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노출 없이 깔끔하게’ 에이수스, BTF 설계로 PC 시장 변화 주도 나선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에이수스가 조립 PC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카드로 ‘BTF 설계’를 꺼내 들었다. 백투더퓨처(Back To the Future)에서 이름을 가져온 이 설계는 PC 부품에 연결하는 전원 단자를 메인보드 전면이 아닌 후면으로 보낸 것이 특징이다. 기존 조립 PC는 주 전원단자와 보조 전원단자 등이 메인보드 상단에 있어 아무리 내부 정리를 해도 케이블이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BTF 설계는 주요 부품과 수랭식 냉각장치의 냉각수 이동통로(호스)만 노출되는 정도다.
박근수 에이수스코리아 컴포넌트 부문 홍보ㆍ마케팅 팀장은 “주요 전원 케이블을 후면으로 보내 조립 PC 내부가 깔끔해진다. 유일하게 케이블을 뒤로 보낼 수 없는 공랭식 냉각장치만 케이블이 노출된다. 케이블은 보기에 지저분하지만, 내부 공기 흐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향후 BTF 형태의 설계가 시장에서 주류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원 연결단자를 숨기는 설계 구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에이수스가 인텔 B760M 칩셋을 기반으로 한 ‘터프 게이밍(TUF Gaming) B760M-BTF 시리즈’를 선보이면서다. 하지만 전원 연결단자가 메인보드 후면에 위치하면서 기존 PC 케이스와의 호환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메인보드를 고정하는 측면 고정판이 새로운 설계에 맞춰 타공되지 않았기 때문. 이후 마이크로닉스를 시작으로 BTF 설계에 맞춘 PC 케이스를 선보이며 호환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상태다.
에이수스 외에 기가바이트, 엠에스아이, 애즈락 등 메인보드 제조사들도 BTF 설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각각 스텔스, 프로젝트 제로 등으로 이름 짓고 제품을 출시했거나 개발 중이다. 에이수스 측은 BTF 설계 기반 제품의 대중화는 2025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제품을 새로운 규격으로 바꿔 출시하는 과정에서 설계 변경이나 테스트 등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 존재한다.
깔끔한 정리, 발열 관리 등은 BTF의 장점
전시된 BTF 시스템을 보면 내부가 깔끔히 정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이수스는 메인보드 외에 BTF 설계가 적용된 그래픽카드까지 보유하고 있다. 시연 제품은 지포스 RTX 4090으로 600W 전력을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상단에 보조전원 단자가 있지만, 이 그래픽카드는 하단에 600W 전력을 공급받는 별도의 단자가 있다.
단순히 깔끔한 외모가 BTF 설계의 장점은 아니다. 시스템 작동 및 전원 케이블 연결에 따른 발열 관리와 설계의 직관성 등 다른 이점도 분명하다. 가장 큰 부분은 발열 관리다. 기존 조립 PC는 주요 부품과 케이블이 메인보드 상단에 연결된다. 냉각장치, 그래픽카드 등이 내뿜는 열은 PC 내부를 돌면서 내부 온도를 높인다. 전원 공급을 위한 케이블도 부하가 걸리면서 온도 상승에 영향을 준다. 메인보드 자체의 발열도 무시할 수 없다.
전원 연결단자를 후면으로 보내면 부품의 발열은 전면, 전원 케이블의 발열은 후면으로 분산된다. PC 케이스 내부는 공기 흐름을 방해할 요소가 대부분 사라진다. 오롯이 냉각장치의 성능과 내부 공기흐름에 맞는 냉각팬 배치에 집중하면 된다. 반면 케이블이 집중되는 후면은 의외로 취약한 부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PC 케이스 후면에는 냉각팬 배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근수 팀장은 “대형 PC 케이스는 공간에 여유가 있어 발열 해소 문제는 없음을 확인했다. 중소형 PC 케이스에 대해서는 일부 제조사에서 간편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을 받았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 공간 확보는 PC 케이스 업계의 고민 중 하나다. BTF 설계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려면 기존 공간은 유지하면서 후면 케이블 정리를 위한 공간을 따로 확장해야 된다.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BTF 설계가 시장 주류로 부상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으나 당장은 기성 조립 PC 소비자를 상대해야 되는 상황이다.
정식 규격이 아니므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극복해야 될 숙제
BTF 설계를 빠른 시기에 제안한 에이수스여서 제품군은 다양하다. 인텔 Z790, B760M 칩셋 기반 메인보드 3종과 지포스 RTX 4070 Ti 슈퍼(Super), RTX 4090 등 2개의 그래픽카드가 시장에 판매 중이다. 하지만 그 외 제조사에서는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프로젝트 제로를 운영 중인 엠에스아이만 국내 시장에서 메인보드 1종을 선보인 게 전부다.
ATX나 m-ATX 등 공식 규격이 아닌 제조사 자율 설계인 부분이 많은 점도 풀어야 될 숙제다. 이는 곧 제조사에 따라 후면에 배치되는 단자들이 각양각색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메인보드 제조사 입장에서는 상관없지만, PC 케이스 제조사 입장에서 보면 공간 확보 못지 않게 부담 요소다. 메인보드 후면에 배치되는 단자와 기타 구성에 대해서는 각 제조사가 협의해 일관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박근수 팀장은 “아직 도입 초기라 제품 수가 적고 가격은 높다. 하지만 에이수스는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짧은 시간 내에 우려되는 부분은 해소될 것이라 본다. 에이수스 혼자가 제안하는 게 아니라 다른 제조사들도 함께 같은 콘셉트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므로 합의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