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태의 디지털자산 리터러시] 1. 지금 당신이 디지털자산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

[IT동아]

[1] 지금 당신이 디지털자산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

[2] 자산 규제와 진흥의 균형이 필요한 시점

[3] 디지털자산 갈라파고스 탈출을 위한 제언 1) 법인참여 허용

[4] 디지털자산 갈라파고스 탈출을 위한 제언 2) 실명계좌제도 개선

[5] 디지털자산 갈라파고스 탈출을 위한 제언 3) 해외 투자자 허용

[6] 한국형 비트코인ETF 출시를 위한 선결 조건

[7] 디지털자산 규제 샌드박스가 필요한 이유

[8] 건전한 디지털자산 시장을 위한 민간 중심 감시시스템 구현

[9] 디지털자산 업계의 다양성 확보와 건강한 생태계 조성


비트코인의 가격이 한화 1억원 을 상회했고, 글로벌 디지털자산의 시가총액 또한 3000조 원을 넘어섰다. 비트코인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기축통화답게 2023년 말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디지털자산 투자자들은 시장 침체기, 소위 ‘크립토윈터’ 탈출을 기대하며 환호했다. 하지만, 알트코인을 비롯한 대다수의 디지털자산 가격 급등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여전히 공존한다. 해외 유수의 학자, 투자 구루들 조차도 ‘내재가치가 없는 투기자산’, ‘다시 없을 쓰레기’와 같이 막말을 쏟아내며 디지털자산 가치 논쟁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상승랠리의 시작과 원인

부정론자들의 폄훼에도 불구하고, 이번 비트코인 상승랠리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이번 랠리는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 기대감과 미국 증권거래소 상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스닥 상장사이자 미국의 대표 디지털자산 업체인 코인베이스의 주주 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디지털자산 기관투자자의 거래 비중은 약 84%에 이른다. 이는 미국 주식시장의 기관투자자 비중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미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은 기관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인이나 기관이 부동산, 동산 등 자산을 보유하거나 투자하기 위해서는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의사결정 합의가 필요하다. 개인이 투자를 결정하는 것과 달리 다수의 이해관계를 가진 참여자들이 자신의 논리를 내세워 정반합의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이를 토대로 투자결정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미 미국의 많은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투자자산으로 인정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왔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위에서 발표한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관의 참여비중은 10%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코인베이스 기관투자자 거래량 비중과 금액 변화 / 출처 = 코인베이스 23년 4분기 주주서한
코인베이스 기관투자자 거래량 비중과 금액 변화 / 출처 = 코인베이스 23년 4분기 주주서한

하지만, 대형 기관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을 막는 장벽도 분명히 존재했다. 비트코인이 아무리 좋은 투자자산, 보유자산이라 판단될지라도 국가가 허용한 판매처, 즉 금융기관이 아닌 민간 거래소에서 이를 거래하는 것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금융상품으로써 투자대상은 물론이고 투자과정에 있어서의 신뢰도 또한 이용기관에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완전 제도권화된 금융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ETF의 등장은 법인, 기관에게 아주 좋은 투자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 현물ETF는 ETF라는 속성을 가진 금융상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동종·동질·동량의 비트코인을 실제 보유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다. 투자과정은 이미 미국의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설정해놓은 규정, 가이드에 따라 작동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장치의 수준도 기존 제도권 금융상품과 동일하다.

비트코인 가치의 재발견

이번 디지털자산 상승랠리의 직접 원인은 비트코인ETF 상장에 따른 신규 투자금의 유입이다. 지난 4개월 동안 약 4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신규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 금융당국의 비트코인ETF 승인은 상승랠리의 트리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금융기초자산으로 공식 인정함으로써 비트코인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준 격이 됐다. 투자상품으로써의 비트코인은 이전에는 초기 추종자를 중심으로 한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대형금융기관, 상장사들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하면서 당당히 금융시장의 주류 상품으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미국 내 주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 출처=미국증권거래위원회
미국 내 주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 출처=미국증권거래위원회

비트코인은 그동안 해킹, 추가발행 가능성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격 받아왔다. 미국 금융당국도 허점이 많아 보이는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2009년 첫 블록이 생성된 이후 15년 넘게 단 차례도 해킹되지 않으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비트코인이라는 산출물보다 블록체인이라는 네트워크가 오히려 더 각광받는 현상도 일어나게 되었다.

블록체인의 첫 실험물이라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서 비트코인은 절대 해킹할 수 없다는 진리를 지켜냈다. 추가발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존 소유자의 과반수가 동의하지 않는 한 2100만개 이상 발행될 수 없다는 ‘코드 합의’를 인정하게 되었다. 이는 비트코인 신봉자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내용들인데, 이를 미국 금융당국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ETF 출시보다도 더 의미있다.

미국에 이어 호주, 홍콩 등도 비트코인ETF 상장 행렬에 동참하며 금융자산화에 합류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정부는 비트코인ETF 출시를 허용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ETF를 구매하는 것조차도 금지하고 있다.

금융제도권으로 침투 중인 디지털자산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ETF 승인은 단순히 ETF 금융상품을 하나 더 늘렸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비트코인이라는 전 세계를 대표하는 디지털자산이 금융상품으로 인정받고 보수적인 전통금융 투자자들에게까지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엄격한 미국 금융당국의 눈높이를 넘어 금융기초자산으로 인정받은 것은 제2, 제3의 비트코인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갖게 한다. 이더리움ETF 등 다양한 디지털자산들이 후속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디지털자산의 성장잠재력은 충분하다. 이것이 바로 개인적 투기수단이 아닌 기관의 투자자산으로써 비트코인, 나아가 디지털자산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글 /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

시중은행 출신으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인피닛블록’의 공동 창업자 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디지털자산 인프라 협의회 협의회장,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이사, 한국핀테크지원센터 혁신금융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새로운 시대의 부, 디지털자산이 온다’를 저술한 바 있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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