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해외 직구 초저가 디지털 제품, 쓸 만할까?
[IT동아 김영우 기자] 국제화 시대가 되면서 온라인 쇼핑몰 역시 국경을 뛰어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제품도 해외 쇼핑몰을 통해 ‘직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에는 국내에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저렴하게 제품을 파는 경우도 있다. 다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는데, 과연 이런 초저가 제품이 쓸 만할까? 취재진은 중국 알리바바 그룹 계열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의 초저가 제품 판매 코너인 ‘천원마트’에 접속, 9개의 초저가 디지털 제품을 구매해 품질 및 성능을 가늠해봤다. 주문 후 배송에 걸린 시간은 약 7일 전후였다.
참고로 알리익스프레스의 천원마트는 제품을 3개 이상 선택해야 주문 및 무료 배송이 가능하며, 같은 제품이라도 천원마트가 아닌 일반 코너에서 팔리는 경우는 가격이 더 비쌀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자. 또한, 각 제품의 종합평가 점수는 어디까지나 가격 대비 만족도를 고려해 매긴 것이라 품질이나 성능에 대한 ‘절대평가’가 아니라는 점도 알아두자. 그리고 구매 시기나 각종 프로모션에 따라 판매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제품명: 스마트 쓰레기통 13L
제조사: beijing oi xpeng technology
구매가격: 4500원
종합평가: 5점 만점에 4점
사용자가 접근하면 자동으로 뚜껑이 열리는 쓰레기통이다. 뚜껑이 열린 후 3~4초 정도 지나면 자동으로 뚜껑이 닫히는 기능도 갖췄다. 뚜껑 가장자리에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탑재되었으며 센서 주변 10cm 정도 반경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뚜껑이 열린다. 사용을 위해서는 뚜껑 하단부에 AA 규격 건전지 2개를 넣어야 한다(건전지는 별매).
기대 이상으로 유용한 제품이었고, 이용 방법도 간편했다. 다만, 제품의 플라스틱 표면 처리가 상당히 거친 편이다. 그리고 쓰레기를 비우기 위해 뚜껑 부위를 빼거나 끼울 때 조금 세게 끼우면 건전지 덮개가 빠져서 건전지까지 쓰레기통 속으로 후드득 쏟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주의하자.
제품명: DERAPID 1300Mbps WiFi USB 어댑터
제조사: Shenzhen FenLian Technology
구매가격: 5000원
종합평가: 5점 만점에 2.5점
PC의 USB 포트에 꽂아 이용하는 무선랜 카드다. 이를 이용하면 무선랜 기능이 없는 데스크톱도 와이파이에 접속해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으며, 무선랜 기능이 고장 난 노트북에서도 유용하다. USB 포트에 꽂으면 자동으로 가상 CD-ROM 드라이브가 생성되며, 이를 통해 장치 구동용 드라이버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다. 별도로 장치 드라이버를 다운로드 할 필요가 없이 제품을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2.4GHz 및 5GHz 주파수의 와이파이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제조사에서 밝힌 ‘1300Mbps급’ 사양이라는 문구는 과장이 심한 것 같다. 일반적인 AC1300급 와이파이 기기라면 2.4GHz 접속 시 최대 400Mbps, 5GHz 접속 시 최대 867Mbps의 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을 실제 PC에 설치해서 와이파이(5GHz) 속도를 측정해 보니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100Mbps 전후, 인터넷 공유기에 바짝 근접해서 이용해야 300Mbps에 근접한 속도가 나온다. USB 3.0(최대 5Gbps) 규격 인터페이스를 적용해야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이 제품은 USB 2.0(480Mbps)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탓에 실성능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대로 와이파이 연결 자체는 가능한 점을 위안으로 삼자.
제품명: 양방향 스위치 HDMI 2.0 분배기
제조사: Dongguan Wodexun Wire and Electronica
구매가격: 2500원
종합평가: 5점 만점에 4점
HDMI 포트 하나에 2대의 기기를 연결하고자 할 때 이용하는 주변기기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게임콘솔,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의 다양한 기기를 이용하고자 하는데, TV나 모니터의 HDMI 포트가 부족해서 곤란을 겪고 있다면 유용하다. 별도의 외부 전원 연결 없이 HDMI 케이블만 연결하면 이용이 가능하며, 스위치를 눌러 HDMI 1번/2번 신호를 전환할 수 있다.
4K UHD급 모니터에 연결해보니 3840x2160 해상도에서 60Hz의 주사율을 표시하는 것을 확인했다. HDMI 2.0 규격을 실제로 지원하는 제품인 것 같다. 그리고 제품 본체가 금속 재질이라 내구성 면에서도 기대가 된다. 다만, HDMI 1/2 신호 전환 스위치를 너무 급하게 누르면 스프링 반동 때문에 스위치의 버튼이 로켓처럼 튀어 오르며 본체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버튼 분실에 유의하자.
