을 높여주는 AFMF(AMD Fluid Motion Frame) 기술도 개발했다. 현재 2세대까지 공개됐고 드라이버 자체에서 게임을 인식해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인텔도 XeSS 기술을 꾸준히 다듬는 중이다 / 출처=인텔
인텔도 XeSS 기술을 꾸준히 다듬는 중이다 / 출처=인텔

인텔은 Xe 슈퍼 샘플링(XeSS – Xe Super Sampling) 기술을 쓴다. 인텔 Xe 설계 기반 그래픽 처리장치에서 쓸 수 있는 기술로 내장 그래픽 및 아크 그래픽카드 등 폭넓게 지원하는 점이 특징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해상도 확대(업스케일링) 및 프레임 보간 기술을 도입하는 이유는 방대한 그래픽 처리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함이다. 과거와 달리 QHD~4K 해상도 이상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가 늘어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풀HD 해상도(1920 x 1080)에서 4K 해상도(3840 x 2160)로 게이밍 환경이 바뀔 경우 단순 데이터 처리량은 4배 이상 증가한다. 처리화면 영역이 4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에 걸리는 부하는 그 이상이어서 현존하는 고성능 그래픽카드로도 4K 해상도를 원활히 처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처리 데이터가 정해진 그래픽 효과가 아닌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 그래픽 효과는 부하를 더욱 가중시킨다. 광선추적(레이 트레이싱) 기술이 대표적이다. 실제 광원의 위치와 효과에 따라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효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저해상도 이미지를 업스케일링한 후 게임에 빠르게 적용 가능하다. 기함급 그래픽 처리장치라면 빠른 속도로 게임 내 데이터를 처리하겠지만, 중상급 그래픽카드로도 충분한 효과를 낸다면 게이머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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