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人] 프리미엄 전기차 정체성 디자인으로 확립…‘폴스타 디자인 총괄’
자동차 품질의 상향 평준화로 디자인은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내·외관 디자인이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면, 제품 성능이 좋더라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에 각 제조사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치를 다양한 라인업에 일관적이고 창의적으로 전달할 디자이너 영입에 필사적입니다.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뛰어난 디자이너들은 이같은 고민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지 월간 연재 코너인 [자동차 디자人]을 통해 살펴봅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시초는 레이싱팀이다. 지난 1996년, 스웨덴 레이싱 드라이버 얀 플래시 닐슨이 ‘플래시 엔지니어링’이라는 이름으로 창립했다. 2005년에는 스웨덴 사업가 크리스티안 달이 기업을 인수하면서 ‘폴스타 레이싱’으로 사명을 바꾼다. 이후 2009년 볼보자동차가 폴스타와 공식 파트너십을 구축, 볼보의 고성능 차량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5년에는 볼보자동차가 폴스타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중국 지리차가 볼보를 인수하면서 지리차와 볼보가 합작해 2017년 폴스타는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폴스타는 레이싱팀에 뿌리를 둔 자동차 제조사답게 강력한 성능의 차량을 선보인다. 일례로 최근 출시한 폴스타4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8초 만에 도달하는 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안락한 실내와 안정적인 승차감으로 성능과 사용성 모두를 충족하는 제조사를 표방한다. 낮은 공기저항 계수를 달성해 날렵함과 동시에 안정감을 주는 차량을 제작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사항은 디자인이다. 막시밀리안 미소니(Maximilian Missoni) 폴스타 디자인 총괄은 이 같은 고민에 대한 답을 어떻게 제시했을지 살펴본다.
건축가 가정에서 성장하며 디자인에 관심 키워…폭스바겐, 볼보 거쳐 폴스타 디자인 총괄직 수행
오스트리아에서 성장한 막시밀리안 미소니 총괄은 건축가인 부모님 밑에서 자란 덕분에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키우며 성장했다고 회상한다. 일례로 그는 유년 시절, 휴가철이면 가족과 해변으로 휴가를 떠나는 대신 매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국제 미술전에 방문해 디자인 동향을 살필 기회를 얻었다. 덕분에 막시밀리안 미소니 총괄의 유년 시절 사고와 세계관 형성에 디자인이 큰 영향을 줬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관련 직종으로의 진출 계획으로 이어졌다. 성장 과정에서 디자인과 함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키운 막시밀리안 미소니 총괄은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이후 오스트리아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수많은 자동차 디자이너를 배출한 영국 왕립예술학교(RCA)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밟았다.
학업을 마친 막시밀리안 미소니 총괄은 2010년부터 폭스바겐과 아우디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2012년 볼보자동차로 자리를 옮겨 외부 디자인 책임자로 일하던 그는 볼보에서 함께 일했던 디자이너 출신, 토마스 잉엔란트(Thomas Ingenlath) 폴스타 CEO에게 흥미로운 제안을 받는다.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홀로서기에 나선 폴스타의 디자인 총괄직을 맡아달라는 제안이다. 평소 토마스 잉엔란트의 디자인을 존중하던 그는 해당 제안을 수락, 폴스타의 디자인 수장이 됐다.
볼보자동차와 파트너십을 구축한 경험과 볼보자동차 출신 디자이너들의 합류로 폴스타 초기 차량 곳곳에서 볼보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찾을 수 있다. 예컨대 폴스타2에는 볼보 차량과 마찬가지로 ‘토르의 망치’를 형상화한 전조등이 적용됐다.
폴스타4 듀얼 블레이드 헤드라이트 디자인으로 독자적인 정체성 확보 나서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홀로서기에 나선 폴스타에 주어진 과제는 독자적인 아이덴티티 형성이다. 막시밀리안 미소니 총괄은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차량 내·외관 디자인이라는 결과물로 제시했다. 일례로 이달 국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폴스타 최신 쿠페형 SUV ‘폴스타4’ 전면부에는 볼보와 함께 패밀리룩을 형성한 ‘토르의 망치’ 전조등이 아닌 듀얼 블레이드(Dual blade) 헤드라이트가 최초로 적용됐다. 폴스타만의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형성한 것이다.
막시밀리안 미소니 총괄의 새로운 시도는 후면부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루프라인이 낮게 떨어지는 날렵한 쿠페 스타일의 차량을 디자인하면서도, 뒷좌석 헤드룸과 후방 시인성을 모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뒷좌석 헤드룸을 확보하면, 쿠페 스타일과 낮은 공기저항 계수를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대로 쿠페 스타일을 유지하면 낮은 공기저항 계수도 달성이 가능했지만, 뒷좌석 헤드룸 공간이 줄고 후방 시야도 확보하기 어려웠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막시밀리안 미소니 총괄은 리어 윈도 대신 오염 방지 기술을 적용한 HD 후방 카메라를 루프 상단에 부착, 후방 시야를 확보했다. 과감하게 기존 리어 윈도를 삭제한 것이다. 그 결과, 에어로 다이내믹을 극대화한 쿠페의 실루엣과 넉넉한 뒷좌석 헤드룸, 뛰어난 후방 시야를 모두 만족할 수 있었다.
리어 윈도가 없어진 후면부 실내에는 엠비언트 라이트를 설치해 뒷좌석 탑승자가 공간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부분에서도 만족감을 느끼도록 꾸렸다. 막시밀리안 미소니 총괄은 이 밖에도 ▲낮은 프론트와 접이식 도어 핸들 ▲프레임리스 윈도(Frameless window) ▲프레임리스 사이드미러(Frameless sidemirror) ▲리어 에어로 블레이드(Rear aero blades) ▲리어 라이트 바(Rear light bar)와 같은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으로 폴스타4가 0.261Cd라는 낮은 공기저항 계수를 달성하도록 작업했다. 덕분에 폴스타4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8초 만에 도달하는 날렵함을 뽐낸다.
"디자인에 있어 더 자유로운 전기차 장점...고객 경험 강화로 이어질 것"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두루 디자인한 경험이 있는 막시밀리안 미소니 총괄. 그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급격한 변화를 자동차 내·외관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을까.
막시밀리안 미소니 총괄은 “전기차를 디자인할 때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자유로운 요소가 많다. 배터리가 바닥에 평평하게 놓였고, 엔진과 같은 부피가 큰 부품이 필요 없다는 것은 매우 실용적인 장점”이라며 “휄베이스가 길어져 탑승자에게 더 많은 공간 제공이 가능하고, 보닛 아래 엔진이 있던 공간을 추가 수납공간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는 점점 디지털화되기 때문에 인포테인먼트와 인터넷 연결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폴스타를 디자인할 때는 자동차 고유의 디자인에 더해 현대적인 그래픽과 제품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곤 한다. 이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자와 정서적 연결을 유지하면서 지적으로도 만족도를 줄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제품 사이 장기적인 관계의 핵심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막시밀리안 미소니 총괄에게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제언을 부탁했다.
막시밀리안 미소니 총괄은 “자동차 디자이너에 필요한 자질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직접 경험한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겠다. 우선 디자인을 할 때는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선택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보다는, 자신이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소수 아이디어에 집중해야 한다”며 “사회와 브랜드에 무엇이 적합한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탄탄한 논리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추론 능력을 개발하고 견문을 넓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지적 능력까지 기를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제언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