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의 스타트업 스튜디오] 스타트업 육성으로 지방 도시를 '실리콘밸리'로!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우리나라 행정구역 중 인구감소 등으로 소멸 위기에 있는 지역을 '소멸 위험' 지역이라 한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작년 기준 118곳이나 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이 인구가 점차 감소해 지역이 소멸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 소멸은 이미 몇십 년 전부터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지역 인구감소와 함께, 수도권 인구 편중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정부는 이러한 지방 소멸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 지원, 생활 인프라 구축, 주거 지원 등 다각적인 정책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방 소멸 대응책이 몇 년 안에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방 지역 특성에 맞는 기업을 육성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023년 3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지역별 벤처투자 규모 및 고용증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은 2703개, 벤처투자 금액은 총 5조7183억 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북, 강원 등 지방에 대한 벤처투자 금액은 5039억 원으로 8.8%에 불과했다.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울산 등 5개 광역시 또한 6536억 원으로 11.4%로 집계됐다.

반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있는 기업에 4조5608억 원의 벤처투자가 이루어져, 80% 가까이가 수도권 기업에 투자가 집중됐다. 이로 인한 고용 증가 역시 83%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지방은 7.3%, 5대 광역시는 9.4%에 그쳤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 중인 'K-유니콘 프로젝트'를 보면, 전체 '아기 유니콘'(기업가치 1000억 원 미만 비상장 기업) 선정 251개사 가운데 80%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기업)으로 키우겠다며 정부가 선정하는 아기 유니콘 10곳 중 8곳이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미래 유망 기업마저도 수도권에 집중화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지방 도시의 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현실적으로 녹록지가 않다. 이에 필자는 지방 도시의 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자, '실리콘밸리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 혁신기업의 성지다. 구글과 아마존, 애플 같은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의 본사가 이곳에 몰려있다. 하이테크의 요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리콘밸리가 어떻게 태동됐는지를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1930년대만 해도 실리콘밸리는 양질의 포도주가 생산되는 지역으로 유명했다. 따뜻하고 햇살이 좋은 기후 덕분에 많은 과수원이 자리 잡고 있던 농업지대였다. 그러다 1950년대 들어 실리콘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실리콘밸리’란 별칭이 붙었다. 당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군수와 항공산업이 성장하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레이더 같은 첨단기술의 수요가 커지면서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구축됐다.

이처럼 포도주 생산지가 하이테크 산업단지로 변모할 수 있었던 건, 미국의 최고 명문 사립대로 꼽히는 스탠퍼드대학교의 역할이 컸다. 스탠퍼드대학교는 미국 내 대학 중 최초로 전기공학과를 개설할 만큼 과학기술에 역량이 있었다.

대학 실험실에서 연구개발(R&D)한 기술을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한 점도 다른 대학교와는 차별화한 행보였다. 양질의 지역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많은 기업의 유치를 직접 지원했고, 연구 중인 많은 학생이 회사를 창업하도록 독려했다.

가령 스탠퍼드대 졸업생 윌리엄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는 1938년 실리콘밸리의 한 차고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딴 기업 ‘휴렛팩커드(HP)’를 설립했다. 1998년엔 스탠퍼드대 박사 과정 대학원생이던 래리 페이지는 ‘구글’을 만들었다. 이들은 모두 글로벌 빅테크로 성장해 미국과 세계경제를 주름잡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투자유치가 녹록지 않다. 금리, 경기침체 등 전반적인 경영 환경도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가 오히려 지방 도시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스타트업을 지방으로 유치할 수 있으며, 나아가 지방 도시에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할 수 있는 시기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내 대학, 스타트업 육성 기관, 그리고 지방정부가 하나 되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각 기관이 따로 움직이는 비전과 전략이 아니라, 지방 도시에 ‘실리콘밸리’ 같은 혁신 도시를 만들기 위한 큰 비전을 수립하고, 대학, 스타트업 육성기관, 지방정부가 한 방향으로 역량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방 정부가 스타트업에 단순 지원 관점이 아닌 큰 통합적 관점에서 주도적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대항해시대에 신항로와 신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의 콜럼버스는 대서양 탐험 계획을 세우고, 영국, 프랑스, 포르투칼 등에 투자를 제안했지만 번번이 거절 당했다. 하지만 콜럼버스는 포르투갈과 경쟁 관계에 있던 이웃나라 스페인을 찾아가 여왕 이사벨 1세 앞에서 자신의 항해 계획을 제안하여 스페인을 든든한 투자자로 만들었다. 콜럼버스에게 이사벨 1세와 스페인이 없었다면 신대륙 발견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스페인도 대항해시대에 주변 경쟁 국가를 제치고 제국으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항해시대에 스페인은 콜럼버스를 통해 제국으로 성장하는 길을 모색했다. 인구감소 시대에 스타트업 육성이 지방 도시가 ‘K-실리콘밸리’로 변모하는 전략적 방안으로 추진되어 지방 지역에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이끌기를 기대한다.

글 / 이준호 (junho65@naver.com)

지역혁신 오픈이노베이션 포럼 부회장,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신사업 전략 수립 등 다양한 전략 업무 수행 중. 현재 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과 오픈이노베이션 통해 신사업 인큐베이팅 및 스케일업 활동 중.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래전략 석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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