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자들, 아닌 척 하면서 뒤로는 적립금 챙기던데요"

한국나이로 27살, 남들은 이제 갓 사회에 발을 내딛을 시기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하나로 월 매출 17억 원을 올리는 청년이 있다. 바로 앱디스코의 정수환 대표다. 그가 만든 모바일 리워드 앱 ‘애드라떼’는 런칭 1년만에 국내 다운로드 수 200만 명을 돌파했고, 해외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매출은 매달 30% 가량 늘어나며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모바일 벤처 신화의 주역으로 그를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언뜻 보면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을 것 같은 앳된 청년이지만, 사실은 일찌감치 인생의 쓴맛을 봤다. 야심차게 시작한 소셜커머스 ‘티켓포레스트’는 불과 3달만에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먼저 등장한 경쟁사들이 막대한 투자금을 토대로 TV광고를 쏟아내니 당할 재간이 없었던 탓이다. 동업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정 대표는 1억 원이라는 빚만 떠안게 됐다.

“생각조차 하기 싫은 시기였어요. 사업이 망하니까 갑자기 유학을 떠나는 친구도 있고, 다들 제 갈길을 가더라고요. 저 혼자 빚을 해결해야 했죠. 차마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못하겠고… 혼자서 끙끙 앓았어요. 어떻게든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앱을 찾아야 했죠.”

소셜커머스가 실패했다면 남은 답은 광고 플랫폼 뿐이었다. 당시 모바일 광고는 대부분 웹 기반 배너 광고를 그대로 옮겨온 형태로, 스마트폰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위치기반서비스, 알림기능, 동영상 재생 기능, 휴대성 등을 잘 활용하면 뭔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태어난 앱이 광고를 시청하면 적립금을 주는 ‘돈 버는 앱’ 애드라떼다.

애드라떼는 기존의 광고 리워드 서비스를 스마트폰 환경으로 옮겨왔다. 광고를 보고 퀴즈를 풀거나, 특정 앱을 내려받거나, 특정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면 현금을 적립해준다. 이렇게 쌓인 적립금을 애드라떼 라떼스토어에서 원하는 상품으로 교환하거나 현금으로 바꾸면 된다. 회원들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돈을 벌고, 광고주들은 광고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애드라떼? 절대 성공 못할걸”

하지만 초기에는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비슷한 방식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1세대 인터넷 벤처기업 골드뱅크의 악몽이 생각날 수 밖에 없다. 1997년 등장한 골드뱅크는 ‘광고를 보면 적립금을 준다’는 아이디어로 일약 코스닥 황제주로 등극했다. 그러나 광고주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미온적이었고, 유지비를 보전하지 못해 적자가 거듭됐다. 결국 2009년 골드뱅크는 상장 폐지되며 쓸쓸히 퇴장했다. 골드뱅크의 몰락을 지켜봤던 사람들이라면 애드라떼를 곱게 볼 리 없었다.

“애드라떼의 초기 모델을 들고 아는 분들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골드뱅크가 생각난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이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너무 많았어요. 국내에서 광고 리워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못박는 분도 있었죠. 그렇다고 해외진출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도 없었고요. 모바일 시장의 잠재력 하나만 믿고 밀어붙였죠.”

그러나 애드라떼는 보란듯이 성공했다. 런칭 당시 20여 개에 불과했던 광고는 현재 일주일 기준 100여 개로 늘었다. 지금까지 애드라떼를 거친 광고주만 무려 500여 곳. 국내에서 인터넷 광고를 집행하는 웬만한 기업들은 거의 다 애드라떼에 광고를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 애드라떼를 경험한 후 다시 광고를 요청하는 경우도 무려 20%나 된다.

“기존의 배너 광고는 클릭 수에 따라 비용을 받아요. 하지만 클릭하는 행위 자체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 알 도리가 없죠. 반면 애드라떼는 회원가입이나 다운로드가 얼마나 일어나는지 보여줄 수 있어요. 명확하고 합리적인 광고모델인 셈이죠. 기본적인 광고 효과가 보장이 되니 광고주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

회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광고의 수가 많아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들은 목돈을 챙기기도 한다. 누적 적립금을 100만 원 가량 모은 회원들도 여러 명. 경쟁자들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적립금을 쌓기 쉬운 퀴즈 방식 광고나 앱 내려받기 방식 광고는 올라오기 무섭게 소진된다. 늑장을 부리다간 참여 기회를 놓치게 되는 셈이다. 정 대표도 이 점을 아쉬워했다.

“목표 인원을 채우면 광고가 사라져요. 그래서 특정 광고는 지나치게 빨리 소진되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 회원가입 방식 광고는 부담스러운지 빨리 소진되지 않더라고요. 광고 수를 더 늘리려고 노력중이에요. 적립금도 더 높이고 싶고요.”

스마트폰 광고의 미래는 리워드다

애드라떼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비슷한 형태의 리워드 앱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블루오션이 순식간에 치열한 레드오션으로 변한 것이다. 아직은 애드라떼가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더 좋은 방식의 리워드 앱이 있다면 시장 판도는 바뀔 수 있다. 이 점에 대해 조바심을 느끼지는 않을까? 정 대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경쟁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장은 커질 것이고, 서로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경쟁사들이 등장할 때마다 자극을 받아요. 후발주자들은 우리의 것을 보완해서 새롭게 내놓더라고요. 참 재미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애드라떼를 따라올만한 경쟁사는 없다고 귀띔한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리워드 앱은 20~30개에 달하지만, 광고주에게나 사용자에게나 애드라떼만큼 유명한 앱은 없는 상태다.

최근 애드라떼는 일본 리워드 시장에도 진출했다. 일본에는 10년 전부터 리워드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만, 스마트폰 분야에는 리워드 모델이 없는 상태였다. 애드라떼는 출시 첫날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하며 높은 인기를 끌었고, 이제는 모바일 리워드 시장에서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자리를 굳혔다. 재미있는 점은 일본의 애드라떼 사용자 중에는 남자들이 꽤 많다는 것. “앞에서는 쿠폰 안받는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적립금을 다 챙기는 것 같다”며 정 대표는 웃었다.

“일본 시장을 보면서 우리 서비스에 확신이 생겼어요.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광고는 리워드로 갈 수 밖에 없겠구나. 적어도 일정 규모를 가져가겠구나. 일본이 이 분야에서는 10년 빠른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일본에서 통한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어요. 조만간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 10개국에서도 애드라떼를 런칭할 계획입니다.”

돈 버는 앱 NO! 즐거움을 얻는 앱

정 대표가 생각하는 애드라떼의 핵심은 리워드 자체다. 많은 사람들이 돈 버는 앱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돈보다는 정신적인 보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기적으로 영화 시사회, 테마파크 입장권 등을 보상으로 내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랑의 열매에 적립금을 기부할 수 있는 메뉴도 만들어 놓았다.

“기존의 쿠폰이나 포인트 제도는 돈을 아끼는 것에만 치중한 나머지 궁색한 느낌을 주기도 해요. 하지만 애드라떼가 줄 수 있는 것은 돈 뿐만이 아니죠. 문화생활을 통해 얻는 즐거움, 기부활동을 통해 얻는 뿌듯함 역시 애드라떼가 추구하는 부분입니다. 이제 애드라떼는 걸음마를 막 뗀 단계에 불과해요.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가 조만간 공개됩니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