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향성 스피커, 새로운 콘텐츠·문화예술 세계 마중물
[IT동아 차주경 기자] 특정 방향으로만 소리를 전달하는 지향성 음향 기술이 활동 범위를 더욱 넓힌다. 주로 산업계에서 사람의 안전을 지켜 온 이 기술은 이제 콘텐츠와 예술 영역에 진출, 예술가들이 작품 표현의 범위를 넓히도록 돕는다. 사람들이 예술 작품을 더욱 재미있고 신기하게 즐기도록 돕는다. 공연장과 박물관, 전시장 등 문화예술 업계도 지향성 음향 기술의 장점을 활용해서 색다른 전시회를 연다.
지향성 음향 기술은 소리의 주파수를 변조해 특정 방향으로만 소리를 전달하거나, 먼 곳까지 명료하게 전달한다. 이 특성을 활용해 지향성 음향 기술은 횡단보도나 터널에서 차량의 안전 운전을 도왔다. 발전소와 공장 등 대규모 시설에서 작업자들에게 명확한 소리를 전달했다. 산이나 바다 등 휴가지와 재난 현장에서 명료하게 들리는 위험 혹은 대피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기도 했다.
이어 지향성 음향 기술을 사이니지와 키오스크, 감시 카메라에 등에 장착해서 특정 사용자나 장소에만 소리를 전달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이니지에 지향성 음향 기술을 적용하면, 사용자가 앞을 지나갈 때만 소리를 전달한다. 소음 공해를 일으키지 않고 사이니지를 24시간 운용해 광고 효과를 높인다. 패스트푸드 매장처럼 소음이 많은 곳에서, 지향성 음향 기술은 소비자에게 명료하게 주문과 결제 정보를 전달한다. 쓰레기 무단 투기 방송이나 출입 금지 방송을 송출할 때에도 지향성 음향 기술이 활약한다.
지향성 음향 기술은 콘텐츠와 예술 영역에도 진출했다. 기술의 특성을 활용해서 사람이 있는 곳으로만 소리를 전달하거나, 사람이 보는 방향에 따라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조절해서 몰입감을 높이는 원리다.
좋은 사례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설치된 초대형 몰입형 콘텐츠 공연장 ‘MSG 스피어(MSG Sphere)’다. 내외부에 16K 초고해상도 LED 스크린을 원 모양으로 설치해서 시각 몰입감을 높인다. 이어 내부 곳곳에 소리를 가장 효과 좋게 전달하도록 16만 8000개 이상의 음향 장치를 배치해서 청각 몰입감도 확보한다.
덕분에 MSG 스피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다만, MSG 스피어는 건설 비용이 20억 달러, 약 2조 6670억 원 이상 들 정도로 비싸 보급에 한계가 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LED 스크린, 음향 등 기계 설비 구축 비용으로 알려졌다. 특히 음향 기기는 특성상 배치할 곳을 까다롭게 골라 소리의 방향을 조절해야 하고, 기기 자체의 부피가 커 도입하기 어렵다.
음향 기술과 기기 업계는 지향성 음향 기술의 적용 범위를 넓힐 목적으로, 염가·소형인 지향성 스피커를 연구 개발한다. 우리나라 음향 전문 기업 제이디솔루션(대표 제영호)이 만든 소형 지향성 스피커 ‘브릭(Brick)’도 이 가운데 하나다.
제이디솔루션이 2024년 초에 공개한 소형 지향성 스피커 브릭은 크기는 작지만, 성능은 눈에 띈다. 벽돌(Brick)이라는 이름처럼, 이 제품의 부피는 벽돌 한 개(크기 220 x 105 x 60mm, 무게 1.2kg) 수준이다. 일반 블루투스 스피커와 비슷하거나 조금 크다. 반면, 일반 음향만 재생하는 블루투스 스피커와 달리 브릭은 일반 음향과 지향성 음향, 두 가지 음향을 함께 재생하는 하이브리드 음향 재생 기능을 가진다.
제이디솔루션 브릭은 일반 음향을 재생한다. 스위치만 바꾸면, 이 제품은 소리를 특정 방향으로만 전달하는 지향성 스피커로 변신한다. 소리의 주파수를 변조하는 덕분에 어떤 소리든 명료하게 먼 곳으로, 특정 방향으로만 전달한다. 영하 20℃에서 영상 55℃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운용 가능하고, 3.5파이 이어폰 단자와 블루투스 무선 입력 등 여러 음원도 지원한다.
이 제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전시회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 정연두-백년 여행기’에서 활약했다. 정연두 작가는 120년 전에 낮선 땅 멕시코로 떠난 우리 조상들의 복잡한 감정을 현대인들에게 전달할 수단으로 지향성 스피커를 사용했다. 관람객이 전시장 안을 돌아다니다가 특정 위치에 서면, 마치 귀 뒤에서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를 듣는다. 브릭이 지향성 음향 기술을 활용해서 특정 위치에 선 관람객만 소리를 듣도록 한 덕분이다. 소리를 들은 관람객은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작품을 발견하고 체험한다.
최근 인천 중구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공간 ‘뮤지엄엘’의 ‘키네틱 디스플레이’에서도 브릭을 만난다. 키네틱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앞뒤로 움직여 입체감을, 특정 장소에서만 선명하게 들리는 지향성 음향으로 공간감을 전달하는 전시 도구다. 뮤지엄엘의 전시관 통로 한가운데에 마련된 키네틱 디스플레이를 보고, 관람객들은 연신 탄성을 말한다.
제이디솔루션은 브릭을 우리나라 내외의 콘텐츠, 문화예술 전시장에 보급할 예정이다. 각종 미디어 아트와의 연계, 새로운 유형의 시청각 콘텐츠 제작, 오로지 관람객에게만 들리는 새로운 예술 작품 설명 서비스(도슨트) 등을 구현할 유일한 기술이라는 설명과 함께다. 이미 중국 아르떼뮤지엄을 포함해서 여러 전시장이 브릭을 도입, 지향성 음향으로 색다른 느낌의 전시회를 열 계획을 세웠다고도 덧붙였다.
제이디솔루션은 “브릭은 기존 초지향 스피커보다 월등하게 좋은 음질을 표현, 음성뿐만 아니라 광고를 포함한 여러 음원을 활용 가능하다. 덕분에 전시장과 박물관에서의 수요가 부쩍 늘었다. 나아가 일반 매장, 정보통신기기와의 융합 등 새로운 수요를 찾아 지향성 음향과 스피커의 활용 영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