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닉 “모듈형 조리 로봇으로 요식업 판 바꾼다” [과기대X글로벌]
[서울과기대 x IT동아 공동기획]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 글로벌 기업 11곳이 7년 차 이내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이중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AWS 정글, 오라클 미라클, IBM 협업 프로그램을 주관합니다. IT동아가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과 함께 올해 선정된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 참여 기업을 조명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실수하지 않고 꾸준히 일하는 로봇은 작업 효율을 높이고 사람의 안전도 지킨다. 그래서 자동차나 기계 부품, 식품 등 대규모 생산 공장에서 활약한다.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은 활동 영역을 점차 넓혀, 사람이 하는 일 대부분을 맡을 것으로 예상한다.
음식 조리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다양한 조리 로봇이 음식점에 배치됐다. 이 가운데 로봇 스타트업 로닉이 선보인 음식 조리 로봇은 사뭇 색다른 느낌을 준다. 로봇을 모듈로 만들어 조합, 음식이나 매장의 특성에 알맞게 조합해 쓰는 ‘모듈형 조리 로봇’ 개념을 선보인 것.
로닉을 이끄는 오진환 대표는 어릴 때부터 로봇을 좋아했다. 한 TV 프로그램에 로봇 신동으로 소개됐을 정도다. 사람을 닮은 로봇인 휴머노이드를 좋아하던 그는 자라서 사람을 돕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굳힌다. 성인이 된 후 이동통신기업에 입사,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던 중 그는 음식점에서 요리를 옮기는 서빙 로봇을 보고, 이 로봇과 함께 운용할 조리 로봇을 개발하기로 마음 먹는다.
조리 로봇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사람의 팔을 본따서 만든 로봇 팔을 떠올릴 것이다. 이미 커피나 라면을 만드는 로봇 팔이 활약 중이지만, 널리 보급되지는 않았다. 가격이 비싸고 유지보수도 어려운 탓이다. 오진환 대표는 가격이 싸고 유지보수하기 쉬운 조리 로봇을 구상한다. 연구를 거듭하던 그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단계별로 나눠 고스란히 자동화하는 아이디어를 낸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떠올려보자. 식재료를 준비해 씻고 다듬는다. 레시피에 맞춰 식재료를 계량하고, 불에 굽거나 삶아 조리를 하면서 양념한다. 다 만든 음식은 그릇에 담는다. 로닉이 구상한 것은 모든 과정을 로봇 한 대가 하는 것이 아니다. 음식을 만드는 각각의 조리 행위를 작은 조리 로봇 모듈로 구현하고, 이 조리 로봇 모듈 여러 대를 조합하는 것이다. 이 구상을 토대로 오진환 대표는 모듈형 조리 로봇 ‘로봇셰프 큐브’를 만들었다.
로닉 로봇셰프 큐브가 샐러드를 만드는 모습을 보자. 사용자가 채소를 씻어서 첫 번째 모듈형 조리 로봇에 넣는다. 첫 번째 모듈형 조리 로봇은 채소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 다음 모듈형 조리 로봇에게 보낸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모듈형 조리 로봇은 각각 채소를 그릇에 넣는 역할, 소스와 토핑을 뿌리는 역할을 한다. 네 번째 모듈형 조리 로봇은 다 만든 샐러드를 포장하거나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모듈형 조리 로봇은 샐러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요리를 한다. 해장국을 예로 들자. 식재료를 다듬어 넣기만 하면 육수를 끓이는 로봇, 식재료를 넣는 로봇, 양념을 하고 고명을 올리는 로봇, 해장국을 서빙하거나 포장하는 로봇만 있으면 된다. 오진환 대표는 ‘밀키트로 만들어진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로봇셰프 큐브도 만든다’고 말한다.
오진환 대표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쓰던 로봇 기술을 접목해서 로봇셰프 큐브를 만들었다. 컨베이어 라인 기반으로 움직이는 덕분에 구조가 간결해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 동작을 실수 없이 반복하는 장점도 살렸다. 모듈형이기에, 조리할 음식의 특징에 따라 특정 기능을 하는 모듈 로봇만 추가하면 된다. 조리뿐만 아니라 주문 접수, 재고 관리도 자동으로 한다. 사업장의 면적에 맞게 모듈을 배치하는 것도 된다. 꼭 1자로 배치하지 않고 ㄱ자, ㄴ자, ㄷ자 어떤 형태로든 배치 가능하다.
