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인공지능ㆍ반도체 시장 엔비디아 손에 달렸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인공지능 경쟁으로 상승 분위기를 이끌었던 투자 시장이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시장의 시선이 오는 2024년 5월 22일(미국 현지 기준) 발표되는 엔비디아의 2024년 1분기(회계연도 2025년 1분기) 실적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 – Consumer Price Index)가 이전 대비 하회한 수치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시장은 여전히 물가 상승과 높은 기본금리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 위축 또는 차익실현 매물이 등장하며 지수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남아 있다. 결국 투자자의 마음을 잡으려면 기업은 실적으로 증명할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는 지난 2월 22일, 회계연도 2024년 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 221억 달러(원화 환산 약 30조 7500억 원 상당), 전년 동기와 비교해 2.65배 높은 수치였다. 이전 분기의 181억 달러(원화 환산 약 16조 185억 원 상당)와 비교해도 22% 높았다. 이에 주당순이익(EPS)는 5.16달러(원화 환산 약 7000원 상당)로 예상 금액 4.59달러(원화 환산 약 6230원 상당) 대비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순이익도 122억 9000만 달러(원화 환산 약 16조 6837억 원 상당)에 달했다.
실적 발표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우상향에 성공했다. 2월 22일, 674.72 달러(원화 환산 약 91만 6000원 상당)에 마감한 주가가 다음날 750 달러(원화 환산 약 102만 원 상당)로 시작해 785.38 달러(원화 환산 약 106만 6000원 상당)에 마감한 것이다. 이후 3월 8일까지 974 달러(원화 환산 약 132만 2000원)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며 투자사는 일제히 엔비디아의 목표가를 상향하며 분위기를 만들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일제히 ‘천비디아’라며 치켜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엔비디아의 주가는 잠시 하락세를 보이며 한 때 756 달러(원화 환산 약 102만 6000원 상당) 선까지 밀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여러 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최근 940 달러(원화 환산 약 127만 6000원 상당)를 회복했으나 전반적인 흐름을 봤을 때 상승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예상 매출 ‘245억 달러’를 넘을 수 있을까?
기관들이 예상하는 엔비디아 회계연도 25년 1분기 매출은 245억 3000만 달러(원화 환산 약 33조 2995억 원 상당)다. 이는 지난 분기 예상치인 204억 달러(원화 환산 약 27조 6930억 원 상당)보다 20% 이상 높은 수치다. 예상 주당순이익은 5.58 달러(원화 환산 약 7580원 상당)로 이전 4.59 달러(원화 환산 약 6230원 상당)보다 1 달러(원화 환산 약 1357원 상당) 정도 높다. 물론 지난 실적 발표를 통해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주당순이익과 매출 등을 기록하며 투자자를 만족시켰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만약 엔비디아의 매출이 지난 분기와 비슷하거나 낮게 나올 경우다. 이때 셈법이 상당히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두가지를 꼽자면 첫째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수요 둔화, 둘째는 공급에 의한 대체재 수요 증가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둔화는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메타 등 여러 기업이 일제히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서비스 시장에서 패권을 차지하려면 더 많은 장비를 들여 학습과 추론 등 여러 작업을 진행해야 된다. 현재 장비 외에 데이터센터를 더 지어 더 많은 자료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여러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 확보를 위해 장비 증설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위스콘신주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33억 달러(원화 환산 약 4조 4800억 원 상당) 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완공에 많은 시일이 소요되므로 당장의 수요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견고하다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구글도 영국에 10억 달러(원화 환산 약 1조 3575억 원 상당)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대체재 수요 증가에 따른 점유율 하락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엔비디아의 위협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AMD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중이다. AMD는 인스팅트 MI300 계열 인공지능 가속기로 엔비디아와 경쟁하고 있다. 인텔도 뒤늦게 가우디 3 인공지능 가속기를 공개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외 반도체 스타트업들도 다양한 인공지능 전용 가속기를 개발해 선보이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자체 서비스 기업도 전용 인공지능 가속기를 설계해 시설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엔비디아의 공급 문제와 어느 정도 얽혀 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H100 계열 제품이 아직도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이 소요되면서 발생하는 경쟁력 저하와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동시에 안아야 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대체재를 쓰거나 여력이 된다면 직접 개발해 써야 한다. 자연스레 엔비디아가 아닌 AMD와 인텔, 다른 대체 가속기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시장은 엔비디아가 24년 1분기 매출액이 기대를 충족할 것이라 보는 분위기다. 우선 지난 4월 18일 이뤄진 TSMC의 24년 1분기 실적 발표가 긍정적이었다. TSMC는 5926억 4000만 대만 달러(원화 환산 약 24조 9560억 원 상당)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16.5% 상승한 수치다. 이 중 46%는 HPC 사업부에서 이뤄냈다. 이 외에도 반도체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공급 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리송한 시장 분위기, 혹시 투자 흐름 끊을까?
아직은 투자의 확신을 주지 못하는 시장 분위기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걸림돌이다. 최근 높은 수치를 보이던 인플레이션 수치가 갑자기 달라진 게 그 이유다. 지난 5월 15일 공개된 소비자 물가지수(CPI) 지표는 이전 대비 3.4%를 기록하며 이전 3.5% 대비 하락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및 서비스 지수를 보여주는 근원 소비자 물가지수(Core CPI)는 0.3%로 이전 대비 0.1% 하회했다. 경기 둔화에 대한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움직임 때문인지 이날 미국 증시는 큰 상승세를 보였다.
연방준비제도는 이번 데이터로 확신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따라서 일부 물가 관련 지표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니 관련 기업에 투자할 때는 시장 내ㆍ외적 요인을 꼼꼼히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를 권장하는 게 아닌 단순 정보를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모든 매매의 선택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