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그랜트 “농업인의 고민 해결하는 친환경 과일 포장재, 딴딴박스”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한만혁 기자] 농식품이나 과일 같은 경우 상품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적지 않은 포장재를 사용한다. 덕분에 상품의 가치를 보전하고 소비자에게 온전한 상태로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심각한 쓰레기 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포장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포장재 도입을 고려하는 농업인이 늘고 있다. 문제는 과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안전성이나 포장 공수, 단가 등 여러 측면에서 친환경 포장재 도입을 망설이게 된다는 점이다.
친환경 포장재 개발 및 제작 스타트업 그랜트(Glant)는 농업인의 고민을 해결하는 친환경 과일 포장재 ‘딴딴박스’를 개발했다. 시작은 농가의 포장 쓰레기 문제 해결이었지만 농업 현장에서 얻은 농업인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덕에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친환경 과일 포장재를 개발했다.
딴딴박스는 스티로폼, 플라스틱 포장재 대신 종이만 사용한다. 배송 중 파손을 방지할 만큼 튼튼하고, 농가의 포장 공수도 줄인다. 단가도 기존 포장재 수준이다. 그랜트는 농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딴딴박스 라인업을 확대하기 위해 연구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그랜트를 이끌고 있는 장다솜 대표를 만나 그랜트와 딴딴박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농업인이 원하는 친환경 과일 박스 개발
IT동아: 안녕하세요, 장다솜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장다솜 대표: 안녕하세요, 그랜트 장다솜입니다. 저는 지난 2017년부터 농식품 패키지 디자인 및 제작 오픈마켓 '디팜'을 서비스하는 농부릿지에서 근무했습니다. 디팜 론칭 시점에 합류해 약 7년간 서비스 운영, 기획 업무를 했어요. 전국 농업기술센터와 농업기술원에서 농업인 대상으로 포장 디자인 강의와 컨설팅도 했고요. 매년 약 8000명의 농업인을 만나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디팜의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당시 전국의 다양한 농업인을 만나다 보니 친환경 포장재를 원하는 농업인이 적지 않더라고요. 농업인도 농산물, 특히 과일 포장에 사용하는 스티로폼, 플라스틱, 비닐 포장 등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스티로폼 포장재 보관 공간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고,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했는데 일반 포장재를 사용하니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불만을 갖고 있는 농업인도 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도입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친환경 포장재는 단가가 일반 포장재보다 비쌉니다. 당시에는 종류가 그리 많지도 않았고요.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저희가 가진 역량을 동원해 친환경 포장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근무 시간을 쪼개고 수익 일부를 투자하느라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됐지만, 결국 2022년 4월 친환경 사과 박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사실 농업인의 현실적인 문제를 우리 역량으로 해결해 보자는 취지였기에 판매량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8개월 동안 약 1만 개를 판매했습니다. 농업인의 니즈와 저희 친환경 과일 박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래서 친환경 과일 박스 대중화에 좀 더 집중하고자 2023년 1월 그랜트를 창업했습니다.
IT동아: 농부릿지에서 이어가도 될 텐데, 그랜트를 창업한 이유가 따로 있나요?
정다솜 대표: 농부릿지의 경우 시각 디자인 작업에 비중을 두고 있어요. 인력 구성도 마찬가지고요. 친환경 과일 박스 대중화를 위해서는 구조 디자인, 물류, 홍보 및 마케팅 등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농업인의 고민 해결하는 딴딴박스
IT동아: 그러면 이제 그랜트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그랜트는 어떤 회사인가요?
장다솜 대표: 그랜트는 ‘Green Local Area Network Team’의 줄임말입니다. 친환경 아이템을 활용해 지역(로컬)을 연결하고, 포장 쓰레기 문제 해결뿐 아니라 농가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 풀필먼트 서비스까지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이에요.
다만 지금은 창업 초기여서 친환경 과일 박스 대중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과, 샤인머스캣, 멜론, 자두, 키위, 애플망고 등 다양한 과일을 스티로폼 없이 포장해 안전하게 배송하는 친환경 과일 박스를 개발 및 판매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과일 포장에 스티로폼이 쓰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IT동아: 그랜트가 개발한 친환경 과일 박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장다솜 대표: 저희가 개발한 친환경 과일 박스는 딴딴박스입니다. 딴딴박스의 특징은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첫째 스티로폼, 플라스틱 대신 종이만 사용합니다. 사과 박스의 경우 기존에는 박스, 종이 덮개, 스티로폼 패드, 스티로폼 망, 스티로폼 덮개, 종이 덮개 등 6단계로 포장했습니다. 딴딴박스는 박스, 패드, 홀더로 이뤄졌어요. 모두 종이여서 스티로폼,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포장 단계가 줄어드니 공수도 덜 수 있죠.
둘째 과일을 안전하게 보호합니다. 딴딴박스는 과일이 서로 부딪혀 멍 들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홀더 안에 넣어 개별 포장하는 방식입니다. 카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컵 홀더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홀더에는 저희가 개발한 지기 구조를 적용했습니다. 지기 구조는 종이를 접거나 끼워 박스 형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요. 저희는 과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지기 구조를 개발했습니다. 또한 홀더를 패드에 고정해요. 위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켜 전체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합니다. 홀더가 일종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것이죠.