로닉은 로봇셰프 큐브의 시험 모델을 만들고 개념 증명에 나섰다. 무대는 대학교 푸드코트와 서울특별시 성수동의 대형 카페다. 로봇셰프 큐브는 푸드코트에서는 음식을, 카페에서는 요거트 볼을 각각 만들었다. 그 결과 약 20초에 한 그릇씩, 한 시간에 음식을 200그릇 이상 신속 정확하게 만드는 능력을 증명했다.
음식을 빠르게, 정확히 만드는 점 외에도 모듈형 조리 로봇의 장점은 많다. 먼저 매장의 완전 무인화를 이끈다. 사용자가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면, 조리 로봇이 단계별로 음식을 만들고 포장까지 해서 건넨다. 음식을 만들 때 특정 식재료를 빼거나 조합하는 것도 된다. 이를 토대로 식재료의 영양 성분을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것도, 나아가 특정 영양 성분을 강화해서 음식을 만드는 것도 된다.
모듈형 조리 로봇은 밀폐 구조로 만들어져 청결하다. 로봇이 규칙대로만 음식을 조리하므로 식재료를 낭비하지 않고, 음식의 품질도 균일하게 만든다. 내부 센서로 식재료의 특성을 살피고 가장 알맞은 조리 방법을 선택한다.
오진환 대표는 로봇셰프 큐브의 활용처로 디저트 카페, 대규모 급식과 케이터링을 추천한다. 샐러드와 그래놀라 등 디저트류, 밑반찬이나 국처럼 단순 반복 작업으로 만드는 음식을 로봇에게 맡기는 것. 실제로 한 식음료 매장에서의 운용을 상정한 결과, 사람 6명이 8시간 동안 하던 일을 모듈형 조리 로봇은 단 한 시간만에 했다.
모듈형 조리 로봇을 만들기까지, 로닉은 숱한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다. 먼저 조리 과정을 재현하는 로봇을 모듈 단위로 만드는 하드웨어 작업부터 난항이었다. 로닉은 로봇의 구조를 단순화하고 역량 있는 개발자를 섭외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어 오진환 대표는 요식업 관계자들을 만나 음식 조리 시의 주안점과 해결할 점을 조사했다. 지금까지 요리사들은 식재료 손질과 계량, 조리 시간 등을 직감으로 결정했다. 그래서 모든 동작을 계량화한 로봇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 로닉은 요리사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서 듣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조리 로봇의 효용을 알렸다. 덕분에 이제 요리사들은 식재료 손질과 음식 조리 비결을 아낌 없이 알려주는 파트너가 됐다.
로닉은 파트너들과 함께 로봇셰프 큐브의 완성도를 더욱 높인다. 이미 서울과학기술대학교가 주관하는 AWS 글로벌 협업 프로그램 ‘정글’에 참여해 데이터 수집과 활용 기술을 연마 중이다. 로봇셰프 큐브로 음식을 만들 때 쓰는 식재료의 특성과 소비량, 주문량과 선호도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분석해 사용자 맞춤형 음식을 만들 목적에서다.
식재료 소비량을 1g 단위로 측정해 재고와 원가를 분석, 음식점의 운영 효율을 높이고 식재료 구매량을 예측하는 기술도 연구한다. 음식 조리뿐만 아니라 식재료와 매장 관리까지 로봇이 하는 차세대 요식업 서비스도 구상한다.
한편으로는 환자식과 고령자식, 이유식과 식단 관리식 등 개인 맞춤형 음식을 로봇으로 대량 생산하는 기술도 연구한다. 그러면 사용자들은 맛과 영양을 가장 알맞게 조절한 개인 맞춤형 음식을 이전보다 싼 가격으로 즐길 것이다.
이후 로닉은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 모듈형 조리 로봇의 보급에 나선다. 오진환 대표는 우선 밀키트와 식품 제조 공장을 바라본다. 로봇의 효용을 가장 잘 누릴 곳이어서다. 깨끗하게, 빠르고 정확하게 음식을 만드는 로봇셰프 큐브의 효용을 업계 관계자에게 알린 후에는 음식점, 특히 프랜차이즈로의 공급을 시도한다. 싼 가격으로 꾸준히 운영 가능한, 음식의 품질을 균일하게 대량 생산하도록 돕는 로봇으로 이 산업계의 양상을 바꿀 청사진도 그렸다.
오진환 대표는 “로봇셰프 큐브의 완성도를 높이고 여러 기업과 협업하면서 효용을 증명했다. 우리 제품이 조리 부문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음식 프랜차이즈, 아파트 식사 커뮤니티를 강화하려는 건설사 등 파트너와 함께 모듈형 조리 로봇을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