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노트북 멀티태스킹 고민 끝’ 에이수스 젠북 듀오
[IT동아 강형석 기자] 멀티태스킹(다중 작업)은 한 시스템에서 여러 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을 말한다. 무작정 수많은 작업을 처리할 수 없겠지만,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충분한 시스템 성능은 필수다. 어디 시스템뿐일까? 여러 작업을 번갈아 처리하려면 최대한 많이 볼 수 있는 화면 구성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적어도 2개, 많으면 3개 이상 모니터를 설치해 놓고 보는 이가 많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데스크톱이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공간 확보가 이뤄진 상태에서 최고 사양의 시스템을 구성하니 다중 작업에 유리하다. 반면 노트북은 이런 점에서 불리하다. 기본적으로 여러 디스플레이를 들고 다닐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그래서 최근 실외에서 바쁘게 업무하는 이는 보조 모니터를 들고 다니기도 하지만, 장비 2개를 휴대하니 휴대성은 포기해야 된다.
휴대성, 다중 디스플레이의 편의성을 모두 만족시키려고 몇 가지 방법이 시도됐다. 에이수스는 젠북 프로 듀오, ROG 제피러스 듀오 등을 제안하며 멀티태스킹에 대응했다. 상단 덮개에 배치되는 기본 디스플레이 아래에 추가 디스플레이를 배치하는 것이다. 비록 기본 디스플레이의 절반 면적에 불과했지만, 효과는 뛰어났다. 한쪽은 16:9 화면비, 다른 한쪽은 32:9 비율이 제공되니 여러 창을 띄워 작업이 가능했다.
이제 애매한 디스플레이 구성으로 다중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같은 종횡비와 면적을 가진 디스플레이 두 개가 온전히 갖춰진 ‘에이수스 젠북 듀오(Zenbook Duo)’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리뷰에 쓰인 제품은 UX8406MA-PZ153W로 인텔 코어 울트라 9 프로세서와 32GB LPDDR5 메모리, 2TB 용량의 SSD 등 탄탄한 사양을 제공한다. 디스플레이는 말할 것도 없다. 3K(2880 x 1800) 해상도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양으로 화질까지 탄탄하다. 참고로 UX8406MA-QL149W 사양이 있는데 코어 울트라 7 프로세서와 16GB 메모리, 1TB 공간 저장장치가 적용된다. 디스플레이도 1920 x 1200 해상도로 변경된다.
듀얼 스크린과 입력장치를 영리하게 구성했다
프리미엄 노트북 제품군인 젠북의 일원이기에 고급스러움은 그대로 유지하는 모습이다. 전면에 에이수스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디자인된 A자 아이콘 형상 일부가 인쇄되어 있는 게 눈에 띈다. 금속 질감을 잘 살려 마무리했는데 튀는 인상 없이 무난한 느낌이다. 색상은 잉크웰 그레이(Inkwell Gray) 하나다.
노트북은 14인치 디스플레이 면적에 맞춰 설계됐다. 가로 313.5mm, 세로 217.9mm, 두께는 14.6~19.9mm 정도로 휴대하기에 문제없는 수준이다. 무게는 1.65kg 가량으로 두 개의 디스플레이와 고사양 중앙처리장치가 탑재된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벼운 편에 속한다. 다만, 외장 그래픽카드가 없다는 점은 인지해야 된다. 아마 탑재됐다면, 이보다 더 두껍고 무거워졌을 것이다.
상단과 하단에 디스플레이를 모두 배치해서인지 확장성은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노트북 좌측에 USB-A형 USB 3.2(USB 3.2 Gen 1)와 USB-C형 단자 2개가 전부다. 전원 연결 후 사용한다면 결국 가용한 USB-C형 단자는 1개뿐이다. 다수의 외부 장치를 쓰려면 USB-C 허브 같은 주변기기가 필수다.
