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AI 시대의 워크스테이션 노트북, 델 프리시전 5690
[IT동아 김영우 기자] 워크스테이션(Workstation)은 현대 컴퓨터 기술의 최전선을 달리는 제품이다. 기업 및 전문가의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컴퓨터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높은 연산능력은 기본이며, 다채로운 그래픽 구현 기술, 우수한 보안성과 더불어 다양한 업무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안정적인 구동까지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최근의 워크스테이션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인공지능(이하 AI) 처리 능력도 요구된다. AI 기반의 자동화 및 업무혁신이 이제는 필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델 프리시전 5690(Dell Precision 5690)’은 이러한 최근의 트렌드를 잘 반영한 노트북 형태의 모바일 워크스테이션 제품이다. 이를 위해 AI 처리에 특화된 인텔 코어 울트라(Intel Core Ultra)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또한 UHD+급 OLED 터치스크린이 제공하는 우수한 화질과 직관적인 이용 감각, 그리고 사용자 인식 카메라 및 지문 센서를 비롯한 보안 대책도 눈에 띈다.
16인치급 워크스테이션 노트북으로서는 가벼운 무게
델 프리시전 5690은 16인치형 화면을 갖춘 대형 노트북이다. 제품 전반에 알루미늄 재질을 적극 적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그리고 제품 두께는 22.17mm, 무게는 1.91kg인데 제품의 크기나 스펙을 고려하면 상당히 얇고 가벼운 편에 속한다. 16인치형 모바일 워크스테이션 중에 이동이나 휴대가 덜 불편한 제품을 맞는다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키보드 구성도 눈에 띈다. 대개 15인치급 이상의 노트북은 우측 숫자 키패드까지 갖춘 풀사이즈 구성의 키보드를 탑재하곤 하는데, 델 프리시전 5690은 숫자 키패드를 제외한 텐키리스 구성 키보드를 탑재했다. 숫자 키패드가 없는 것에 아쉬워하는 사용자도 있겠지만 대신 각 키의 크기가 커서 타이핑은 편하다.
그리고 키보드 양측면의 여유공간을 활용해 웨이브 맥스오디오 13(Waves MaxxAudio 13) 기술을 적용한 총 8W 출력의 스피커를 탑재했다. 저음용 우퍼 2개, 고음용 트위터 2개로 구성되었으며, 노트북용 스피커답지 않게 음량이 상당히 크고 표현력이 좋은 편이다. 별도의 외부 스피커 연결 없이도 비교적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기대할 수 있다.
높은 보안성 기대할 수 있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구성
키보드 내부에는 백라이트(백색 LED)가 있어 어두운 곳에서 작업할 때 유용하다. 그리고 키보드 우측 상단의 전원 키는 지문 센서를 겸한다. 비밀번호 입력 없이 윈도 로그인을 간편하게 할 수 있어 보안성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
모니터 상단에는 특별한 장치가 몰려 있다. 풀HD 화질의 카메라, 주변의 동작을 감지할 수 있는 적외선 센서, 주변의 빛을 감지해 화면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주변광 센서, 그리고 음성을 녹음하는 마이크 등이 이곳에 달려있다.
이를 통해 델 프리시전 5690은 다양한 보안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의 위치와 동작을 감지, 사용하지 않으면 화면을 자동으로 잠그고, 사용을 시작하면 저절로 화면이 켜지게 하는 ‘인텔리전트 프라이버시(Inelligent Privacy)’ 기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각종 보안 기능은 델 프리시전 5690에 탑재된 전용 소프트웨어인 ‘델 옵티마이저(Dell Optimizer)’를 통해 설정할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카메라 관련 보안 기능 외에 음성 녹음 시 배경 소음 제거, 원격 회의 시 네트워크 상태 개선, 자주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성능 최적화를 비롯한 다양한 부가 기능도 제공한다.
