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첫걸음] 멘토링, 멘티가 되는 것도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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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가본 적 없는 곳을 목표로 무사히 도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있고, 지도 앱을 통해 정해진 경로를 찾아가도 된다. 경로가 어떻든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길을 간다면 전문가의 강연이나 서적을 통해 지식을 얻고, 매체를 통해 간접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 이렇듯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초행길을 한 걸음씩 걸어 나간다.
멘토링(mentoring)은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지도하고 조언함으로써 실력을 늘리고, 잠재력 개발을 돕는 활동이다. 이때 조력자를 멘토(mentor)라고 하며, 조언을 받는 사람을 멘티(mentee)라고 한다.
멘토링은 창업지원 사업에서 가장 많이 운영되는 방식이며, 예비 창업자부터 투자받은 기업까지 수요가 꾸준하다. 보통 각 분야별 전문가가 멘토가 되어 새롭게 시작하거나 경험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조언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자신보다 한 걸음이라도 먼저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멘토가 되어 남을 도울 수 있다.
예전에 진행한 창업경진대회에서 서류심사를 통과한 팀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구체화 및 아이템 고도화를 위해 전문가 멘토링을 진행한 적이 있다. 단시간에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전문가 의견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사전 조사를 통해 희망하는 멘토링 분야를 취합하고,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해 멘토링을 운영했다. 모든 팀이 같은 시간과 조건에서 진행됐음에도 결과는 달랐다.
A팀은 전문가 의견을 적극 수렴한 끝에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서류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B팀은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두 팀의 차이를 단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A팀은 원하는 바가 명확했고 짧은 멘토링 시간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그 결과 서류평가 당시와 비교해 발표평가에서 높은 전문성을 보여주는 성과를 이뤘다.
멘토링은 그 자체의 조언이나 내용도 중요하지만, 멘티가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멘토링에 참여하는 멘티는 크게 세 가지 성향을 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궁금한 점을 사전에 기록한 뒤 참여해 주어진 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담소를 나누듯 대화를 통해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마지막은 어떤 것을 논의할지 명확하지 않아 시간만 허비하는 경우다.
세 유형 중 앞서 두 가지는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했는 지다. 가장 아쉬운 방식이 무엇을 말할지 모르는 경우다. 멘토링은 멘토의 역량을 중요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멘티 역시 이에 상응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수한 멘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상황에 솔직하고, 목적이 명확하며,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일반적인 멘토링은 시간 제한이 있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우선 제공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사전에 전달하는 게 좋다. 멘토가 확정되면 담당자를 통해 멘토링 전에 기업 소개 및 논의 자료를 미리 전달하자. 예비창업자 멘토링을 운영할 당시, 기업 정보와 멘토링 내용을 미리 요청하는 멘토가 있었다.
당시에는 자료를 정리하는 게 번거롭긴 했으나, 멘티들의 만족도가 확실히 높았다. 미리 확인한 자료를 통해 조언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또 추가적인 부분을 미리 찾아서 시작하니 같은 시간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다. 주어진 내용을 넘어서는 내용을 제안하거나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두 번째, 멘토링의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자. 멘토링에 앞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아이템과 관련해 전문가 조언을 듣는 것에 의의를 두는지, 아니면 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는 건지 등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목적이 없는 멘토링은 양쪽 모두에게 시간낭비가 될 수 있다.
셋째, 가능한 많이 만나고, 인연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 멘토의 의견은 전문적이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다. 법률, 회계, 세무 같이 명문화된 분야가 아니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동일한 문제도 누가 조언하는가에 따라 해결 방안이 다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경험을 토대로 조언하며, 이것이 나의 상황과 일치할리 없다. 그렇기에 다양한 멘토를 만나 조언을 구하고, 그중 내게 가장 잘 맞는 내용만을 모아 적용해야 한다.
멘토링을 단순한 프로그램 참여로 마무리하지 않고, 좋은 인연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멘토와 멘티 관계로 만났다가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나 관심사를 통해 가까워지고, 동업 관계가 되는 사례도 있다. 인연은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고, 언젠가는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마지막으로 멘티는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직시해야 한다. 종종 아이템에 대한 내용이나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솔직하게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내부 사정을 알리자니 부끄럽기도 하고, 비밀이 지켜질지 모르겠다는 이유다. 회사 내부의 사정을 낱낱이 얘기할 필요는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 전문가 조언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잘 판단하고 걸러내야 한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날 수 있고, 정보 습득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멘토로서의 자격이 있다면, 아이템에 대한 열정과 명확한 방향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멘티의 자격이 있다. 멘토링의 문을 두드리기 전에 참여 목적과 방향성을 다시 한번 인지하고,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보자.
글 / 박미림 창업 액셀러레이터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혁신팀 소속, 중소벤처기업부 육성 초격차 10대 분야 딥테크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연계하는 테크브레이즈 사업, 혁신센터 트랙 기반의 구매조건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