USB-C형 단자는 썬더볼트4 기술에 대응하며 디스플레이 포트 2.1 규격 외부 출력까지 지원한다. 고속 충전(PD) 기술도 쓸 수 있다. 어댑터 출력이 65W이므로 해당 출력을 지원하는 보조 배터리나 충전기가 있다면 대신 사용해도 된다. 제품 우측면에는 HDMI 2.1 단자와 오디오 입출력 단자가 있다. 추가로 노트북 상단에 있는 USB-C 단자는 키보드를 별도로 충전할 때 쓰기 때문에 외부 입력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상판을 펼치면 선명한 디스플레이와 촘촘히 배치된 키보드가 눈에 들어온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는 해상도 2,880 x 1,800으로 16:10 화면비 구성을 갖췄다. 여느 노트북에 쓰이는 16:9 비율이 아닌 화면 하단이 조금 더 넓기에 작업 및 브라우저 사용 시 유리하다. 터치 기능도 제공된다.
디스플레이 사양은 뛰어나다. OLED 특성상 반응속도가 빠른데 이 제품도 0.2ms 응답속도를 제공한다. 120Hz 주사율(1초에 120회 화면 깜박임)로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부분도 장점이다. 여기에 최대 밝기(500니트)와 명암비(100만:1)가 뛰어나 콘텐츠 및 사진영상 작업에 유리하다. DCI-P3 100%, 팬톤(Pantone) 인증, 디스플레이HDR 트루블랙 500 등의 인증도 받았다.
화면 두 개를 효과적으로 쓸 수 있게끔 노트북 바닥에는 독특한 형태의 스탠드가 적용되어 있다. 일반 노트북은 고무 받침대가 바닥에 부착되어 있는데, 젠북 듀오는 바닥의 스탠드를 펼쳐 거의 세우는 형태로 사용 가능하다.
바닥의 스탠드는 노트북을 세워 쓰는 것 외에 90도 돌려 사용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세로 화면을 적극 사용하는 환경이 아니라면 이 구성은 추천하지 않는다. 스탠드가 한쪽에만 있어 불안정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향후 수직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끔 회전형 스탠드를 달거나 별도의 고정 장치를 제공하는 형태로 개선해 주면 좋을 듯하다.
젠북 듀오의 키보드는 기본적으로 하단 디스플레이 위에 고정되는 구조다. 붙이고 떼어 쓰는 데 불편함은 없다. 우선 키보드를 부착한 상태에서 쓸 경우 일반 노트북과 다를 바 없다. 디스플레이 두 개를 모두 쓰고자 한다면 키보드를 떼어 바닥에 두면 된다. 블루투스로 쉽게 연결 가능하다. 충전은 부착 시 기기 하단에 있는 포고 핀(Pogo Pin)으로, 그 외에는 키보드 측면에 있는 USB-C형 단자로 하면 된다.
키보드 배열은 일반 노트북과 동일하다. 탄력이 느껴지는 키감이 인상적이며 단축키도 충실하다. 키캡 사이 거리에 여유가 있는 구조도 장점이다. 키보드 아래에 있는 터치패드도 면적이나 반응성 모두 뛰어나다.
노트북에는 에이수스 펜 2.0이 기본 제공된다. 필압을 4096 단계로 인식해 세밀한 작업이 가능하다. 필압 지원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쓸 때 효과적이다. 다만 노트북 자체에 수납이 불가능해 별도로 휴대해야 되는 불편함이 따른다.
'창작자' 및 ‘차트쟁이’를 위한 최고의 노트북
에이수스 젠북 듀오(UX8406MA-PZ153W)의 성능을 확인해 볼 차례다. 인텔 코어 울트라 9 185H 프로세서와 32GB 용량의 LPDDR5 메모리, 2TB 용량의 저장장치(M.2 방식) 등이 적용되어 있다. 외장 그래픽이 없는 대신, 중앙처리장치(프로세서) 내에 기본적으로 아크(Ark) 그래픽이 있다. 인텔이 개발한 Xe 설계 기반 코어 8개가 그래픽 처리를 맡는다. 최대 2.35GHz로 작동하며 광선 추적 같은 최신 효과도 지원한다.
