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포레 “대기업 위주 디지털트윈 생태계, 중소기업 확산 위한 교두보 마련”
[IT동아 권택경 기자] VR(가상현실) 헤드셋을 쓰자 공장의 창고 같은 장소가 눈 앞에 펼쳐지고, 메뉴에서 자동차 디자인 파일을 선택하자 눈앞에 실물 크기 자동차가 나타난다.
메타버스 전문 스타트업 디지포레가 서울 영등포 국회대로에 마련한 XR 랩 익스피리언스 센터(이하 EXP 센터)에서 체험한 XR 오토 스튜디오다. XR 오토 스튜디오는 디지포레가 모빌리티 산업 분야에 특화해 개발한 디지털트윈 플랫폼이다.
XR 오토 스튜디오에서 솔리드웍스, 카티아, 앨리어스 등 자동차 업계에서 흔히 쓰는 설계 및 디자인 소프트웨어에서 만든 데이터를 불러오면 이를 마치 완성된 자동차처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시제품처럼 활용하면 의사 결정 과정을 효율화할 수 있다. 줌 회의처럼 메타버스 공간에 원격으로 여러 명이 접속해 마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XR 오토 스튜디오는 산업 현장뿐만 아니라 자동차 관련 학과에서 학생들의 디자인을 다 같이 품평하거나, 분해 및 조립 과정을 보여주는 용도로도 활용된다. 자동차 정비 업체 등에서 정비 과정 교육을 위해 활용한 사례도 있다.
XR 오토 스튜디오와 같은 VR을 활용한 메타버스 솔루션의 맹점은 직접 체험해 보지 않으면 그 효용성을 가늠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EXP 센터는 디지포레가 이 맹점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체험 공간이다. 잠재 고객사, 협력사 등에 디지포레의 솔루션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박성훈 디지포레 대표는 “기존 디지포레의 충남 연구소를 체험 공간을 활용했으나 공간의 제약과 경기, 수도권에서의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거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에 EXP 센터를 개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XR 센터에는 디지포레 솔루션 체험을 위한 메타 퀘스트2, 퀘스트 프로 등 XR(확장현실) 기기와 가로 2.7미터, 세로 1.5미터 규모의 대형 LED 스크린이 마련되어 있다. VR, 태블릿, AR(증강현실), 스크린 등 그간 디지포레가 만든 솔루션을 다양한 포맷으로 시연할 수 있다. 가령 XR 오토 스튜디오는 VR 헤드셋뿐만 아니라 태블릿에서도 접속할 수 있다.
제조업 특화 솔루션인 메이커 스튜디오는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웹브라우저만으로도 이용 가능한 게 특징이다. XR 콘텐츠를 위한 웹 표준인 WEBXR을 이용해 구현했다. 스마트폰이나 PC, 태블릿 등에서 웹브라우저로 접속하면 AR 형태로 메타버스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메이커 스튜디오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3D 프린팅 대신 시제품을 구현해 보는 용도나, 제품 전시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의료기기 업체 루트로닉이 디지포레의 메이커 스튜디오를 활용해 두바이국제의료기기전시회에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마트 팩토리를 위한 메타팩토리 또한 EXP 센터에서 체험할 수 있는 디지포레의 디지털트윈 솔루션 중 하나다. 메타버스 속에서 실제 공장을 그대로 본따 구현된 쌍둥이 공장은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센서와의 연동돼 실제 공장의 상태와 현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를 통해 공장을 효율적으로 관제하는 건 물론이고 설비 추가, 공정 변경 등을 미리 시뮬레이션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XR 오토 스튜디오를 항공우주 산업에 특화한 XR 에어로 스튜디오, 헬스케어 분야 메타버스 플랫폼 등 디지포레가 그간 여러 산업 분야에서 쌓아올린 디지털트윈 솔루션을 모두 XR 센터에서 체험할 수 있다.
디지포레는 이번 XR 센터를 디지털트윈의 효용성을 알리고, 확산시키는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디지털트윈을 활용하는 사례는 점차 늘지만 아직까지는 글로벌 대기업 위주로 활용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비용, 인력 등 인프라 문제로 디지털 트윈 도입을 머뭇거리는 경우도 아직 많다.
디지포레가 지향하는 건 이 간극을 채워줄 수 있는 솔루션이다. 구축 및 운용 비용 면에서 옴니버스보다 진입장벽을 한층 낮춰 국내 중소기업들의 디지털트윈 보급 확대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박성훈 대표는 “현재 국내는 디지털트윈 확산 초입 단계”라며 “확산을 위해서는 중소기업들도 선택할 수 있는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인 솔루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옴니버스와 경쟁보다는 상생하며 디지털트윈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EXP 센터와 비슷한 시기 디지포레가 동국대학교 충무로영상센터 신관 내 스타트업 입주공간인 하이 스타트업에 구축한 XRVP 랩도 비슷한 취지다. 대형 LED 화면으로 구현한 메타버스를 세트장으로 활용하는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의 문턱을 낮춰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EXP 센터를 미래 인재를 위한 산학 협력의 장으로 만드는 것도 디지포레의 계획 중 하나다. 미래 인재들이 디지포레의 솔루션을 통해 여러 산업 현장의 직업 세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디지털트윈 등 실감 콘텐츠 분야의 인재들이 현장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박성훈 대표는 “EXP 센터는 메타버스, 디지털트윈에 관심 있는 기업, 기관, 대학 등 그 어떤 곳에도 문이 활짝 열려있다”면서 “많은 이들의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