덕분에 배송 중에도 안전해요. 샤인머스캣의 경우 에어셀 포장을 주로 이용하는데 적정한 공기를 주입하기가 쉽지 않고 포장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배송 중 짓눌려 즙이 생기기도 해요. 딴딴박스는 이런 단점을 모두 보완합니다.
세 번째 특징은 단가입니다. 아무리 친환경 포장재여도 단가가 10원이라도 비싸면 대부분의 농업인은 부담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희는 친환경이면서도 기존 포장재와 비슷한 단가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기획 단계부터 ‘친환경이니까 비싸도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저렴한 친환경 포장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지금은 기존 포장재와 비슷한 수준인데요. 좀 더 대중화되고 대량 생산이 이뤄지면 단가는 더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딴딴박스는 소량 구입이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포장재 제작 업체는 최소 수량을 1000개로 설정합니다. 농업인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량이에요. 특히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거나 여러 상품군을 준비하는 경우 그렇게 많은 수량이 필요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딴딴박스를 소량 주문이 가능하도록 기성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상하 주의’ 안전 배송’ ‘과일이 타고 있어요’ 등 기본적인 문구만 인쇄한 것이죠. 덕분에 20개 단위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농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주문 제작 시 최소 수량도 500개로 낮췄습니다.
IT동아: 현재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딴딴박스는 개발 완료한 상태인가요?
장다솜 대표: 여전히 개발 중입니다. 물론 개발 완료해 출시한 제품도 있지만, 과일 종류와 박스 중량이 많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어요. 또한 농가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취합해 편의성, 효율성, 실용성 측면에서 개선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초기에 개발한 사과 딴딴박스는 특허 등록 완료했고, 그 이후 개발한 제품은 순차적으로 특허 출원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개발한 사과, 샤인머스캣, 멜론, 자두, 키위, 애플망고 박스의 경우 농부릿지 디팜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데요. 저희 타깃 소비자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이어서 농업인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통사, 정부 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도 납품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현대그린푸드에 납품했고, 김포농업기술센터와의 협업으로 김포 사과 농가에 전용 포장재를 제공했어요. 농촌진흥청과는 복숭아 명인의 수출용 패키지를 개발했습니다.
IT동아: 딴딴박스를 실제 사용한 농업인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장다솜 대표: 배송 중 파손, 포장 공수, 포장재 쓰레기 문제를 모두 해결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특히 멜론이나 샤인머스캣의 경우 배송 중 파손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포장재 보관 공간을 줄인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더라고요. 스티로폼의 경우 부피가 커서 보관할 때 많은 공간이 필요한데, 딴딴박스는 스티로폼 대비 1/3 수준이어도 충분하거든요.
소비자에게도 ‘미관상 보기 좋다’ ‘분리수거가 편하다’ ‘친환경 포장재 때문에 친환경 농작물의 가치가 높아진다’ 등의 피드백을 받았다고 해요. 덕분에 판매량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디팜을 통해 소량으로 구입했던 농업인이 올해는 대량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IT동아: 현재 한국농업기술진흥원(KOAT)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요.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장다솜 대표: 무엇보다 사업화 자금 지원이 유용했습니다. 딴딴박스의 경우 과일 보호를 위해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야 해서 시제품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샘플 제작 비용이 상당했습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 덕에 시제품을 충분히 만들 수 있었어요. 올해 출시한 멜론과 자두 딴딴박스가 그 결과물입니다.
물류 창고도 마련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서울 근방에서 딴딴박스 제작 후 지방까지 배송했는데, 물류비가 다소 부담스러웠거든요. 지금은 중간 지점인 대전에 물류 거점을 마련해 물류비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벤처기업인증 등 스타트업 운영에 꼭 필요한 것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비용 부담 때문에 뒤로 미루거나 포기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으로 필요한 것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었어요. 이를 통해 상품 개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농업인 피드백 기반으로 딴딴박스 라인업 확장
IT동아: 마지막으로 그랜트의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다솜 대표: 올해는 좀 더 공격적인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통해 청과상, 유통사, 각종 판매자에게 패키지 판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샤인머스캣, 멜론 딴딴박스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샤인머스캣 딴딴박스의 경우 지난해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기존 에어셀 포장보다 빠르고 편하기 때문입니다. 멜론 딴딴박스는 최근 멜론 농가가 늘면서 꾸준히 요청이 있었던 제품이에요. 최근에 출시하게 되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려고 합니다.
딴딴박스 라인업도 늘릴 계획입니다. 저희는 농가의 니즈를 먼저 파악하고 있는데, 최근 다양한 과일에 대한 요청이 있어서 연구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만간 수박 딴딴박스를 선보일 예정이고, 무거운 대형 과일, 모양이 특이한 수입 과일을 위한 포장재를 추가 개발할 예정입니다.
무게 단위도 확장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는 3kg 딴딴박스만 선보였습니다. 기존에는 5kg 단위 포장재가 많았는데, 소규모 가족, 온라인 판매가 늘면서 더 작은 크기에 대한 문의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3kg 단위를 먼저 만들었어요. 이제 동일한 구조로 5kg, 10kg 단위도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저희는 친환경 가치뿐 아니라 안정성, 포장 편의성, 단가 측면에서 농업인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포장재를 선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 개발할 계획입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