제품명: JEYI M.2 NVME SSD to PCIE 4.0 3.0 어댑터
제조사: Guangzhou Rui YI Information Technology
구매가격: 1800원
종합평가: 5점 만점에 1점
M.2 규격의 NVME SSD를 M.2 슬롯이 아닌 데스크톱 PC 메인보드의 PCI 익스프레스(이나 PCIE) 슬롯에 꽂을 수 있게 하는 어댑터다. M.2 슬롯이 부족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NVME SSD를 꽂아야 할 경우, 혹은 M.2 슬롯이 아예 없는 구형 PC에서 NVME SSD를 꽂아야 할 경우 유용하다. 특히 이 제품은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PCIE 4.0 규격, 그 중에서도 최대 속도를 낼 수 있는 PCIE 4.0x4 규격까지 지원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다만, 이 제품을 실제로 PCIE 4.0x4 슬롯에 꽂아 구동해 보니 속도가 너무 느렸다. 테스트에 이용한 WD SN850X SSD는 최대 7300MB/s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제품이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는 읽기 속도 9.84MB/s, 쓰기 속도 12.34MB/s의 처참한 결과를 냈다. 혹시나 해서 PCIE 3.0x4 슬롯에 꽂아 테스트해 보니 읽기 속도 1646.16MB/s, 쓰기 속도 1641.93MB/s로 구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PCIe 3.0 환경에선 그럭저럭 쓸 만하지만 PCIe 4.0 환경에선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리뷰한 제품만의 초기 불량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들, 이 정도로 품질 관리가 미흡한 제품을 추천하긴 어려울 것이다.
제품명: 완전 자동 스위핑 로봇
제조사: Xiamen Wangjia Chuangyi Eletronic Commerce
구매가격: 2500원
종합평가: 5점 만점에 3점
가격만 봐선 믿을 수 없겠지만 일단 이 제품은 ‘로봇 청소기’이긴 하다. 일반적인 로봇 청소기에 비해 크기(지름 약 16cm)가 아주 작긴 하지만 일단 켜면 스스로 돌아다니며 먼지를 흡입한다. 게다가 아주 작긴 하지만 물걸레까지 달려있다. 충전용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으며, 약 3~4시간 정도 충전해 30분 정도 청소가 가능하다. 청소를 마친 후 상단 뚜껑을 열어 먼지를 털어낼 수 있다.
이 제품의 단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AI나 스마트한 센서를 갖추고 있지 않기에, 그냥 전진하다 부딪히면 왼쪽으로 각도를 90도 정도 꺾어 다시 전진하는 것이 유일한 동작 루틴이다. 당연히 청소 효율성이 낮다. 물걸레는 너무 작아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충전 LED 같은 것도 없어 현재 배터리 잔량이 어느 정도인지도 확인할 수 없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 자체는 그럭저럭 가능한데다, 가격이 워낙 저렴하기에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구매한다면 의외로 쓸 만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제품명: 멋진(Cool) 백라이트 i8 미니 무선 키보드
제조사: Shanzhen Ouzhi Technology
구매가격: 3500원
종합평가: 5점 만점에 3점
손바닥 만한 키보드에 마우스 조작이 가능한 터치패드까지 달린 무선 제품이다. 그 외에도 방향키나 멀티미디어 제어 버튼, 인터넷이나 이메일, 음량 조절 등의 단축키도 달려 있다. 충전 가능한 배터리를 내장했으며, 전원을 켜면 마치 게이밍 키보드 마냥 다양한 색으로 빛나는 RGB LED를 내장했다. 키를 누르는 감각은 전자계산기와 비슷하지만 의외로 타이핑 자체는 잘 되며, 작고 가벼워서 휴대성도 좋다.
다만, 블루투스를 지원하지 않고 2.4GHz 무선 수신기를 USB 포트에 꽂아 이용하기 때문에 PC외의 다른 기기에서는 연결이 쉽지 않다. 별도의 USB 허브를 꽂는다면 스마트 TV용 셋톱박스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긴 하겠지만 다소 번거로울 것이다. 각 키에 한글이 인쇄되지 않은 영문 키보드라는 점도 참고하자. 그리고 내장 배터리의 접점이 다소 헐거운지, 키를 아주 세게 누르면 간혹 전원이 꺼졌다 다시 켜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는 후면 배터리 커버를 열고 배터리를 상단을 꼭 눌러주면 한동안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다. 배터리와 배터리 커버 사이에 휴지를 끼워 주는 것도 방법이다. 제품 자체의 구성은 나쁘지 않지만, 품질 관리가 약간 아쉬운 제품이다.