전문가도 만족할 만한 고품질 화면 및 부가기능
화면도 아주 뛰어나다. 이번 리뷰에 이용한 델 프리시전 5690(P123F) 모델의 경우, 일반적인 풀HD급(1920x1080) 대비 약 4배 이상 정밀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UHD+급(3840x2400) 해상도를 지원한다. 또한 기존의 LCD 방식에 비해 컬러 표현능력이나 응답속도, 명암비, 시야각을 비롯한 대부분의 영역에서 확연히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OLED 패널을 탑재하고 있어 시각적인 만족도는 시중의 노트북 중에서도 최상위급에 가깝다.
특히 상업용 디지털 콘텐츠의 표준 컬러 영역인 DCI-P3 100%를 지원하는 점도 장점이다. 색 왜곡이 없는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전문가에게 특히 유용할 것이다. 또한, 기본 탑재된 전용 소프트웨어 ‘델 프리미어컬러(Dell PremierColor)’를 활용하면 DCI-P3 외에도 ‘Adobe RGB(출판용)’, ‘sRGB(범용)’, ‘Rec. 709(HD 비디오용)’, ‘D40(로우 블루 라이트)’를 비롯한 컬러 영역으로 화면을 조정할 수 있다.
그리고 화면을 직접 만지며 조작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기 때문에 한층 직관적인 조작을 원하는 사용자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참고로 델 프리시전 5690 중에는 4K+급 OLED 터치스크린이 아닌 풀HD급 LCD(IPS) 일반 스크린을 탑재한 모델도 있으며 이는 좀 더 저렴하다.
최신 기술 적용한 측면 인터페이스
본체 측면 인터페이스의 구성은 ‘양보다는 질’이라는 느낌이다. 총 3개의 USB 타입-C 포트에 1개의 HDMI(2.1) 포트, 그리고 1개의 오디오 입/출력 포트 및 SD카드 리더로 구성했다. 특히 3개의 USB 타입-C 포트 중 2개는 썬더볼트4(Thunderbolt 4) 기술을 지원한다. 썬더볼트4를 통해 최대 40Gbps의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며, 영상/음성 출력 기능도 갖추고 있다. 외장형 그래픽카드나 8K급 초고해상도 모니터를 비롯한 고급 주변기기를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그리고 이번 리뷰에 이용한 델 프리시전 5690(P123F) 모델은 별도의 전원 입력 포트가 없으며 대신 USB-PD 기술을 지원하는 100W 출력의 USB 전원 어댑터를 USB 타입-C 포트에 연결해 충전한다. 노트북 외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여러 모바일 기기를 동일한 하나의 전원 어댑터로 충전할 수 있어 이동시 가지고 다닐 어댑터의 수를 줄일 수 있다. 다만, USB 타입-C 포트만 있으면 기존의 구형 주변기기를 이용하는데 불편이 있을 수 있다. 이 때는 노트북과 함께 제공되는 USB 타입 C-A 포트 변환 젠더를 이용하도록 하자.
그 외에 델 프리시전 5690는 내부에 최신 와이파이 규격인 와이파이7 지원 무선랜을 품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아직 와이파이7 지원 공유기는 시중에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향후 보급이 본격화된다면 무선 환경에서도 유선 못지 않은 우수한 네트워크 품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AI 처리에 특화된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적용
내부 사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역시 시스템의 핵심인 프로세서다. 최신 모델인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를 적용했으며, 이번 리뷰에 이용한 델 프리시전 5690(P123F) 모델은 코어 울트라 7 165H(코드명 메테오레이크-H)를 탑재했다. 성능을 중시한 ‘P 코어’와 효율성을 중시한 ‘E 코어’, 그리고 초 저전력 코어인 ‘LP-E 코어’를 비롯한 3종류의 코어를 모두 갖춘 것이 특징이다. 참고로 델 프리시전 5690는 세부 모델에 따라 최소 인텔 코어 Ultra 5 135H에서 최대 인텔 코어 Ultra 9 185H를 탑재한 모델까지 고를 수 있다.
