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작지만 빠른 입출력 속도는 UMPC에만 쓰기에 아깝다, WD_BLACK SN770M 2TB
[IT동아 강형석 기자] 밸브의 스팀덱(Steam Deck)이 주목받은 이후, 비슷한 형태의 다양한 휴대용 게이밍 PC가 등장하며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과거에도 UMPC(Ultra Mobile PC)라는 제품군이 존재했지만, 성능이 기대 이하였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평균 이상 성능을 자랑한다. 별도의 그래픽카드 없이도 중앙처리장치 자체 그래픽 처리 장치를 통해 해상도는 낮지만, 쾌적한 게이밍 몰입감을 제공한다.
문제는 기존 휴대 게임기는 카트리지나 디스크 등 자체 매체로 게임을 구동했는데, 휴대용 게이밍 PC는 기본적으로 PC와 같다. 따라서 게임을 즐기려면 일반 시스템과 동일한 구동 파일을 내려받아 실행하게 된다. 저예산 게임이나 일부 가볍게 즐기는 게임은 파일 용량이 작지만, 유명한 대작 게임은 설치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게임에 따라 달라도 평균 20~50GB, 심할 경우 100GB 전후도 있다.
결국 게임 몇 개 설치하면 저장공간이 부족하고 여러 게임을 즐기려면 처음부터 대용량 저장장치를 제공하는 옵션을 선택하거나 별도로 구매해 증설하는 수밖에 없다.
웨스턴디지털 WD_BLACK SN770M은 부족한 휴대용 게이밍 PC의 저장공간을 늘려주거나 성능을 개선하는데 목적을 두고 출시된 제품이다.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 기존 출시된 WD_BLACK SN770을 기반으로 크기를 M.2 2230 규격으로 줄였다. 크기는 줄었어도 PCI-E 4.0 전송대역을 활용해 최대 읽기 초당 5150MB, 최대 쓰기 초당 4850MB를 구현했다.
길이 30mm, 작은 길이로 소형 시스템에 딱!
웨스턴디지털의 WD_BLACK SN770M은 소형 플랫폼에 알맞은 크기를 제공한다. 규격은 M.2 2230으로 기판 길이가 30mm다. 흔히 PC 시스템에 쓰이는 M.2 저장장치 규격이 2280으로 길이 80mm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하로 작아진 셈이다. 실제 M.2 2280 저장장치와 비교해도 길이 차이가 두드러진다. 길이가 짧기에 휴대용 게이밍 PC(UMPC)에 많이 쓰이는 추세다.
밸브 스팀덱(Steam Deck), 에이수스 ROG 앨리(Ally), 아야네오(AYANEO) 등 다양한 형태의 게이밍 휴대 PC가 꾸준히 인기를 얻으면서 WD_BLACK SN770M은 국내 정식 출시되어 판매 중이다. 용량은 500GB, 1TB, 2TB 등 3가지이며 리뷰에 쓰인 제품은 2TB 용량을 갖췄다. 사실 휴대 PC에 주로 쓰이지만, 일반 PC 시스템이나 노트북 PC, 미니 PC(NUC) 등 다양한 시스템에 쓸 수 있다. M.2 2230 규격만 호환된다면 상관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일부 데스크톱 메인보드는 M.2 2230 저장장치를 고정하는 고리가 없을 수 있으므로 사전에 호환성 여부를 확인해야 된다.
제품 겉에 부착된 스티커를 제거하면 작은 기판 위에 부품이 오밀조밀 배치된 게 보인다. 크게 보면 입출력되는 데이터를 관리하는 컨트롤러와 데이터가 담기는 낸드 플래시로 나뉜다. 웨스턴디지털 산하 브랜드 샌디스크에서 생산한 것이다.
컨트롤러는 자체 개발한 폴라리스 MP16+ 칩이다. TSMC 16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됐고 ARM Cortex-R 기반 32비트 설계 구조를 따른다. 기본적으로 최대 4개의 칩을 다루며 4채널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기본적으로 캐시 메모리가 없는 디램리스(DRAM-Less) 구조이므로 성능 저하를 막을 방법이 필요하다. 이에 제품에는 호스트 메모리 버퍼(HMB)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고속 저장장치인 SSD는 1초에 기가바이트 단위의 데이터를 읽고 쓰지만, 이를 지속하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데이터 무결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밀려 들어오는 데이터를 임시로 두는 역할로 휘발성 메모리(DRAM)을 배치해왔다. 그러나 모듈 비용이 많이 들고 M.2 규격과 같은 소형 폼팩터는 부품 배치가 제한적이어서 최근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넣지 않는 추세다. 그렇다면 성능 하락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방법은 여럿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시스템의 메모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시스템 메모리 일부를 저장장치에 할당 후 임시 데이터 공간으로 활용하면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다. 일부 제품은 낸드 플래시 공간 일부를 마치 단일 레벨 셀(SLC)로 구성해 쓰기도 하는데 적절히 조합하면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되리라 예상된다.