제품명: 7 in 1 다기능 볼펜 With 현대 핸드헬드 도구
제조사: Yiwu Boiken Arts & Craft
구매가격: 900원
종합평가: 5점 만점에 1.5점
볼펜 하나에 일자 드라이버, 십자 드라이버, cm/인치 측정용 자, 터치펜, 그리고 수평계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다기능 제품이다. 볼펜 상단의 터치펜 뚜껑을 열면 일자 드라이버가 모습을 드러내며, 이를 빼서 뒤집어 꽂으면 십자 드라이버가 된다. 터치펜은 다양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터치스크린에 호환된다.
이것 하나 있으면 왠지 든든할 것 같겠지만 의외로 단점이 많은 제품이다. 얼핏 보기에 금속 재질 같지만 실제로는 아주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이다. 이는 내구성 부족으로 연결되며, 드라이버를 꽂는 지지대 부분도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좀 단단히 박힌 나사를 풀다 보면 금방 부서질 것 같다. 그리고 수평계의 경우는 이미 파손되어 튜브 속 액체가 텅 빈 상태로 배송되어 이용할 수 없었다. 주문한다면 온전한 상태의 제품을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하자.
제품명: 휴대용 광학 현미경 키트
제조사: Yuwi color de import and Export
구매가격: 3150원
종합평가: 5점 만점에 2점
주먹 만한 크기의 현미경이며, AA 규격의 건전지 2개(별매)를 넣고 LED 조명을 켜서 물체를 관찰할 수 있다. 크기가 작아 휴대성이 높다. 제조사에선 60배에서 120배까지 확대가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본체에 달린 줌 휠을 돌려 배율을 조절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이용해보면 제조사에서 강조하는 최대 120배 배율이 무색할 정도로 확대 성능이 좋지 못한 편이고, 배율 조절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설명서에 나와 있는 방법으로는 절대로 커버를 열어 건전지를 넣을 수 없다. 건전지 커버 상단의 틈새에 손톱을 넣고 잡아당기는 느낌으로 커버를 열 수 있으니 참고하자. 여러모로 단점이 많은 제품이지만, 필자의 초등학생 아들은 상당히 좋아했던 제품이다. 장난감으로서 가치는 분명히 있는 것 같아 당초의 평점에 1점을 추가했다.
제품명: C 타입 2 in 1 알루미늄 합금 어댑터
제조사: shenzhen mingpai electronic technology
구매가격: 2500원
종합평가: 평가불가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3.5mm 규격 이어폰 포트가 없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USB C 타입 규격 포트 규격의 이어폰을 이용하거나 블루투스 규격의 무선 이어폰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본 제품과 같은 어댑터를 이용하면 USB C 타입 포트에 3.5mm 커넥터 규격의 일반 유선 이어폰을 꽂을 수 있다. 특히 이 2 in 1 제품의 경우는 3.5mm 이어폰을 꽂은 상태에서 추가로 C 타입 전원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다. 음악 감상과 배터리 충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게다가 이 가격에 3개나 제품을 제공한다.
다만, 이 제품은 필자가 이용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호환이 되지 않는 제품이었다. 연결해도 ‘지원되지 않는 USB 장치’라는 메시지만 뜬다. 여분으로 가지고 있는 LG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품 판매 페이지를 아무리 봐도 특정 제품에만 호환된다는 문구를 찾을 수 없었는데, 다시 한번 자세히 뒤져보니 상품 판매 페이지 상단의 썸네일 이미지 중 5번째 이미지에 호환되는 스마트폰이 목록이 있었다. 샤오미와 NUT, 화웨이, 노키아, OPPO의 일부 제품에만 호환되는 제품이었다. 국내 소비자라면 실수로 이 제품을 주문하지 않도록 하자.
‘싼 게 비지떡’과 ‘가성비’의 사이에서
정리하자면,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쓸만했던 제품도 있는 반면, 상품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기가 미흡한 제품도 있었다. 특히 몇몇 제품은 초기 불량, 혹은 배송 중 충격으로 인한 결함 발생이 의심되는 경우도 있어 아쉬움을 줬다.
물론, 천원마트는 제품 판매 가격이 워낙 저렴한데다 무료 반품 서비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품질이 미흡한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하진 않았다. 다만, 그래도 시간 손실과 심리적 스트레스는 분명히 있다. 게다가 제품의 내구성은 당장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은 잘 작동하더라도 언제 고장이 날지 모를 일이다.
앞으로 여기서 또 저가 제품을 산다면 구조나 디자인, 용도가 단순한 제품 위주로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런 제품은 품질 차이에 따른 만족도의 차이가 적고, 배송 중 파손도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받은 제품 중에는 포장 상자가 멀쩡한 경우를 보기 힘들었다. 배송 중 외부 충격이 가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니 유의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