코어 울트라 7 165H의 경우는 6(P)+8(E)+2(LP-E), 총 16개의 물리적 코어를 품었으며, P코어에는 1개의 코어를 논리적으로 둘로 나누어 쓰는 하이퍼쓰레딩 기술을 적용, 총 22쓰레드(처리단위)로 구동한다. 높은 성능이 필요할 때는 P 코어 위주로, 그렇지 않을 때는 E코어나 LP-E 코어 위주로 구동해 전력 효율을 높인다. 그리고 동시에 여러 작업을 할 때는 최대한 많은 코어를 활용해 처리 효율을 극대화할 수도 있는 구조다.
무엇보다 코어 울트라 시리즈의 가장 특징은 AI 처리에 최적화된 NPU(Neural Processing Unit)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인공신경망 연산을 통해 AI 관련 작업을 가속하는데 특화되었으며 ‘인텔 AI 부스트’라는 이름으로 운영체제의 장치관리자에 등록된다.
확연하게 향상된 AI 처리능력에 눈길
최신 워크스테이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AI 가속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UL 솔루션즈(UL Solutions)의 ‘프로시온(Procyn)’ 소프트웨어를 이용했다. 이번에 테스트한 항목은 시스템의 AI 추론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AI 컴퓨터 비전 벤치마크(AI Computer Vision Benchmark)’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인텔 오픈비노(Intel OpenVINO) 모델을 활용, 코어 울트라 7 165H에 탑재된 CPU, 그리고 NPU(인텔 AI 부스트)의 AI 성능을 각각 측정해 봤다. 테스트 결과, CPU 구동 시의 점수는 91점을 기록한 반면, NPU 구동시에는 300% 이상 향상된 287점을 기록했다. CPU의 점수도 이전 세대의 제품에 비하면 크게 향상된 것이지만, NPU가 더해지면서 AI 처리능력 면에선 한층 더 큰 진보를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이번 리뷰에서 이용한 델 프리시전 5690(P123F) 모델은 별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없이 CPU(중앙처리장치)에 포함된 인텔 아크(Arc) 내장 GPU로 구동하는 제품이다.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엔비디아 RTX 1000~5000 Ada GPU를 탑재한 제품도 구매가 가능하다.
본격적인 전문가 수준의 그래픽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별도 GPU를 탑재한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 외의 일반적인 업무라면 아크 내장 GPU 사용 모델도 충분히 쓸 만할 것이다.
대형 노트북이지만 배터리 효율도 O.K.
높은 스펙의 워크스테이션 노트북, 그 중에서도 대형 모델이라면 높은 소비전력 때문에 외부에서 이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델 프리시전 5690는 고효율의 프로세서와 고용량 배터리를 활용해 이런 단점을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100% 충전, 화면 밝기 50% 상태에서 외부 전원을 빼고 유튜브 영상을 연속 구동하며 배터리를 소모시켜 보니, 약 6시간이 지난 후에도 50% 이상의 배터리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작업의 종류에 따라 배터리 소모량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 정도면 시중에 팔리는 대형 노트북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배터리 이용 가능 시간을 갖추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AI를 통한 업무혁신 기대하는 기업이라면
한때 워크스테이션이라고 한다면 커다란 데스크톱형 제품만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노트북 형태의 워크스테이션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다만, 그 이런 워크스테이션 노트북은 모바일용 CPU나 GPU의 성능 문제 때문에 한계 역시 분명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AI 능력 강화를 통해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델 프리시전 5690도 이런 흐름이 잘 반영된 제품이다.
특히 이번 리뷰에 이용한 델 프리시전 5690(P123F) 모델의 경우, 별도의 GPU를 탑재하지 않았다(최대 RTX 5000 Ada GPU 탑재 모델도 판매 중). 예전의 워크스테이션이라면 생각하기 힘든 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AI 처리능력을 기반으로 높은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이다. 특히 생성형 AI를 통한 업무 혁신에 공들이고 있는 기업이라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