먼저 중앙처리장치(프로세서)의 성능을 파악해 볼 차례다. 노트북에 탑재된 코어 울트라 9 185H 프로세서는 기본 2.3GHz로 작동하며 부하 상태에 따라 최대 5.1GHz까지 속도를 높인다. 별도로 인공지능 연산 가속을 위해 별도의 장치(NPU)를 탑재한 점도 특징이다. 향후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시대가 온다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2024 시네벤치를 실행한 결과 단일 코어는 107점, 다중 코어는 1002점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이전 세대 8코어 기반 프로세서 대비 성능에서 우위를 갖는다. 여러 작업을 수행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아쉬움이 없음은 물론이다.
내장 그래픽의 3D 처리 성능을 파악하고자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실행했다. 그래픽 점수는 8060을 기록했다. 풀HD(1920 x 1080) 해상도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외장 그래픽 대비 아쉬운 성능이다. 급이 다르지만, 지포스 RTX 4060이 같은 테스트에서 약 2만 점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2배 이상 성능 차를 보이기에 이 노트북으로 고사양 게임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 게임 실행 경험은 어느 정도일까? 용과같이 8을 실행해 봤다. 노트북의 최대 해상도(2880 x 1800)에서 실행하면 어떤 그래픽 옵션을 적용해도 끊김이 심하기에 해상도는 풀HD(1920 x 1200) 수준에 맞췄다. 그래픽 옵션을 하나씩 낮추니 그나마 낮음에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다. 보통까지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이지만, 구간에 따라 끊김이 발생한다.
그래픽 처리 능력이 과거에 비하면 향상됐다고는 하나 게이머의 입장에서 만족을 시켜준다는 관점에서 보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게임이 주라면 게이밍 노트북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게 낫다. 3D 렌더링을 주로 다루는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 제품은 어느 쪽에 유리할까? 간단한 영상 편집, 웹툰, 사진 편집 등 어느 정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영역의 사용자는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젠북 듀오에 가장 잘 어울릴 법한 소비자군은 따로 있다. 바로 투자자들이다. 차트를 보며 실시간으로 매매하는 사람들이라면 젠북 듀오의 듀얼 스크린은 아주 매력적인 옵션이다. 한쪽 디스플레이에는 차트를 띄우고 다른 한쪽으로는 투자 정보와 호가 창을 띄우는 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기존 노트북에서 경험하기 어려웠던 것을 젠북 듀오는 해낸다는 이야기다.
대부분 투자자는 일반적인 노트북으로 차트를 보기가 버겁다. 다양한 시간대와 종목을 수시로 확인해야 되는데, 디스플레이 하나로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젠북 듀오라면 더 유연하게 차트와 정보 파악이 가능하다.
가격만 수긍할 수 있다면 쓰임새는 다양한 노트북
에이수스 젠북 듀오. 리뷰에 쓰인 UX8406MA-PZ153W의 가격은 289만 9000원(에이수스 온라인 스토어 기준)이다. 높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디스플레이 두 개가 주는 이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한 수준이다. 외장 그래픽카드가 없는 것 빼면 사양도 수준급이다.
다만 확장성은 조금 아쉽다. USB-A형 1개, USB-C형 2개로는 외부 장치 연결에 한계가 따른다. 디자인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하단부를 평평하게 만들어 단자를 더 추가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USB-C형 허브를 기본 제공한다면 만족도가 더 높았을지도 모른다.
생산성 자체만 놓고 본다면 외장 그래픽 적용 제품이 유리한데 젠북 듀오는 누구를 위한 노트북일까? 성능은 조금 포기하고 두 디스플레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제격이다. 사진 편집, 드로잉이나 웹툰 작가(혹은 지망생) 등이 떠오른다. 추가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정보를 보거나 혹은 보여줘야 하는 분야의 종사자라면 매력적인 제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