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상승세 'ETF 승인 기대감·네트워크 업그레이드' 영향
[IT동아 한만혁 기자] 지난해 200만 원 선에 머물던 이더리움이 올해 들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지난 2월 이후 40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3월 12일에는 530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더리움 상승 원동력으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기대감과 지난 3월 13일 진행한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를 지목한다.
이더리움 시세 상승 이끄는 두 가지 요인
이더리움 시세 상승의 첫 번째 원동력은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기대감이다. 비트코인의 경우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현물 ETF 승인 이후 기관 투자자가 몰리면서 시세가 급등했다. 3월 11일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기준으로 1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더리움 역시 현물 ETF 승인 이후 시세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거액 투자자가 몰리면서 시세가 오르는 것이다.
현재 이더리움 현물 ETF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반에크, 아크인베스트먼트, 해시덱스 등 10곳이 신청한 상태다. SEC는 새로운 승인 신청이 접수되면 최대 24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각 이더리움 현물 ETF의 최종 승인 기한은 반에크가 5월 23일, 아크인베스트먼트 5월 24일, 해시덱스 5월 30일 등이다.
이더리움 현물 ETF 5월 승인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5월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을 거부하면 지난해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ETF 승인 거절 관련 소송과 유사한 법적 분쟁이 시작될 수 있다”라며 “이번에도 SEC가 소송에서 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언급했다. JP모건은 5월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을 50%로 예측한다.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SEC의 이더리움 ETF 관련 움직임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다. 에릭 발추나스(Eric Balchunas)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SEC가 의도적으로 이더리움 현물 ETF 심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라며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은 25%”라고 전했다. 얀 반에크 반에크 CEO 역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전 SEC는 신청 기업과 여러 차례 미팅하며 활발하게 논의했으나 지금은 그런 활동이 전혀 없다”라며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이 거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더리움 시세 상승의 두 번째 원동력은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다. 이더리움은 지난 3월 13일 네트워크 효율성을 개선한 ‘덴쿤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덴쿤 업그레이드는 데이터를 작은 단위로 나눠 저장 및 관리하는 샤딩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데이터 처리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고 거래 수수료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이용자뿐 아니라 이더리움 기반 개발자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이더리움 수요 증가 및 이용자 확보에 기여하는 요소다. 실제 신규 투자자도 증가했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 3월 이더리움 신규 주소 수는 약 366만 개다. 지난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이더리움 적정 가치는 9412달러”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더리움 시세가 저평가되어 있다며 더 올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산하 코빗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비트코인과 솔라나가 각각 160%, 1100% 상승한 반면, 이더리움은 90% 상승하는데 그쳤다”라며 “이더리움은 내재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었다”라고 발표했다.
코빗리서치센터가 내세운 근거는 ▲레이어2 생태계 활성화 ▲금융기관 자산 토큰화에 활용 추세다. 이더리움은 다른 블록체인에 비해 레이어2 생태계가 활성화되어 있다. 레이어1은 자체 알고리즘으로 독자 운영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며, 레이어2는 레이어1을 기반으로 더 빠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디파이 분석 사이트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3월 28일 기준 이더리움 레이어2의 총예치금은 390억 달러(약 53조 6000억 원)다. 솔라나 213억 달러(약 29조 2700억 원), 아발란체 46억 달러(약 6조 3200억 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한 이더리움은 지분증명(PoS) 방식 블록체인 중 보안이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다수의 금융기관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자산 토큰화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 블랙록, 위즈덤트리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각각 자체 운용 펀드를 토큰화해 출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코빗리서치센터는 이더리움의 적정 가치도 제시했다. 특별한 변수 없이 기본적인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경우 영구 성장률 5%, 할인율 10%를 적용한 결과 9412달러(약 1293만 원)다. 금리 인하,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으로 인한 제도권 자금 유입 등 강세가 이어질 경우 영구 성장률 5%, 할인율 8%를 적용한 적정 가치는 1만 5686달러(약 2155만 원), 반대로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영구 성장률 2%, 할인율 14%를 적용해 3809달러(약 523만 원)다. 이는 보고서 발표일인 3월 31일 기준 3550달러(약 487만 원)를 넘어서는 수치다.
참고로 코빗리서치센터는 이더리움 예치 시 발생하는 수익이 현금 흐름과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해 과거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미래에 예상되는 현금 흐름을 추정하고 할인율을 합산해 투자 가치를 평가하는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적용했다.
최윤영 코빗리서치센터장은 “이더리움 적정가치는 현재 시세인 3550달러(약 487만 원)보다 265% 높다”라며 “이는 현재 이더리움 시세가 저평가된 것으로 이더리움 내재 가치만 봐도 시세 상승 여력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더리움 현물 ETF 5월 승인 가능성이 낮아져도 이더리움 내재 가치와 시장 관심을 고려하면 비트코인 다음 현물 ETF의 주인공은 이더리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