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욱 GIST AI연구소장 “이노디테크 AI 시스템, 합성형 AI로 구축했습니다”

한만혁 mh@itdonga.com

[IT동아 한만혁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은 사회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비교 및 분석함으로써 의료진의 의사 결정이나 치료 전략 수립을 보조한다. 덕분에 효율적이고 빠른 진료가 가능하다.

한국형 투명 치아교정 장치 ‘클라라AI’를 개발한 이노디테크 역시 AI 기술을 도입한 ‘AI 협동진료 지원 시스템’을 개발했다. 30년 이상 치아교정 전문의로 활동하는 주보훈 대표가 그간 치아교정 치료 과정에서 수집한 임상 데이터와 전문의로서의 경험 및 노하우를 집약한 솔루션으로, 의사의 진단 및 치료 계획을 보조하고 환자에게는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더한다.

이노디테크는 AI 협동진료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AI대학원 교수 겸 AI연구소장과 협업했다. 이노디테크 기술 자문인 안창욱 소장은 AI 협동진료 지원 시스템에 전문가의 지식과 데이터를 활용하는 ‘합성형 AI’를 적용했다. 합성형 AI는 적은 자원과 데이터만으로도 효과적인 성능을 내는 AI 기술이다.

안창욱 소장을 만나 합성형 AI와 이노디테크 AI 협진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노디테크 기술 자문을 맡고 있는 안창욱 GIST 교수 겸 AI연구소장 / 출처=GIST AI연구소
이노디테크 기술 자문을 맡고 있는 안창욱 GIST 교수 겸 AI연구소장 / 출처=GIST AI연구소

데이터와 사람의 전문지식 활용하는 ‘합성형 AI’

IT동아: 안녕하세요, 안창욱 소장님. 우선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창욱 소장: 안녕하세요, GIST AI대학원 교수, AI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는 안창욱입니다. 저는 AI 분야 중 스스로 진화하면서 동작하는 진화연산을 전공했고, 주로 인간 친화형 AI를 연구합니다. 지난 2017년에는 스타트업 크리에이티브마인드를 설립해 AI 작곡가 ‘이봄’, 음악 작곡 솔루션 ‘뮤지아’를 선보였고, 최근에는 이노디테크 AI 협동진료 지원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IT동아: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 개발에도 참여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유가 있나요?

안창욱 소장: 저도 학생 때는 학문 연구에만 매진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연구하다 보니 관점이 바뀌더라고요. 사실 AI 작곡가를 개발한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단순히 연구 단계에서 마무리 짓기에는 아쉬움이 있어 고민하다 연구실에 있는 기술은 단순히 저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뿐 세상에 나오지 않으면 진정한 기술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연구하는 AI 기술을 다양한 산업체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IT동아: 최근 GIST AI 연구소장을 맡으셨습니다. AI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창욱 소장: GIST AI연구소는 GIST의 AI 원천 및 연구 추진을 위해 지난 2018년 설립되었습니다. 광주광역시가 AI 중심 도시를 표방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광주광역시와 AI 주요 관계자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AI 산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산업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설립했습니다.

데이터와 사람의 전문지식 기반의 합성형 AI를 적용한 작곡 솔루션 뮤지아 / 출처=크리에이티브마인드
데이터와 사람의 전문지식 기반의 합성형 AI를 적용한 작곡 솔루션 뮤지아 / 출처=크리에이티브마인드

IT동아: AI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요. 주로 어떤 연구를 하나요?

안창욱 소장: 저는 전문 지식과 데이터 기반의 ‘합성형 AI’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AI 기술 동향을 보면 많은 데이터와 자원을 활용하는 AI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많은 데이터와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만큼 많은 자금을 투여해야 합니다. 몇몇 글로벌 대기업 외에는 섣불리 뛰어들기가 어려워요. 그 외의 기업은 글로벌 대기업이 구축한 AI를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결국 기술의 종속이 발생하게 됩니다. 자신들의 전문성이나 경쟁력, 차별성은 떨어지게 되죠. 오히려 기술이 퇴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 외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영역은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악기 개인지도 같은 경우 전문가의 연주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연주자의 경험, 노하우, 전문 지식도 중요합니다. 헬스케어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AI 기술만으로 최적의 결과를 제시할 수 없어요. 의사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적은 데이터와 자원, 그리고 사람의 전문 지식을 한데 묶는 AI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작은 규모의 기업이나 대학교, 연구소도 구축할 수 있는 일종의 맞춤형 AI입니다. 그것을 저는 합성형 AI라고 부릅니다.

