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이 부실한 노트북은 치우세요" 델 인스피론 17R
노트북 성능이 발전하면서 데스크탑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고 있다. 게임 등의 고사양 작업을 노트북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만큼, 무겁고 공간도 많이 차지하는 데스크탑을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여러 제조사에서 다양한 데스크탑 대용 노트북이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데스크탑 대용 노트북은 대개 화면이 크고 우수한 성능의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해 게임을 원활히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 말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데스크탑 대용 노트북 시장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제품 가격은 자연스레 인하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화면 크기와 그래픽 성능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추려다 보니 다른 부분이 부실해지는 경향이 더러 있다. 아무리 저렴한 게 좋다지만 게임을 몇 시간 즐기면 금방이라 터질 듯 하거나 비행기가 이륙하는 듯한 굉음이 나는 제품은 곤란하지 않겠는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런 아쉬움을 달래고자 델(dell)에서 기본에 충실한 데스크탑 대용 노트북 ‘인스피론 17R(이하 17R)’을 출시했다. 17R은 17인치 크기의화면과 지포스 GT 650M이라는 뛰어난 그래픽 프로세서를 갖췄음에도 가격은 100만 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데스크탑 대용 노트북 치고는 소음도 적고, 독특한 디자인의 육각형 알루미늄 재질을 채택해 외형에도 나름 신경을 썼다.
그렇다면 다른 건 차치하고 17R로 게임을 어느 정도 원활하게 즐길 수 있는지, 제품을 얼마나 정교하게 제작했는지 확인해보도록 한다.
게임? 3D와 함께 즐겨야 제맛!
본 리뷰에 사용된 17R에는엔비디아 지포스 GT650M(전용 메모리 2GB)과 엔비디아 3D 비전(VISION, 3D 입체영상) 기술이 탑재됐다. 3D 비전을 지원하려면 3D 디스플레이와 전용 3D 안경이 필요한데, 17R에는 둘 다 들어 있다. 참고로 전용 3D 안경은 셔터글래스 방식이다.
3D 비전 기술이 탑재됐다는 것은 마음 놓고 3D 입체영상으로 게임을 즐겨보라는 하늘의 게시일터(?). 3D를 지원하는 고사양 게임인 크라이시스2’로 확인했다. 크라이시스2는 높은 성능의 PC를 필요로 하는 게임으로 악명이 높다. 또한 3D 비전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한다. 17R의 성능을 살피면서 3D 기능을 체험하기에는 이만한 게 없다.
실행 결과, 최상위 성능 옵션인 ‘게이머’ 설정으로도 원활하게 즐길 수 있었다(해상도 1,600x900). 이른 바 ‘풀옵(풀옵션)’에서도 초당 평균 30프레임 이상의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다. 게다가 3D 입체영상 옵션을 적용했음에도 이로 인한 지연/끊김 현상도 발생하지 않았다. 중간 성능 옵션인 ‘어드밴스드’나 ‘하드코어’으로 설정하니, 평균 55프레임 내외로 이전 보다 나은 결과를 나타냈다. 참고로 3D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려면 평균 30프레임 이상 돼야 하며, 60프레임 이상이라면 매우 쾌적한 게임을 만끽할 수 있다.
17R로 체험한 크라이시스2와 3D 비전 기능은 찰떡궁합이라 평가할 만하다. 뛰어난 그래픽 품질을 입체감있게 감상할 수 있으며, 공간감과 원근감이 명확해 실감난 화면을 맛 볼 수 있다.기회가 된다면잠깐이라도 한번쯤 경험해 보길 권한다.
다만 3D 비전 기능은 17R의 기본 기능이 아니라 옵션 선택이다. 즉 3D 비전 기능이 필요하다면 (델의 홈페이지에서) 추가 주문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격은 10만 선. 적극 추천하기에는 약간 미묘한 가격대다.
크라이시스2 하나만으로 17R의 성능을 점검한다는 건 고성능 노트북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이제는 한물간 ‘디아블로3’도 3D 영상으로 즐겨 본다. 해상도 1,600x900, 성능 ‘풀옵션’으로 설정하고 실행했다. 흥미롭게도 평균 25프레임 내외라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디아블로3가 크라이시스2보다 더 높은 사양이 필요한가? 어쨌든 디아블로3를 원활하게 즐기려면 몇가지 성능 옵션을 낮춰야하겠다. 참고로 디아블로3도 엔비디아 비전 기능을 통한 3D 입체영상을 지원한다. 다만 액션RPG라는 장르의 특성상 3D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마우스 커서, 캐릭터, 아이템 등이 한 화면에서 조화롭게 표현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따로국밥’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외관, 취향따라 골라골라
어떻게든 가격을 낮추고자 외관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는노트북이 적지 않다. 그러나 17R은 다르다. 본체 전반에 걸쳐 알루미늄 재질로 견고하게 제작됐다. 게다가 다른 노트북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육각형(Hexa) 무늬의 독특한 디자인이 이 제품만의 매력이다.
상판은 (아주 약간) 놀랍게도 교체형 구조다. 리뷰용 제품은 검은색이지만 사용자가 원한다면 흰색, 분홍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상판을 교체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검은색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취향은 존중 받아야 하는 법이니.
상판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도 알루미늄을 적용해 매우 묵직하고 견고하다. 유아들은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우니(3.3Kg),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도 아이들 때문에 노트북이 파손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또한 17R은 데스크탑 대용 노트북답게 USB포트, 유선 랜 포트, HDMI 포트, VGA 단자 등 다양한 입출력 옵션을 갖췄다. 특히 총4개의 USB포트는 기존 USB 2.0보다 전송속도가 매우 빠른 USB 3.0 규격이다.
가격? 사양? 자유롭게 선택하세요
지금까지 필자는 17R의 상세 사양이나 가격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사용자가 원하는대로 사양을 선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델 노트북은 매장 판매 형태가 아닌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판매를 이용해야 한다. 17R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래픽 프로세서와 외관은 변경할 수 없지만, 그 외 CPU, 메모리, 하드디스크, ODD, 화면 해상도 등은 사용자의 취향이나 사용 목적, 환경 등을 고려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CPU는 인텔 3세대 코어 i5 3210M(2.0GHz) 또는 3세대 코어 i7 3610QM(2.3GHz, 쿼드코어), 메모리는 4GB 또는 8GB, 하드디스크는 1TB 또는 1.5TB, ODD는 DVD 멀티드라이브 또는 블루레이 드라이브, 화면 해상도는 1,600x900 또는 1,920x1,080 중 선택하면 된다.
당연하겠지만 사양을 높일수록 가격은 비싸진다. 저렴하게 구성하면 104만 원(인터넷 최저가 기준) 정도에 구입할 수 있으니 가격대 성능비도 제법 뛰어나다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