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로웨인 “로봇으로 차세대 수직농장 현실화”
[IT동아 차주경 기자] 세계가 스마트팜을 주목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해 농작물의 재배 범위를 넓히고, 식량을 원활하게 확보하도록 도울 기술이어서다. 세계 유수의 스마트팜 기업들은 고유의 개성을 반영한 기술과 기기, 시설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로봇 수직농장 시스템 전문 스타트업 로웨인이 내놓은 개념은 사뭇 색다르다. 이들은 기존 스마트팜과 식물공장의 단점을 해결한 ‘수직농장’을 설계하고, 이 곳의 운영 효율을 높일 기술로 ‘로봇’을 선택했다.
스마트팜은 베드(논밭 역할을 하는 지지대)와 거터(거치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만큼 양분을 주는 양액기, 생장을 촉진하는 조명, 온습도와 광량을 실시간 조사하는 센서 등 기술을 조합해서 농작물의 재배 효율을 높인다.
다양한 기기와 자동화 기술로 구성하는 스마트팜은 공터나 건물 내외부, 심지어는 공중이나 우주선에도 설치 가능하다. 전력만 있으면 어디든 논밭으로 만든다. 여기에서 태어난 또 다른 개념이 ‘수직농장’이다. 스마트팜의 농작물 재배, 생육 시설을 여러 개 쌓아올린 대규모 시설이다. 스마트팜은 농작물을 한 층에서만 재배한다. 수직농장은 농작물을 여러 층에서 재배하므로 수확량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수직농장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농작물의 발육과 성장은 수직농장이 하지만, 수확과 운반은 사람이 한다. 수직농장의 규모가 클수록 사람이 들이는 수고도 많아진다. 농작물 수확과 운반을 제 때 하지 못하면 다음 농작물의 생육에 나쁜 영향을 준다. 일할 사람을 많이 모으면 이 문제를 해결 가능하지만, 그 만큼 인건비가 늘어난다.
업계는 로봇을 포함한 자동화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수직농장 곳곳에 로봇을 배치, 사람이 하던 일을 일부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역효과가 일어났다. 대규모 수직농장 전체에 자동화 장비를 도입하려니 연구 개발비와 설치비, 유지비가 많이 든 것. 세계 유수의 수직농장 스타트업 여러 곳도 이 탓에 채산성을 확보하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수직농장 기업들이 규모 확장과 사람을 도울 로봇의 연구 개발에 집중할 때, 로웨인은 색다른 발상을 떠올렸다. 수직농장의 규모를 넓히되, 내부를 재배 구역과 관리 구역으로 나눈다. 재배 구역에는 농작물이 잘 자라도록 생육 환경을 만들고, 작업 구역에는 자동화 로봇과 설비를 도입해 사람의 수고를 줄이고 운용 효율을 높이는 구조다. 인텔리팜(INTELLI-FARM)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로웨인은 인텔리팜의 재배 구역에 작물을 다단으로 키우는 이동식 모듈형 재배장치와 이를 관리하는 관리 시스템, 환경제어 시스템을 배치한다. 이동식 모듈형 재배장치에서 농작물이 다 자라면 ‘자율이송 로봇’이 이동식 모듈형 재배장치를 한 개씩 작업 구역으로 옮긴다. 그러면 ‘스태커 로봇’이 이동식 모듈형 재배장치에 있는 베드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빼서 지상의 작업대로 옮긴다. 사람은 지상의 작업대에서 수확 작업에만 집중한다.
농작물 수확 작업이 끝나면, 베드를 씻고 새로운 농작물을 심은 후 다시 스태커 로봇에게 전달된다. 스태커 로봇은 베드를 옮겨 이동식 모듈형 재배장치의 빈 곳에 장착한다. 그러면 자율이송 로봇이 이동식 모듈형 재배장치를 들고 재배 구역으로 가서 설치한다.
로웨인은 이처럼 로봇을 활용해 수직농장의 단점을 해결했다고 강조한다. 기존 수직농장에서는 재배장치의 베드를 사람이 다뤘다. 높은 곳에 있는데다 크기가 크고 무게도 무거운 베드를 옮기거나 리프트에 올라가 작업했다. 재배장치 사이에 사람과 장비가 오갈 통로도 만들어야 했다. 그 만큼 위험하고 효율도 낮았다.
로웨인은 고정된 재배 장치에서 베드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재배 장치 자체를 작업대 근처로 옮기는 아이디어를 냈다. 힘든 작업인 베드의 입출고를 스태커 로봇에게 맡겨서 사람이 안전하게, 손쉽게 작업하도록 구상했다. 사람이 작업하던 통로 공간에 다른 재배장치를 배치하는 것도, 그 만큼 시설비와 유지비를 줄이는 것도 된다. 농작물을 수확할 최소한의 인원만 있으면 대규모 수직농장을 24시간 운용 가능하다.
로웨인은 인텔리팜에서 엽채류를 재배할 경우 생산량을 평당 480kg에서 880kg로 약 두 배 늘리고, 작업자는 100평당 3명~4명에서 1명~2명으로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 수직농장의 장점인 생산성은 높이고, 단점인 유지비와 인건비 소모를 줄인 것이다.
이미 이들은 로봇 수직농장 기술 가운데 이동식 모듈형 재배장치와 자율이송 로봇, 스태커 로봇과 소프트그리퍼 시제품 개발을 마쳤다. 로봇공학 박사급 임직원들과 다양한 자동화 로봇 개발 기술, 시스템 운용 기술에 협업 기관(한국 기계연구원, 성균관대학교)과의 공동 연구 성과까지 더한 덕분이다.
로웨인은 수직농장 재배장치와 로봇의 기술을 고도화하고, 효용을 입증할 목적으로 쇼 룸을 운영한다. 로웨인 본사에 방문하면 누구든 수직농장과 자동화 로봇의 효용을 확인 가능하다. 이들은 쇼 룸에서 수직농장의 경제성, 적은 인력으로도 운용 가능한 장점을 알리면서 또 다른 자동화 로봇의 연구 개발에 나선다. 버섯과 식용 곤충 등 고부가가치 생산업과의 접목도 시도한다. 이들 성과로 수직농장을 우리나라, 나아가 세계 곳곳의 대규모 농작물 생산 시설에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로웨인은 “수직농장은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에 대응할 기술이지만, 고질적인 수익성 문제도 가졌다. 로봇 수직농장 인텔리팜 시스템으로 이 문제를 풀겠다. 농업의 여러 문제를 로봇으로 해결하며 지속가능한 미래 농업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