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당 지출 늘려야"…구독 서비스 가격 인상 계속된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구독 서비스 요금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가입자 증가 폭이 정체하자 공격적인 신규 가입자 확보보다는 요금제 개편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곳들이 늘면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구독 서비스인 게임패스 가격을 7월 10일부터 인상했다. 게임패스 얼티밋은 월 1만 3500원에서 1만 6000원, PC용 게임패스는 월 7900원에서 9500원으로 올랐다. 게임패스 코어는 월 요금은 7900원으로 같지만 연간 결제 요금이 연 4만 6800원에서 5만 8500원으로 조정됐다. 기존 가입자에게는 오는 9월부터 새 가격을 적용한다.
요금제 구성도 개편했다. 월 8500원에 제공되던 콘솔용 게임패스가 폐지되고 대신 게임패스 스탠다드가 신설됐다. 게임패스 스탠다드는 월 요금은 8500원으로 기존 콘솔용 게임패스와 같지만 일부 구독 혜택 조정이 이뤄진 요금제다. 기존 콘솔용 게임패스에서는 제공하지 않던 멀티플레이 기능을 지원하는 대신, 최신 게임을 출시 첫날부터 즐길 수 있는 ‘데이원’ 혜택은 축소됐다.
이번 가격 인상은 게임패스가 비용 상승, 가입자 둔화를 겪고 있었던 만큼 예상된 결과였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콜 오브 듀티’를 비롯해 지난해 인수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기 게임 IP를 게임패스에 데이원으로 제공하게 된 것도 이번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기존 인기작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는 만큼 감소할 판매 수익을 구독 요금으로 상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암페어 애널리시스의 피어스 하딩 롤스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구독자의 지출 비용을 늘리는 동시에 게임 라이선스 비용을 줄여야 한다. 새 콜 오브 듀티 출시가 게임패스 얼티밋으로 제공된다는 사실도 이런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수익성이 낮은 저가 요금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최근 영국과 캐나다에서 넷플릭스 베이식 요금제 이용자들은 요금제 만료를 알리는 안내를 받았다. 베이식 요금제를 더 이상 이용할 수 없으니 새로운 요금제를 선택하라는 내용이다.
베이식 요금제는 1인 이용자 대상으로 월 9500원에 720P 화질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였지만 광고 요금제 도입과 함께 순차적으로 신규 가입이 중단된 바 있다. 당시 넷플릭스는 기존 베이식 요금제는 멤버십 변경이나 계정 해지 전까지는 베이식 요금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제는 기존 구독자 상대로도 베이식 요금제 제공을 중단한 것이다.
안내를 받은 베이식 요금제 이용자들은 월 6.99달러(국내 5500원)의 광고형 스탠다드나 월 15.49달러(국내 1만 3500원)의 스탠다드 요금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광고형 스탠다드는 기존 베이식 요금제보다 더 높은 1080P 화질을 제공하고, 동시 접속도 2명까지 가능하지만 광고를 봐야 한다는 점에서 일장일단이 있다. 화질과 동시 접속보다 광고가 없는 환경을 선호해 베이식 요금제를 유지하던 이용자에게는 사실상 상위 요금제로 업그레이드가 강요되는 셈이다.
베이식 요금제 만료 안내는 아직 캐나다, 영국 이용자들에게만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광고형 요금제가 출시된 모든 국가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실제 넷플릭스는 올해 1월 실적 발표에서 2분기부터 캐나다와 영국을 시작으로 광고형 요금제가 도입된 일부 국가들에서 베이식 요금제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넷플리스가 베이식 요금제 폐지에 나선 건 광고형 요금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신규 가입자 중 40%가 광고형 요금제 이용자다.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매출 전년 동기보다 14.8%, 영업이익은 7.1% 오르는 등 가격 정책 개편과 광고 요금제 도입 효과를 톡톡히 보는 중이다.
쿠팡도 오는 8월부터 기존 가입자 대상으로 ‘와우 멤버십’ 요금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다. 쿠팡은 신규 가입자 대상으로는 지난 4월부터 인상된 요금을 적용했다.
쿠팡이 소비자 반발을 무릅쓰고 가격을 인상한 배경에는 늘어난 소비자 혜택이 가격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가격 인상에 앞서 K리그, 스페인 라리가, 프랑스 리그1, F1 그랑프리 등 국내외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해 쿠팡플레이에서 제공하는 한편, 쿠팡이츠에서는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실제 와우 멤버십 인상 발표 후에도 유의미한 이용자 이탈은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쿠팡의 올해 2분기 결제 추정 금액은 14조 6550억 원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