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 "내 가게에 딱 맞는 예약·주문 사이트, '지금예약' 앱으로 만드세요” [과기대X글로벌]
[서울과기대 x IT동아 공동기획]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 글로벌 기업 11곳이 7년 차 이내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이중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AWS 정글, 오라클 미라클, IBM 협업 프로그램을 주관합니다. IT동아가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과 함께 올해 선정된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 참여 기업을 조명합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식품부터 고가 전자제품까지 수 시간이면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다. 과거와 달리 전화를 걸 필요도, 차를 끌고 마트까지 갈 필요도 없어졌다. 이처럼 기술 발전과 플랫폼, 이커머스의 발달은 소비 행태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하지만 구매나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고객과 판매자 사이에 소통과 조율이 필요한 일부 고관여 상품 시장에는 이런 변화의 물결이 미처 닿지 못한 모습이다. 전화에서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이나 카카오톡 등 소통 채널만 확장됐을 뿐이다. 예약제 1인 헤어샵, 주문 제작 케이크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화 주문에 울렁증을 느끼는 이들이 있듯, 메시지로 문의를 보내는 건 버튼 몇 번 눌러서 예약, 주문을 하는 것보다는 심리적 장벽이 있기 마련이다. 가게 입장에서도 매번 DM이나 카카오톡 메시지로 예약과 주문을 확인하는 건 불편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처럼 변화하는 세태에 새롭게 생겨나는 불편함을 포착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이 있다. ‘지금예약’이란 서비스를 만든 루머(Roomer)다.
지금예약은 코딩 없이 누구나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예약 및 주문 웹사이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스마트폰 앱으로 원하는 디자인과 템플릿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만든 웹사이트로 접수된 예약과 주문을 관리하는 기능, 쌓이는 고객 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까지 통합으로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김희원 루머 대표는 “미용실, 피부 관리, 네일 아트와 같은 뷰티 업종이나 레터링 케이크 등 주문 제작 케이크를 판매하는 베이커리 업종 등이 지금예약의 주요 고객이다. 이외에도 꽃집, 웨딩샵, 사진관, 필라테스, 요가, 심지어 외제차 딜러까지 다양한 업종이 지금예약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기존에 예약 서비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대형 플랫폼 업체들도 포털이나 메신저 등 자사 서비스를 통해 예약 기능을 제공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여전히 DM이나 카카오톡이 머무는 건 이 서비스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지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희원 대표는 “시장 조사를 해보니 미용실의 경우, 전체 11만 개에 달하는 업체 중 해당 서비스를 쓰는 업체는 5000곳 정도에 불과했다. 예약 템플릿이 한정적이라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카카오톡 연동을 지원하지 않는 등 불편한 점들이 많다. 누구나 바로 가입만 하면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승인 절차가 필요한 점도 진입 장벽”이라고 말했다.
가령 맞춤 제작 케이크를 제작할 때 원하는 도안을 첨부하는 기능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기능이 없다면 결국 주문 접수 후 메신저로 연락해 도안을 전달받는 과정을 재차 거쳐야 한다. 결국 예약 서비스를 굳이 따로 쓰는 장점이 희석되는 셈이다.
고객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이러한 데이터를 마케팅에 연계하기 어려운 점도 기존 예약 서비스의 한계라고 김희원 대표는 판단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예약에서는 고객 동의 하에 제공받은 연령, 성별 등 정보를 자동으로 종합하고 분석해 마케팅 인사이트를 고객사에 제공한다. 김희원 대표는 “기존 CRM이 가계부였다면 지금예약은 ‘토스’나’ ‘뱅크샐러드’를 연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김희원 대표는 학생 때부터 창업을 시작해 이번이 세번째 창업이다. 루머 또한 처음에는 ‘지역 기반 음성 SNS’라는 아이템으로 시작했다. 마치 당근과 클럽하우스를 합친 듯한 서비스다. 일일 활성 이용자, 앱 이용 시간 등 지표의 성장세는 양호했지만 수익 모델의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혔다.
김희원 대표는 “서비스 기획 단계 때만 해도 투자 시장은 성장성을 중시하던 분위기였지만 몇 년 사이 매출을 중요시하는 기조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어렵사리 투자를 끌어냈지만 고민 끝에 투자금을 반납하고 과감하게 피벗을 결정했다.
김희원 대표는 “마침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였던 문기원 매니저가 DM이나 카톡으로 주문 예약을 해야 하는 불편함을 포착했고, 과거 타투샵 운영 경험이 있는 조이재 이사도 그 문제에 공감했다”면서 “손님도, 가게 측도 불편하다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 기존 예약 서비스와 현장의 괴리를 확인했다. 우리가 도전해서 풀어볼 만한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금예약은 올해 5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600개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며 고객인 점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점차 기능을 추가하고 고도화한 결과다. 현재 기본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고, 전체 기능을 모두 이용하려면 월 2만 2000원의 구독 요금을 내는 방식임에도 30%에 가까운 유료 전환율을 기록 중이다. 올 연말 이후에 간편결제 기능과 마케팅 메시지 푸쉬 기능을 추가하는 등 기능 강화와 더불어 구독료 외 수수료 수익원도 확보할 예정이다.
이처럼 지금예약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서 기본기를 다지고, 기능 고도화를 하는 과정에서 아마존 웹서비스(AWS)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정글의 도움이 컸다. 김희원 대표는 “AWS 정글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화 지원금, 크레딧 등을 제공받았고 AWS 주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실리콘밸리 VC, 세일즈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마케팅 엔지니어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로부터 양질의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추후에는 생성형 AI를 접목한 기능 고도화를 팁스(TIPS) 프로그램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희원 대표는 “생성형 AI 코딩이 필요 없는 건 물론이고 디자인 감각이 없어도 웹사이트 제작이 가능한 수준까지 자동화하고, CRM에도 생성형 AI를 챗봇 형태 인터페이스 도입하려고 한다”면서 “현재 팁스 프로그램 운영사와 미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금예약은 현재 B2B 서비스만 제공 중이지만 미래에는 고객들도 지금예약 앱에서 원하는 가게를 찾아서 주문과 예약을 하는 형태의 B2B2C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김희원 대표는 “검색의 ‘구글’처럼 예약·주문하면 ‘지금예약’이 표준이 되어 대명사로 쓰이도록 하는 게 앞으로의 목표”라며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뒤 아시아를 시작으로 글로벌 공략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