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프로, '에어팟 크기, 86그램' 신제품 공개…마니아 아닌 대중 노린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액션캠 브랜드 고프로(GoPro)가 신제품을 공개했다. 기존 플래그십 제품을 계승하는 제품과 초경량 저가형 모델을 함께 선보이며 고객층 확대를 노린다.
고프로는 9월 5일 익선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플래그십 신제품 ‘히어로 13 블랙’과 초소형 제품인 ‘히어로’를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파블로 리마 고프로 글로벌 제품 매니지먼트 부문 부사장이 직접 참석해 제품을 소개했다.
이번 히어로 13 블랙은 교체식 렌즈 모듈 도입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전부터 있었던 맥스 렌즈 모듈이 단순히 화각을 넓혀주는 역할에 그쳤다면, 히어로 13 블랙에서 처음 선보인 HB-시리즈 렌즈는 어떤 렌즈를 끼느냐에 따라 제품의 활용도가 크게 달라진다. 렌즈를 장착하면 카메라가 알아서 렌즈 전용 기능을 활성화하고, 촬영 설정도 렌즈에 맞춰 자동으로 조정하는 렌즈 자동 감지 기능도 지원한다.
HB-시리즈 렌즈는 초광각 렌즈, 매크로 렌즈, 애너모픽 렌즈, ND필터로 구성됐다. 초광각 렌즈는 최대 177도 초광각 촬영이 가능하다. 기존 맥스 렌즈 모듈을 계승하는 위치의 제품이다.
매크로 렌즈는 최소 초점 거리를 11cm까지 줄여서 훨씬 더 가까이서 피사체를 촬영할 수 있다. 기존 고프로의 광각 렌즈로는 구현이 어려웠던 아웃포커싱을 통한 배경 흐림 효과도 낸다.
ND필터는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에 잔상을 만드는 ‘모션블러’ 효과를 낼 때 쓰는 필터다. 자동차나 바이크로 빠르게 도로를 주행하는 영상처럼 속도감이 필요한 영상을 찍을 때 유용하다.
애너모픽 렌즈는 21:9나 16:9 화면비로 영화 같은 영상을 찍을 수 있는 렌즈다. 애너모픽 렌즈 특유의 왜곡을 보정하는 작업인 디스퀴징(Desqueezing)도 카메라 내에서 자체 지원해 후반 작업에 들이는 수고를 줄여준다. 애너모픽 렌즈는 내년 출시 예정이다.
카메라 바디의 기능과 사용 편의성도 개선했다. 짧은 순간을 초고속 촬영해 슬로모션 영상을 만드는 연사 슬로모션 기능은 최대 5초 동안 5.3K 120프레임 촬영을 지원한다. 더 느린 슬로모션을 원하면 720P 400프레임까지 촬영 가능하다. 이번 제품부터 자석식 래치와 볼 조인트를 추가로 도입하면서 마운트 교체도 간단해졌다. 이 외에도 전문가를 위한 HLG HDR 촬영, GPS 기능, WiFi 6 지원이 추가됐다.
배터리 또한 기존 1750mAh에서 1900mAh로 용량을 늘리고 효율을 개선했다. 파블로 리마 부사장은 “공기 흐름이 없는 정적 상황에서 연속 촬영할 때 최대 50퍼센트까지 배터리 성능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더 긴 연속 촬영이 필요할 때는 외부 전원 연결할 수 있도록 콘택토(Contacto)라는 액세서리도 출시할 예정이다. 생활 방수를 지원하는 자석식 충전 단자로 전원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에어팟 크기의 초소형 액션캠 ‘히어로’
이날 발표의 주인공은 고프로의 대표 플래그십 제품인 히어로 13 블랙이 아닌 ‘히어로’에 가까웠다. 히어로는 무게가 86g에 불과하면서도 디스플레이와 엔듀로(Enduro) 배터리 등을 모두 갖춘 제품이다. 히어로 12 블랙과 비교하면 44% 가볍고 35% 더 작다. 애플의 에어팟 프로 케이스와 비슷한 크기다.
파블로 리마 부사장은 “일상생활에서 간단하게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제품, 그러면서도 견고함과 방수 기능 등 고프로 DNA를 그대로 가진 제품을 원한다는 고객들의 니즈가 있었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출시한 제품이 히어로”라고 설명했다.
촬영 모드는 플래그십 제품과 비교하면 다소 제한적이다. 4K 30프레임, 1080P 30프레임 두 가지 사전 설정된 촬영 모드와 2.7K 60프레임 슬로모션 촬영만 지원한다. 화면 비율도 16:9로 고정이다. 설정할 항목이 많으면 오히려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대중을 고려해 촬영 모드를 간소화했다는 게 고프로 측의 설명이다. 다만 파블로 리마 부사장은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4:3 화면비 촬영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첨언했다.
하이퍼스무스 기능 구현 방식도 플래그십 제품들과 차이가 있다. 하이퍼스무스는 손 떨림으로 인한 영상 흔들림을 보정하는 고프로의 동영상 안정화 기능을 말한다. 히어로 13 블랙이나 그 이전 제품들은 카메라 자체에서 하이퍼스무스 기능을 구현했지만, 히어로는 고프로 전용 영상 편집 앱 ‘퀵(Quik)’을 통한 사후 보정 방식으로만 지원한다.
고프로는 발표와 함께 오늘부터 제품 사전 주문도 시작했다. 고프로 히어로13 블랙과 렌즈 3종은 오는 10일부터, 히어로는 22일부터 사전 주문 물량 배송 및 공식 판매를 시작한다. 가격은 히어로13 블랙은 59만 8000원, 히어로는 29만 8000원이다. 초광각 렌즈 모듈은 14만 9000원, 매크로 렌즈 모듈은 19만 9000원, ND필터 4팩은 10만 9000원이다. 렌즈 모듈은 히어로 13 블랙 외 다른 제품과는 호환되지 않는다.
‘히어로’로 고객층 확대 노리는 고프로
고프로는 앞서 지난 2022년에도 히어로 11 블랙 미니라는 소형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기존 제품보다도 더 익스트림 스포츠와 야외 활동 촬영에 초점을 맞춘 마니아용 제품에 가까웠다. 반면 이번 히어로는 경량화, 소형화와 함께 기능도 단순화하고, 가격도 대폭 낮추면서 마니아가 아닌 대중을 겨냥했다. 히어로 13 블랙으로는 기존 마니아층과 전문가를 겨냥하고, 히어로로는 가볍게 영상 촬영을 하려는 일반 대중, 인플루언서 등을 노리는 이원화 전략을 펼치는 셈이다.
고프로가 이처럼 타깃 고객층이 다른 두 가지 제품을 함께 선보인 건 고객층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익스트림 스포츠와 야외 활동 촬영을 위한 액션캠으로서 고프로의 브랜드 가치는 여전하다. 하지만 그 외 영역에서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능 고도화와 짐벌 일체형 카메라의 인기 속에서 점차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신새롬 고프로 국내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 매니저는 “이전에는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주로 마케팅했다면, 이번 히어로로 더 넓은 범위의 고객들에게 다가가려는 마케팅을 펼치려고 한다”면서 “앞으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과 협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