IT동아: 합성형 AI는 요즘 화두가 되는 생성형 AI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안창욱 소장: 앞서도 언급했지만 생성형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결과물을 산출하기 때문에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상당히 큰 데이터센터도 있어야 하죠. 합성형 AI는 적은 데이터로도 충분합니다. 데이터와 전문가의 노하우를 반영해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데이터의 양이 적으니 노트북으로도 충분히 구동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창작을 예로 들어 보면, 최종 결과물을 내놓고 끝나는 생성형 AI와 달리 합성형 AI는 콘텐츠 제작 과정에 사람이 개입할 수 있어요. 사용자 노하우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이죠. 본인 지식을 적용해 창작 활동을 하거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활용 방식이나 가능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로 합성형 AI 기반으로 구축한 AI 작곡 솔루션 뮤지아는 교육 현장에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노디테크 AI 협동진료 지원 시스템은 합성형 AI 기반으로 구축했다 / 출처=이노디테크
이노디테크 AI 협동진료 지원 시스템은 합성형 AI 기반으로 구축했다 / 출처=이노디테크

합성형 AI로 구축한 이노디테크 AI 시스템

IT동아: 최근 이노디테크 AI 협동진료 지원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노디테크와는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으셨나요?

안창욱 소장: 주보훈 대표가 AI 작곡 솔루션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면서 먼저 연락했어요. 88개의 피아노 건반을 컨트롤해 다양한 음악을 자동 생성하는 연구를 했으니, 28개 치아의 부정교합을 치료하는 치아 배열 추천도 가능할 것 같다며 AI 협동진료 지원 시스템을 같이 개발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AI 협동진료 지원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쉽지는 않았어요. AI를 개발하려면 그 분야의 준 전문가 정도는 되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기획자와의 소통이나 개발 과정이 수월해요. 그런데 치과 분야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주보훈 대표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긴 했지만 충분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솔루션 구축 이후의 효과나 활용도에 대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IT동아: 그러면 AI 협동진료 지원 시스템도 합성형 AI를 사용한 것인가요?

안창욱 소장: 의료 분야의 경우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이노디테크는 주보훈 대표가 30년 이상 치아교정 치료를 하면서 확보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환자별 진단, 치료 전, 치료 중, 치료 완료 후의 과정을 담은 데이터 세트가 5000건 이상입니다.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의료 분야인 데다, 오랜 기간 진행되는 치아교정 치료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닙니다.

하지만 생성형 AI를 적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요. 생성형 AI는 수만 건 이상의 데이터가 있어야 제대로 추론하거든요. 만약 치아 한 개만 다룬다면 5000건의 데이터로도 가능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치아는 28개입니다. 게다가 축이 앞뒤, 좌우, 위아래 등 16개나 되고 환자마다 치아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어요. 그것을 모두 추론하기에 5000건은 너무 적은 수치죠.

그래서 합성형 AI를 이용했습니다. 5000건 이상의 데이터 세트에 주보훈 대표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 전문 지식을 조합해 구축한 것이죠. 주보훈 대표의 30년 이상 경력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적은 데이터만 가지고도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IT동아: 주보훈 대표의 노하우는 어떻게 추가했나요?

안창욱 소장: 일단 5000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느 정도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그 이후 시스템이 추론한 결과물을 주보훈 대표가 확인하면서 교정 이론과 자신의 경험, 노하우를 기반으로 피드백을 줍니다. 그러면 저희는 주보훈 대표의 피드백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알고리즘화하고 기존 시스템과 상호 작용하도록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AI를 보완 및 고도화하는 것이죠.

이노디테크 AI 협동진료 지원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안창욱 소장 / 출처=IT동아
이노디테크 AI 협동진료 지원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안창욱 소장 / 출처=IT동아

IT동아: 치아교정 과정에서 AI 협동진료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면, 의사와 환자는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을까요?

안창욱 소장: AI 협동진료 지원 시스템은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유용한 시스템입니다. 의사의 경우 진단에 대한 확신이나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지고 의료 활동에 임하도록 보조합니다. 시간도 절약돼요. 영상 이미지 판독 시간이나 치료 계획 수립에 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AI 협동진료 지원 시스템이 제시한 결과를 기반으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더해 최적화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거든요.

환자 측면에서는 의사의 진단, 치료 계획, 치료 시기별 치아 교정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교정 치료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의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안심하고 치료에 임할 수 있죠. 교정 이후의 모습을 보고 맞춤형 치료도 가능합니다. 원하는 부분을 이야기하면 그것을 치료 전에 반영할 수도 있죠.

IT동아: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창욱 소장: 저는 기본적으로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AI 시대 이후에는 양자컴퓨팅, 양자AI 시대가 다가올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저는 학교나 연구소가 그 부분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양자 컴퓨팅, 양자AI를 활용하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기술 추격자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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