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人] 폭스바겐 브랜드 디자인 총괄 ‘안드레아스 민트’
자동차 품질의 상향 평준화로 디자인은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내·외관 디자인이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면, 제품 성능이 좋더라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에 각 제조사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치를 다양한 라인업에 일관적이고 창의적으로 전달할 디자이너 영입에 필사적입니다.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뛰어난 디자이너들은 이같은 고민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지 월간 연재 코너인 [자동차 디자人]을 통해 살펴봅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본사를 둔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 그룹은 폴로와 티록, 골프, 티구안, 파사트 등 글로벌 시장에서 두루 소비자에게 선택받은 모델들로 널리 알려진 기업이다. 소형차부터 아우디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군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지닌 폭스바겐 브랜드의 승용차 부문 디자인을 총괄하는 인물은 ‘안드레아스 민트(Andreas Mindt)’다.
폭스바겐 車 디자이너 출신 아버지 영향으로 꿈 키워
안드레아스 민트 폭스바겐 브랜드 디자인 총괄은 대를 이어 그룹에서 자동차 디자이너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독일 자동차 제조사인 오펠을 거쳐 폭스바겐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했다. 덕분에 안드레아스 민트는 자연스럽게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에 거주하며 자동차와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고 전했다. 그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될 운명이 자신에게 새겨져 있었던 것 같았다고 성장과정을 회상했다.
카 스타일링 매거진(Car Styling Magazine)과 같은 자동차 잡지를 즐겨 읽으며 유년시절부터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온 안드레아스 민트는 수많은 자동차 디자이너를 배출한 독일 포르츠하임 대학교와 영국 코번트리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며 역량을 키웠다.
1996년 폭스바겐 입사…벤틀리 디자인 총괄 거쳐 그룹 승용차 디자인 총괄 임명
학업을 마친 안드레아스 민트는 1996년 폭스바겐에 입사해 디자인팀 리더로 일했다. 2014년까지 폭스바겐에서 1세대 티구안과 7세대 골프 등의 디자인을 주도했다. 티구안은 2007년 글로벌 첫 공개 이후 지금까지 7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 큰 성공을 거둔 SUV다.
아우디로 자리를 옮겨 외관 디자인 총괄직을 수행하던 안드레아스 민트는 2021년 폭스바겐 그룹 산하 벤틀리 디자인 총괄직에 오른다. 그는 벤틀리 디자인 총괄직을 제안받았을 때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에 나서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벤틀리의 경우, 비스포크 전담부서인 뮬리너를 통해 외관 색상과 휠, 시트, 벨트 등 10억 가지 이상으로 조합 가능한 오너 맞춤형 디자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안드레아스 민트는 당시 뮬리너 팀과 차량을 주문한 소비자와 협업해 천연 탄소섬유 재료, 저탄소 가죽, 3D 프린팅 18K 골드 등으로 구성된 2도어 쿠페 타입의 벤틀리 바투르를 제작했다.
벤틀리 영국 본사인 크루의 뮬리너 워크샵에서 수개월의 제작 과정을 거쳐 탄생한 바투르는 향후 벤틀리가 2025년 최초로 선보일 벤틀리 순수전기차 디자인의 DNA를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구분하기 위한 색다른 디자인 연연할 필요 없어”
벤틀리 디자인 총괄직을 수행하던 안드레아스 민트는 2023년, 폭스바겐 브랜드 승용차 부문 디자인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폭스바겐 전동화 전환을 이끌 디자인 적용이었다. 안드레아스 민트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구분하기 위해 파격적이고 색다른 디자인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철학을 지녔다. 따라서 폭스바겐 전기차를 얼리 어답터들의 전유물로 보이지 않도록 기존 브랜드와 이질감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디자인했다. 가능한 평범하게 전기차를 디자인하는 것이 다른 브랜드와 차별점을 형성하는 과감한 시도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안드레아스 민트의 철학을 적용해 탄생한 대표적인 차량이 폭스바겐 ID.2all이다.
안드레아스 민트는 기존 폭스바겐 차량과 이질감이 없도록 ID.2all을 디자인하면서도 내부에는전기차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요소들을 반영했다. 예컨대 전기차는 트랜스미션 터널이 없기 때문에 바닥이 평평하므로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해 ID.2all 적재 용량을 늘린 것과 같은 시도다.
개선해야 할 과제도 있다. 예컨대 ID.2all 차량 하부에 배터리가 있어 발 받침 지점이 높은데, 발과 엉덩이 사이 거리가 짧을수록 좌석 위치가 불편한 것. 안드레아스 민트는 이 같은 전기차 불편을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글로벌 브랜드인 폭스바겐의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해야 하는 점을 또 하나의 도전 과제로 꼽았다. 폭스바겐은 남미와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각 지역에 맞는 특정 디자인과 상품성을 갖춘 차량 출시로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중국 전용 모델, 빌로란(Viloran)과 같은 차량 출시다.
안드레아스 민트는 각 지역에 맞는 특정한 디자인 도출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소비자를 관통할 공통된 디자인 요소 또한 브랜드 차량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폭스바겐의 새로운 브랜드 전략인 ‘러브 브랜드(Love Brand)’로 지속해서 자사 가치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러브 브랜드'는 '휴먼(Human)', '감정(Emotional)', '진실성(Authentic)'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적용해 소비자 만족을 도출하겠다는 폭스바겐의 새로운 글로벌 메시지다.
긍정적인 미래를 디자인할 것…자동차 디자이너라면 아주 작은 선 하나도 사랑해야
안드레아스 민트는 앞으로도 긍정적인 미래를 지향하는 디자인을 자동차에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부정적인 미래를 묘사하는 현상이 지배적이었던 시절에 자랐지만, 당시에도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는 낙관적인 비전을 담아내 좋았다”며 “따라서 항상 긍정적인 미래를 디자인하고 싶었고 이는 지금도 바뀌지 않는 철학이다. 스타일과 혁신을 구현하는 것 뿐만 아니라 밝고 희망찬 미래를 상징하는 차량을 만들어 긍정의 힘으로 자동차 디자인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제언을 부탁했다.
안드레아스 민트는 “당연하겠지만 무엇보다 자동차와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 각종 자동차 스케치를 구성하는 선 하나하나까지, 이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 한다”며 “새로운 기술들로 변화하는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특히 사용자 인터페이스인 스크린 구조를 이해한 후 인테리어와 외관 디자인과 연결해야 한다. 이 같은 고민을 누구보다 먼저 시작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미래 소비자는 차량에서 어떤 앱을 사용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