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IPTV에 AI 적용…"코드커팅 막을 것"
[IT동아 권택경 기자] LG유플러스가 AIPTV(AI+IPTV)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IPTV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초개인화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9월 3일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플러스TV(U+tv)에 익시(ixi) 기반의 IPTV 특화 AI 에이전트인 ‘미디어 에이전트’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익시는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AI 기술 브랜드다.
미디어 에이전트는 고객의 TV 시청 경험 과정 전반에 관여하는 ‘지능형 시청 도우미’ 역할을 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이를 통해 구현한 ‘AI큐레이션’, ‘AI자막’, ‘익시 음성챗봇’ 등 3가지 신규 AI 기능을 소개했다.
AI큐레이션은 고객 취향에 맞는 콘텐츠와 시청 패턴에 맞는 월정액 상품 등을 제안한다. 시청 이력을 바탕으로 이전에 시청했던 작품과 유사한 작품을 추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탐색하고 검색하는지 파악하고 이에 맞춰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게 특징이다. 가령 특정 콘텐츠에 머물며 그 작품을 볼지 말지 고민 중이라면 이런 행동을 AI가 파악하고 해당 콘텐츠와 유사한 작품을 추천한다는 것이다.
추천 콘텐츠에 빠르게 접근하도록 돕는 ‘개인별 리랭킹’도 적용했다. 자주 쓰는 항목일수록 위쪽과 앞쪽에 배치해 원하는 콘텐츠 탐색 시간을 줄여 준다. 정진이 LG유플러스 미디어사업 트라이브장(담당)은 “올해 상반기 개인 맞춤 화면을 적용한 결과 적용 이전과 대비해 지면 이용률이 최대 55%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콘텐츠를 추천할 때는 이용자에 맞춘 개인화 메시지로 추천 이유를 설명하도록 했다. 개인 맞춤 추천 기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콘텐츠 추천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만든 기능이다. 올해 말에는 AI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추천받을 수 있는 대화형 탐색 기능도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방송도 한국어 자막을 켜고 시청하는 고객을 겨냥해 ‘AI자막’ 기능도 선보였다. AI가 실시간 방송에서 음성 데이터를 분리해 텍스트화하고, 방송사의 장애인용 폐쇄 자막을 활용해 오탈자와 싱크를 보정한 후 제공하는 방식이다. 방송 종료 후 10분 이내로 자막이 완성된다. 실제 간담회장 밖에 마련한 체험 공간에서는 이날 아침에 방영된 방송의 다시보기를 실시간 자막과 함께 제공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상 속 제작진 정보와 같은 글자와 자막이 겹치면 자막 위치를 AI가 자동으로 옮겨주는 기능도 구현했다. 기존 OTT 플랫폼 등에서는 이같은 자막 위치 조정을 모두 수작업으로 처리하지만, LG유플러스는 셋톱박스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활용해 온디바이스로 구현한 게 특징이다. 이 기능은 NPU가 탑재된 유플러스 UHD4 셋톱 박스부터 사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오픈AI의 대형언어모델(LLM)을 이용해 AI 자막 기능을 구현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익시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민홍 홈서비스 개발랩장은 “현재 자막 정확도는 98% 수준”이라며 “구글, 네이버 클로바, 오픈AI, 익시 등 다양한 LLM을 모두 검토한 결과 가장 정확도가 높았던 오픈AI의 LLM을 적용했다. 향후에는 익시를 업그레이드해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4시간 고객 질문에 답변하는 ‘익시 음성챗봇’도 선보였다. 리모콘 이용법, 추천 요금제 등 필요한 정보에 대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저녁이나 주말처럼 TV 시청량은 많지만 고객센터는 운영하지 않는 시간대, 고객센터에 묻기 애매한 질문 등에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역성장 코앞으로 다가온 IPTV 시장, AI로 분위기 전환 가능할까
LG유플러스는 앞서 ‘챗 에이전트’, ‘마케팅 에이전트’, ‘워크 에이전트’ 등의 AI 에이전트를 선보인 바 있다. 미디어 에이전트는 LG유플러스가 4번째로 선보이는 AI 에이전트다. 앞선 사례들이 고객 상담용, 기업용 에이전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고객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서비스에 적용된 AI 에이전트는 이번 미디어 에이전트가 처음이다.
LG유플러스가 IPTV에 AI 전환을 빠르게 시도한 건 IPTV 업계의 위기감이 반영된 행보로 보인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주류화와 TV 시청 가구의 꾸준한 하락은 유료방송 가입 해지, 이른바 코드커팅(Cord Cutting) 현상이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2015년 관련 집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IPTV는 가입자가 줄지는 않았지만 성장률이 0.3%에 그치며 사실상 역성장을 코앞에 두고 있다.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도 하락하는 추세다.
박찬승 LG유플러스 홈니버스 그룹장(상무)은 “미디어 에이전트가 당장의 수익화를 위한 것은 아니”라면서 “가전이든 모바일이든 해당 서비스의 고착도를 높이기 위해 기본적으로 AI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TV를 좀 더 몰입감 있게 볼 수 있도록 미디어 에이전트를 도입한 것이다. 시청환경이 개선되면 코드커팅 현상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