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부착’...제도 개정 후 결과 살펴보니
[IT동아 김동진 기자] 올해부터 신규 또는 변경 등록하는 8000만원 이상의 고가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의무 장착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그간 고가의 차량을 법인 명의로 구입한 후 사적으로 이용하는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됨에 따라 전용 번호판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제도 시행 후 두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해당 규제가 판매량에 어떤 영향을 줬을지 살펴봤다.
연두색 번호판 부착 제도 시행 후 고가 법인차 판매량 급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공공 및 민간법인에서 이용하는 8000만원 이상 법인차에 대해 일반 등록번호판과 구별하도록 새로운 등록번호판을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에 따라 올해 2024년 1월 1일부터 8000만원 이상 고가 법인차는 연두색 번호판을 의무 장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제도 시행 후 지난 2024년 1월과 2월, 두 달간과 전년 동기 판매량을 비교해보니, 수입 법인차 판매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월부터 2월까지 누적 수입 법인차 신규등록대수는 1만541대로 전년 동기(1만3953대) 대비 24.5% 감소했다.
주요 럭셔리 카 브랜드별 판매량을 보면 고가 법인차의 판매 하락이 두드러진다. 지난해인 2023년 1월~2월과 2024년 1월~2월 주요 럭셔리 카 판매량 변화를 살펴보면 ▲벤틀리(101대 → 17대) -83.2% ▲람보르기니(38대 → 10대) -73.7% ▲롤스로이스(30대 → 17대) -43.3% ▲포르쉐(1036대 → 692대) -33.2% 등 대부분 전년 동기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와 고물가 기조도 영향을 줬겠지만, 수입 법인차 판매 급감의 가장 큰 원인은 연두색 번호판 의무 부착”이라며 “제도 시행 직전인 지난 연말,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피하기 위한 수요가 몰리면서 고가의 법인차 판매가 급증한 것이 하나의 방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고가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기 직전인 지난 2023년 12월, 1억5000만원 이상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판매량)는 4095대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KAIDA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1억5000만원 이상 차량이 한 달간 4000대 넘게 판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월별 수입 법인차 판매량을 살펴봐도 5000대에서 9000대 수준을 오르내리다가 연두색 번호판 부착 시행을 앞둔 11월에는 1만89대, 12월에는 1만2670대로 판매량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두색 번호판 부착 제도를 시행한 후 고가 법인차 판매량이 급감했지만, 속단은 이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지금은 제도 시행 초기로 연두색 번호판을 달고 다니면 언제 어디서나 눈길을 끄는 시기다. 따라서 구매를 늦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여전히 8000만원 이상의 차량을 고가 법인차량으로 규정하는 기준에 대한 논란도 남아 있다. 신차가 1억 이상 고가의 차량을 구매하지 않고 중고차 시장에서 8000만원 이하로 감가된 차량을 찾는 경우도 있으며, 중고차 딜러가 해당 차량을 적극 홍보하기도 한다. 어떤 주차장은 연두색 새 번호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제도가 목적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많은 요인과 개선해야 할 인프라가 존재하므로 판매량이 크게 꺾였다고 해서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판단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