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토어, 글로벌 시장 진출한다…"상장도 재추진"
[IT동아 권택경 기자] 토종 앱 장터인 원스토어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 대만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일본에 거점을 차례차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원스토어는 8월 28일 서울 중구 SKT타워 수펙스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날 대만 ‘콰이러완 스토어’ 출시와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지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해당 국가와 지역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플랫폼과 콘텐츠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른바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Hyper Localization) 전략이다.
전동진 원스토어 대표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전략으로 전 세계 단일 브랜드를 사용하는 구글과 달리 원스토어는 현지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현지에서 인기 있는 결제 수단을 지원하고, 현지에 최적화한 프로모션을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콰이러완 스토어는 원스토어가 대만 현지 파트너 해피툭과 함께 만든 합작 앱 장터다. 해피툭은 대만 지역 최대 게임 퍼블리셔이자 4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게임 전문 포털 ‘망고(mangot5)’를 소유한 기업이다.
현지 결제 파트너로는 마이카드와 손을 잡았다. 마이카드는 7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게임 결제 수단이다. 대만 주요 게임의 80%가 이용 중이다. 전동진 대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마이카드 결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사들이 마이카드 결제 버전을 따로 만든다”면서 “콰이러완 스토어는 인앱결제 수단으로 마이카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현지 게임사들에게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콰이러완 스토어에는 200여 개 이상의 게임이 입점해 있으며,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스토어 설치 건수도 2만 건을 넘겼다.
원스토어 측은 시장 규모, 적합도 등을 고려해 대만을 첫 해외 진출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저당 평균 매출(ARPU)이 높고, 롤플레잉 게임 등 핵심 게임 장르 인기가 높은 성향이 우리나라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 성과 바탕으로 상장 재추진
대만에 이은 진출 목표는 미국, 유럽, 일본이다. 우선 이 국가들에 거점을 마련한 뒤 점차 주변 지역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전동진 대표는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현지에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파트너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라며 “미국은 연내, 유럽과 일본은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Digital Markets Act) 시행으로 애플의 생태계가 개방된 유럽 시장에는 iOS 앱 장터 시장에도 진출한다. 이를 위해 원스토어는 최근 국내 앱 장터 중에서는 처음으로 애플로부터 제3자 앱 장터 사업자 승인을 받았다. 유럽 외 지역에서도 규제 입법으로 제3자 앱 장터가 개방되는 대로 iOS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파트너십도 강화한다. 에픽게임즈와는 독점 기업에 맞서는 제3자 앱 장터 사업자로서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함께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그 협력의 첫 발걸음으로 에픽게임즈의 대표 인기 게임인 포트나이트, 폴가이즈 등을 원스토어에 출시하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 직접 참여한 네이트 낸저 에픽게임즈 글로벌 파트너십 총괄은 “한국은 애플과 구글의 반경쟁적 관행 해결을 위한 법을 통과한 최초의 국가”라면서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오늘 원스토어와 협업을 발표한 이 자리가 뜻깊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원스토어에 200억 원을 투자한 크래프톤과 올해 1000만 달러(약 133억 원)를 투자한 디지털터빈도 원스토어 글로벌 진출에 힘을 싣는다. 디지털터빈과는 앱 장터 이동 없이 클릭만 해도 게임과 앱이 설치되는 광고 상품인 ‘싱글탭(SingleTap)’을 국내에 출시하기로 했다.
원스토어는 글로벌 시장에서 2030년까지 '가장 경쟁력 있는 앱 장터'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시장 성과를 바탕으로 상장도 다시 추진한다. 원스토어는 앞서 지난 2022년 상장을 추진하다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자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규제 당국과 빅테크 사이 법정 싸움, 변수 될 듯
원스토어가 글로벌 진출에 나선 건 유럽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규제 법안 시행으로 애플과 구글 양대 앱 장터의 독점력이 약화될 것이란 기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규제 법안이 시행 초기이거나, 입법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국가들도 많아 불확실성이 크다. 규제를 어떻게든 우회하려는 빅테크 기업과 규제 당국과의 긴 법정 싸움도 변수다.
실제로 애플은 현재 DMA에 따라 제3자 앱 장터를 허용하면서도, 이들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조항을 남겨두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핵심 기술 수수료다. 핵심 기술 수수료는 EU에서의 새 정책을 적용받는 개발자를 대상으로 앱 배포 1건마다 부과하는 0.5유로(약 745원)의 수수료다.
일반 앱 개발자들은 이 핵심 기술 수수료를 연간 100만 건까지는 면제받지만, 앱 장터 사업자들이 장터 앱을 배포할 때는 이 면제 조항에서 제외된다. 현 애플 정책에 따르면 원스토어가 EU에서 iOS용 원스토어 앱을 배포할 때마다 1건에 0.5유로의 수수료 비용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다만 EU가 애플의 새 정책의 DMA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상황이라, 결론에 따라서는 애플의 정책이 원스토어와 같은 제3자 앱 장터 사업자에게 더 공정한 형태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전동진 대표는 “EU가 애플의 DMA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만큼 기존에 발표했던 정책에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면서 “현재 애플의 정책 아래 EU 시장에 진출하는 것과 애플이 DMA를 준수한 이후 진출하는 것 중 어느 게 유리할지 견주면서 시장 진출 시점을 조율 중이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