낸드 플래시 역시 샌디스크 이름을 하고 있는데 키옥시아와 함께 운영하는 시설에서 제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은 BiCS5다. 한 공간에 데이터를 3비트 구조로 나누어 담는 TLC(Triple Level Cell) 방식이며 한 칩에 2TB(2000GB) 용량을 구현하고자 112단 설계가 적용됐다.
PCI-E 4.0 대역 충분히 쓰는 성능, 성능 지속성도 뛰어나
이제 웨스턴디지털 WD_BLACK SN770M 2TB의 성능을 확인해 볼 차례다. 테스트를 위해 AMD 라이젠 9 7950X 프로세서와 기가바이트 X670E 어로스 메인보드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을 사용했다. 운영체제가 설치되어 있는 주 저장장치는 WD_BLACK SN750 SE 1TB다. PCI-E 5.0 슬롯에 장착됐으며, WD_BLACK SN770M 역시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두 번째 PCI-E 5.0 슬롯에 연결했다.
먼저 AJA 비디오 시스템 테스트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1920x1080 해상도에 1GB 파일, 10비트 YUV 코덱 등의 설정으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읽기 초당 4370MB, 쓰기 초당 4455MB가 기록됐다. 제원상 최대 읽기 초당 5150MB, 쓰기 초당 4850MB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한 성능이다. 최대 속도는 테스트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 참고하자.
이번에는 해상도를 3840 x 2160으로 변경했다. 파일 크기도 16GB로 설정했다. 조금 더 큰 파일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읽기 초당 4639MB, 쓰기 초당 4445MB를 기록했다. 처음 테스트한 결과와 큰 차이가 없는 상황. 이 정도라면 어느 정도 성능 유지 능력은 충분해 보인다.
다음은 AS SSD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실행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읽기는 초당 4594MB, 쓰기는 초당 4384MB가 나왔다. 앞서 실행한 AJA 비디오 시스템 테스트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 외에도 작은 파일을 읽고 쓰는 항목에서도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 읽기보다 쓰기에 적합한 형태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게임 자체의 용량이 증가 추세이고 자주 쓰고 지우는 일이 많기에 이 같은 설정이 이뤄진 게 아닐까 생각된다. 상대적으로 읽기 속도가 낮아도 꾸준히 성능이 유지된다면 문제 되지 않기 때문이다.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 테스트를 통해 성능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여기에서는 읽기가 초당 5225MB. 쓰기는 초당 4794MB로 기록됐다. 이는 웨스턴디지털에서 공개한 제원을 조금 뛰어넘거나 근접한 수준이다. 무작위 4K 항목도 충분한 성능을 보여준다. 이 정도 성능이라면 단일 낸드 플래시에 디램이 없는 M.2 고속저장장치로는 충분하다.
쓰기 지속력을 확인하고자 나래온 더티테스트를 구동했다. 최대 쓰기 속도는 초당 4895MB로 제원에 부합한다. 제품에는 디램이 없는 대신에 시스템 메모리의 자원을 활용하는 호스트 메모리 버퍼(HMB) 기술이 적용됐다. 그 때문인지 전체 용량의 약 35%가 채워질 때까지 최대 속도를 유지한다. 이후 쓰기 속도 저하가 발생하며 최대 초당 1100MB 정도를 꾸준히 유지해준다. 최대 속도를 내는 구간이 여유로운 부분도 좋지만, 속도가 떨어져도 편차가 발생하는 형태가 아닌 지속성을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꼭 UMPC가 아니더라도 매력적인 M.2 SSD
웨스턴디지털 WD_BLACK SN770M 2TB. 읽기/쓰기 속도가 6000~7000MB에 달하는 초고성능 M.2 저장장치는 아니다. 그러나 숫자 자체가 실제 만족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다. 일정 이상 성능만 내어주면 체감상 속도감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제품은 읽기는 뒤로 하더라도 쓰기 속도를 유지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기에 성능이 더 뛰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제품은 500GB와 1TB, 2TB 등 세 가지다. 하지만 M.2 2230 규격의 고속저장장치는 주로 게이밍 휴대 PC(UMPC)에 쓰게 되는데 1TB 이하 용량은 메리트를 느끼기 어렵다. 중고급형 제품은 기본적으로 1TB 정도 저장공간을 제공하기에 속도를 높이려는 게 아니라면 그냥 써도 무방하다. 추가 저장장치의 구매는 용량 확장에 목적을 두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대용량 제품을 선택하는 쪽이 유리하다.
다만 가격의 벽은 높게 느껴진다. 2TB 제품의 가격은 온라인 쇼핑몰 기준 27만~29만 원선에 형성되어 있다. 1TB는 13~15만 원대, 500GB는 판매하는 곳이 많지 않아 가격 불균형 현상이 일어난 상황. 따라서 성능이 아닌 용량 자체만 놓고 접근한다면 다른 브랜드의 M.2 2230 저장장치가 아른거릴 수밖에 없다. 반면 전통 저장장치 브랜드가 가진 가치와 서비스, 안정적인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타 제품 대비 이점도 존재한다. 어떤 점을 선택할지는 소비자 선택에 달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